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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이야기: 방센느 숲에서 만난 작은 행복들

by Selly 정

날씨는 변덕쟁이, 그래도 멈출 수 없는 산책

지금은 봄이에요. 파리에 조금씩 따스한 햇빛이 찾아오고 있어요. 완전한 봄은 아니지만, 봄과 늦겨울이 오가는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날씨가 정말 갈팡질팡이에요. 하루는 춥다가, 하루는 따뜻하다가...

두꺼운 옷을 입고 나갔다가 낭패를 보기도 하고, 창문에 비치는 화사한 날씨만 믿고 얇은 외투를 입었다가 돌아올 때는 어깨를 잔뜩 움츠리며 들어오기도 해요. 날씨의 감을 잡을 수 없는 애매한 시기가 계속되고 있어요.

그래도 저의 산책은 포기할 수 없었어요. 건강을 위해 하루에 최소 8,000보 이상 걷는 것이 목표거든요. 어제는 그렇게 룩셈부르크 공원을 거닐었어요. 가운데 있는 꽃밭 주변으로 사람들이 빙 둘러앉아 차가운 바람과 따뜻한 햇빛을 동시에 맞으며 봄을 맞이하고 있었어요.

오늘은 방센느 숲을 갔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숲 같은 곳이죠. 집에서 공원까지, 그리고 호수를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오면 딱 8,000보가 넘어요. 제 걷기 목표에 딱 맞는 코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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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지엥의 봄맞이, 호수가에서 만난 사랑스러운 풍경들

파리지엥들은 어떻게 봄을 맞이할까요? 오늘 제가 본 풍경들을 적어볼게요.

푸른 나무들과 조금씩 피어나는 꽃들, 반짝이는 호수가 펼쳐진 공원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봄을 즐기고 있었어요. 햇빛을 온몸으로 받으려고 반쯤 옷을 벗고 드러누워 있는 사람들도 보였어요.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을 이제야 펴는 것 같았어요.

새들은 봄이 되어 더 생기 있게 날아다니며 종알거렸고, 겨울 동안 태어난 듯한 아기 기러기들과 백조 새끼들도 보였어요. 아기 백조들은 아직 엄마처럼 하얀색이 아니라 약간 베이지색이었어요. 작은 새가 나중에 크고 우아한 하얀 백조가 된다니, 정말 신기했어요!

공원에는 기분 좋게 달리기를 하는 젊은 파리지엥들도 있었고, 초록색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머리 하얀 유럽 할머니들도 있었어요. 호숫가에서는 보트를 타며 "호호하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파리지엔느 아가씨들도 보였어요. 마치 처음 배를 타본 것처럼 즐거워 보였어요.

파리 노인들이 즐겨하는 놀이인 페당크(Pétanque)도 눈에 띄었어요. 우리나라의 구슬치기나 돌 던지기와 비슷한데, 야구공만한 크기의 쇠구슬로 하는 놀이예요. 노인분들이 남녀 모여서 열심히 즐기고 계셨어요.

다섯 명, 여섯 명씩 모여 소풍을 즐기거나 게임을 하는 젊은이들도 있었어요. 정말 다양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모습들이 여기저기 눈에 들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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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과 함께한 산책, 그리고 기러기 가족과의 만남

저는 커다랗고 광대한 호숫가를 한 바퀴 돌았어요. 제게는 정말 광대하게 느껴지는 이 공원에서 오디오북을 들으며 걸었답니다. 중요하고 꼭 기억하고 싶은 부분이 나오면 걷던 걸음을 멈추고 하이라이트 표시나 북마크를 해두었어요. 집에 돌아와서 다시 읽거나 한 문장으로 기록하기 위해서요. 배울 점은 꼭 기록해두는 습관이 있거든요.

다행히 산책하는 동안 날씨가 정말 좋았어요. 바람도 선선하게 불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정말 봄다운 날씨였어요.

호숫가 끝자락,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장면을 목격했어요. 주변 사람들 모두 그 장면을 보며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이나 사진을 찍고 있었어요.

저도 '뭔가?' 하고 가만히 들여다봤더니, 어머! 귀엽고 사랑스러워라! 캐나다 기러기 엄마와 아기 기러기들이 줄지어 걷고 있었어요.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요. 그리고 저 멀리에는 하얀 백조 엄마와 백조 아기들도 보였어요. 작고 앙증맞은 아기 백조들은 엄마만큼 하얀색이 아니라 약간 베이지색이었어요. 저 작은 새가 나중에 엄마처럼 크고 우아한 하얀 백조가 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기했어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답니다.

파리지엥의 봄맞이 모습들은 기러기 아기들만큼이나, 백조 아기들만큼이나 예쁘고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이었어요. 숲속 같은 공원과 호숫가를 걸었던 오늘 하루, 저도 정말 행복하고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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