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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행이야기 6 : 바다 속 경이로움을 만나다

씨라이프 부산 아쿠아리움에서의 깨달음

by Selly 정

해운대 해변열차를 타고 미포역에서 내렸을 때, 저 멀리 해운대 해수욕장의 푸른 물결이 손짓하듯 반짝이고 있었다. 아쿠아리움까지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 마치 바다가 우리를 부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사실 이곳은 내가 간절히 품어왔던 꿈의 장소였다. 어느 날 우연히 본 영상 속에서 머리 위로 유유히 헤엄치는 상어들의 모습이 마치 꿈결처럼 내 뇌리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그 신비로운 장면이 밤낮으로 나를 사로잡았고, 결국 아이들을 반쯤 설득하다시피 해서 부산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아쿠아리움 방문을 성사시켰다.

기대감으로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드디어 우리는 거대한 바다 속 세계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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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세상이 바뀌었다. 다채로운 바다 생물들이 마치 살아있는 보석상자처럼 우리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신비로운 해양 생물들이 어찌나 많은지, 바다라는 미지의 세계가 온몸으로 느껴졌다.

아름답고도 놀랍고, 때로는 섬뜩하기까지 한 신비로운 해양 생물들. 과연 이런 경이로운 존재들이 우리와 같은 지구에서 숨 쉬고 있다는 것이 가능할까? 보고도 믿기지 않는 희귀한 생명체들이 끊임없이 우리의 입에서 탄성을 터뜨리게 했다.

"와, 이게 정말 살아있는 거야?" "저런 색깔이 어떻게 가능하지?"

봐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우리의 발걸음은 도무지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한 자리에서 머물며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하나하나 음미하며 걸었던 우리는 드디어 그 순간에 다다랐다.


거대한 메인 수족관 앞에 섰을 때의 그 순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상어가 머리 위로 날아다니고, 거대한 가자미가 춤추듯 헤엄치며, 문어가 은밀하게 숨어있는 바다 속 세계. 마치 우리가 진짜 바다 밑바닥으로 순간이동한 듯한 착각이 들었다.

"어머나, 상어야! 진짜 상어!"

상어의 이빨을 가까이서 본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저 날카롭고 위협적인 이빨에 한 번이라도 물린다면, 과연 누가 그 포악한 턱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동시에 그 완벽한 생존 본능의 결정체 같은 모습에 경외감마저 들었다.

너울너울,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비단처럼 움직이는 거대한 문어와 가자미의 우아한 춤사위.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자연이 빚어낸 예술작품이었다.


이 순간, 나는 깊은 깨달음에 빠져들었다.

세상에는 이렇게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운 생명들이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인간만이 이 지구의 주인인 양 교만하게 살아온 것은 아닐까? 이 거대하고 신비로운 생명의 바다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고 겸손해야 하는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과연 이 모든 다양하고 완벽한 생명체들이 단순한 우연과 진화만으로 탄생할 수 있었을까?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과학적 설명보다 창조의 신비로움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창조주에 대한 경외심이 가슴 깊숙이 스며들었다.


우리는 상어와 거대한 바다 생물들을 위에서, 옆에서, 앞에서 바라보며 끊임없는 감탄을 쏟아냈다. 그리고 이 경이로운 순간들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요리조리 각도를 바꿔가며 열심히 사진에 담았다.

"와, 장난 아니다!" "너무나 대단해!" "저 이빨 좀 봐!" "저것 좀 봐!"

우리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순수한 놀라움과 기쁨이 온몸을 감쌌다.

그렇게 바다 속 환상의 세계에서 거의 2시간을 넘게 꿈결 같은 시간을 보낸 후, 아쉬움을 뒤로한 채 현실로 돌아왔다. 경주로 출발해야 하는 일정 때문이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정말 이곳에 오기를 잘했다'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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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반응이 조금 미묘했다. "생각보다 작네"라는 솔직한 소감이었다. 나 역시 유튜브 영상에서 본 그 웅장한 규모를 기대했던 터라 살짝 의외였다. 아마도 그 거대한 수족관은 서울에 있는 곳이었나 보다며 우리는 스스로를 위안했다.

하지만 어떤가. 처음으로 코앞에서 진짜 상어를 만났다는 것, 상어 이빨의 실제 모습이 얼마나 경이롭고 무서운지 똑똑히 확인했다는 것,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신비로운 바다 생물들의 존재를 온몸으로 체험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경험이었다.

아니, 나에게는 그것만으로도 넘치는 행운이었다. 부산 여행에서 아쿠아리움까지 구경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큰 감동이었다.

'나중에는 꼭 그 영상에서 본 더 큰 수족관도 방문해보자'는 다짐을 하며, 아들도 딸도 살짝의 아쉬움 속에서도 깊은 감동에 잠겨있었다. 그리고 더 크고 멋진 아쿠아리움을 함께 방문하자는 약속을 나누며 경주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

2박 3일의 부산 여행이 이렇게 막을 내렸다. 예기치 못한 여행이었지만 '오기를 정말 잘했다'는 말을 수십 번도 더 되뇌었을 만큼 알차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부산에서 꼭 가봐야 할 곳들을 거의 모두 체험할 수 있어서 무척 뿌듯한 여행이었다.

아이들의 마음속에, 그리고 내 마음속에 또 한 장의 소중한 추억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대한민국에 살면서 한 번도 발걸음하지 않았던 부산,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을 드디어 아이들과 함께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결코 잊혀지지 않을 추억들을 가슴 깊이 새겨 넣었다.

언젠가 다시 그곳을 찾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그때의 감성은 오늘과는 또 다른 색깔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 현재 이 시점에서 함께한 부산 여행은 우리 인생에서 다시는 똑같이 돌아오지 않을 유일무이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주라는 새로운 도시에 대한 설렘을 품고 또 다른 문화의 도시, 역사의 도시 경주를 향해 나아갔다.

'과연 경주는 어떤 모습일까?'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가득 찬 마음으로 다음 여행지를 향해 달려가는 동안, 바다에서 배운 겸손함과 경이로움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여행은 단순히 새로운 장소를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씨라이프 부산 아쿠아리움 안내

위치: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66, 해운대 해수욕장 바로 앞

운영시간: 평일 10:00-19:00, 주말/공휴일 10:00-20:00

입장료: 대인 30,000원, 소인 25,000원 (온라인 예약 시 할인 가능)

특징: 250여 종, 10,000여 마리의 다양한 해양생물과 80m 해저터널, 각종 체험 프로그램 운영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도보 1-2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에서 3개 지하층과 1개 지상층에 걸쳐 펼쳐지는 바다 속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상어 먹이주기, 펭귄 쇼, 인어공연, 터치풀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감동적인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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