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라이프 부산 아쿠아리움에서의 깨달음
해운대 해변열차를 타고 미포역에서 내렸을 때, 저 멀리 해운대 해수욕장의 푸른 물결이 손짓하듯 반짝이고 있었다. 아쿠아리움까지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 마치 바다가 우리를 부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사실 이곳은 내가 간절히 품어왔던 꿈의 장소였다. 어느 날 우연히 본 영상 속에서 머리 위로 유유히 헤엄치는 상어들의 모습이 마치 꿈결처럼 내 뇌리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그 신비로운 장면이 밤낮으로 나를 사로잡았고, 결국 아이들을 반쯤 설득하다시피 해서 부산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아쿠아리움 방문을 성사시켰다.
기대감으로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드디어 우리는 거대한 바다 속 세계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세상이 바뀌었다. 다채로운 바다 생물들이 마치 살아있는 보석상자처럼 우리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신비로운 해양 생물들이 어찌나 많은지, 바다라는 미지의 세계가 온몸으로 느껴졌다.
아름답고도 놀랍고, 때로는 섬뜩하기까지 한 신비로운 해양 생물들. 과연 이런 경이로운 존재들이 우리와 같은 지구에서 숨 쉬고 있다는 것이 가능할까? 보고도 믿기지 않는 희귀한 생명체들이 끊임없이 우리의 입에서 탄성을 터뜨리게 했다.
"와, 이게 정말 살아있는 거야?" "저런 색깔이 어떻게 가능하지?"
봐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우리의 발걸음은 도무지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한 자리에서 머물며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하나하나 음미하며 걸었던 우리는 드디어 그 순간에 다다랐다.
거대한 메인 수족관 앞에 섰을 때의 그 순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상어가 머리 위로 날아다니고, 거대한 가자미가 춤추듯 헤엄치며, 문어가 은밀하게 숨어있는 바다 속 세계. 마치 우리가 진짜 바다 밑바닥으로 순간이동한 듯한 착각이 들었다.
"어머나, 상어야! 진짜 상어!"
상어의 이빨을 가까이서 본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저 날카롭고 위협적인 이빨에 한 번이라도 물린다면, 과연 누가 그 포악한 턱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동시에 그 완벽한 생존 본능의 결정체 같은 모습에 경외감마저 들었다.
너울너울,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비단처럼 움직이는 거대한 문어와 가자미의 우아한 춤사위.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자연이 빚어낸 예술작품이었다.
이 순간, 나는 깊은 깨달음에 빠져들었다.
세상에는 이렇게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운 생명들이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인간만이 이 지구의 주인인 양 교만하게 살아온 것은 아닐까? 이 거대하고 신비로운 생명의 바다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고 겸손해야 하는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과연 이 모든 다양하고 완벽한 생명체들이 단순한 우연과 진화만으로 탄생할 수 있었을까?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과학적 설명보다 창조의 신비로움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창조주에 대한 경외심이 가슴 깊숙이 스며들었다.
우리는 상어와 거대한 바다 생물들을 위에서, 옆에서, 앞에서 바라보며 끊임없는 감탄을 쏟아냈다. 그리고 이 경이로운 순간들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요리조리 각도를 바꿔가며 열심히 사진에 담았다.
"와, 장난 아니다!" "너무나 대단해!" "저 이빨 좀 봐!" "저것 좀 봐!"
우리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순수한 놀라움과 기쁨이 온몸을 감쌌다.
그렇게 바다 속 환상의 세계에서 거의 2시간을 넘게 꿈결 같은 시간을 보낸 후, 아쉬움을 뒤로한 채 현실로 돌아왔다. 경주로 출발해야 하는 일정 때문이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정말 이곳에 오기를 잘했다'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아이들의 반응이 조금 미묘했다. "생각보다 작네"라는 솔직한 소감이었다. 나 역시 유튜브 영상에서 본 그 웅장한 규모를 기대했던 터라 살짝 의외였다. 아마도 그 거대한 수족관은 서울에 있는 곳이었나 보다며 우리는 스스로를 위안했다.
하지만 어떤가. 처음으로 코앞에서 진짜 상어를 만났다는 것, 상어 이빨의 실제 모습이 얼마나 경이롭고 무서운지 똑똑히 확인했다는 것,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신비로운 바다 생물들의 존재를 온몸으로 체험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경험이었다.
아니, 나에게는 그것만으로도 넘치는 행운이었다. 부산 여행에서 아쿠아리움까지 구경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큰 감동이었다.
'나중에는 꼭 그 영상에서 본 더 큰 수족관도 방문해보자'는 다짐을 하며, 아들도 딸도 살짝의 아쉬움 속에서도 깊은 감동에 잠겨있었다. 그리고 더 크고 멋진 아쿠아리움을 함께 방문하자는 약속을 나누며 경주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2박 3일의 부산 여행이 이렇게 막을 내렸다. 예기치 못한 여행이었지만 '오기를 정말 잘했다'는 말을 수십 번도 더 되뇌었을 만큼 알차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부산에서 꼭 가봐야 할 곳들을 거의 모두 체험할 수 있어서 무척 뿌듯한 여행이었다.
아이들의 마음속에, 그리고 내 마음속에 또 한 장의 소중한 추억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대한민국에 살면서 한 번도 발걸음하지 않았던 부산,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을 드디어 아이들과 함께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결코 잊혀지지 않을 추억들을 가슴 깊이 새겨 넣었다.
언젠가 다시 그곳을 찾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그때의 감성은 오늘과는 또 다른 색깔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 현재 이 시점에서 함께한 부산 여행은 우리 인생에서 다시는 똑같이 돌아오지 않을 유일무이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주라는 새로운 도시에 대한 설렘을 품고 또 다른 문화의 도시, 역사의 도시 경주를 향해 나아갔다.
'과연 경주는 어떤 모습일까?'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가득 찬 마음으로 다음 여행지를 향해 달려가는 동안, 바다에서 배운 겸손함과 경이로움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여행은 단순히 새로운 장소를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위치: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66, 해운대 해수욕장 바로 앞
운영시간: 평일 10:00-19:00, 주말/공휴일 10:00-20:00
입장료: 대인 30,000원, 소인 25,000원 (온라인 예약 시 할인 가능)
특징: 250여 종, 10,000여 마리의 다양한 해양생물과 80m 해저터널, 각종 체험 프로그램 운영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도보 1-2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에서 3개 지하층과 1개 지상층에 걸쳐 펼쳐지는 바다 속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상어 먹이주기, 펭귄 쇼, 인어공연, 터치풀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감동적인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