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매일 산책합니다 7: 갱년기 우울을 이겨낸 글쓰기

'마흔, 이제 책을 쓸 시간' 을 읽고서

by Selly 정

늦은 시작이라 생각했던 마흔의 발견

마흔이라는 나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황금기이고, 누군가에게는 불안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저에게 마흔은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마법 같은 시간의 시작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커피 한 잔과 함께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손끝으로 넘기는 책장 사이로 스며드는 따스한 햇살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글을 쓰고 싶다.'

그 순간까지만 해도 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조금씩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초조함이 마음 한편을 콕콕 찌르고 있을 때, 가장 자연스럽게 손이 닿은 것이 바로 글쓰기였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다짐한 것은 '나만의 개성'이었습니다. 수많은 블로거들 사이에서 그저 흔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키보드를 두드리며 첫 문장을 써 내려가던 그 떨림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손가락 끝에서 흘러나오는 문자들이 화면에 차곡차곡 쌓여갈 때마다 느꼈던 그 묘한 쾌감. 그것은 마치 오랫동안 닫혀있던 방의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것과 같았습니다.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글을 쓰는 순간, 나는 진정 살아있음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그 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오롯이 나와 내 생각만이 존재했습니다. 위로와 용기가 샘솟듯 흘러나왔죠.

블로그를 시작한 후, 제 일상에는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하루 종일 글감을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지하철에서 마주친 한 할머니의 미소, 카페 창가로 스며드는 오후 햇살, 퇴근길에 만난 길고양이의 울음소리까지. 수많은 사소한 순간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의 씨앗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내 삶이 글이 된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야 새로운 글이 탄생하고, 따뜻한 마음을 품어야 따뜻한 글이 흘러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삶이 글이 되고, 글이 다시 삶이 되는 순환. 그 아름다운 고리 속에서 저는 매일을 더욱 의미 있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깨달은 좋은 글쓰기의 비밀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첫째, 독서는 글쓰기의 어머니입니다. 인풋이 풍부한 사람만이 풍성한 아웃풋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좋은 글은 좋은 독서 습관과 손을 맞잡고 걸어갑니다. 책장을 넘기는 바스락거리는 소리, 밑줄을 그으며 공감하는 순간들, 그 모든 것들이 제 글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둘째, 존경하는 작가들의 특징을 관찰하고 배우세요. 누구나 마음속에 우러러보는 인물이 있을 것입니다. 한 사람이 오랜 시간을 쌓아 올리며 만들어낸 그 대단함, 그 삶의 무게감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저는 누구나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바로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마흔, 이제는 글을 쓸 시간'중에서, 지은이, 부아c . page 27~61 )




20250806_125547.jpg



나의 생각 한 스푼

요즘 저는 매일 글을 쓰고 책을 읽습니다. 독서하고 글을 쓰고, 다시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일상. 처음에는 이 모든 것이 무거운 의무처럼 느껴져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건강검진에서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났습니다. 지금까지 스트레스 지수가 낮았고, 우울증과는 거리가 멀었던 제가 '우울증' 진단을 받은 것입니다. 물론 극히 낮은 1-4% 수준이었지만 말이죠.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는 이제 5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 갱년기가 찾아올 시기였습니다.

50대 중년 여성의 갱년기, 그 복잡한 감정들

갑자기 달아오르는 안면홍조, 밤마다 찾아오는 식은땀, 불규칙해진 월경과 끝없는 불면의 밤들. 몸의 변화와 함께 찾아온 것은 이유 없는 우울감과 불안, 예민해진 감정의 기복이었습니다.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고, 집중력도 떨어지는 것 같았죠.

하지만 제 우울증 지수가 극히 낮았던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니, 바로 글쓰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블로그에 글을 기록한 지 벌써 1년 반이 넘어갑니다.

처음에는 '노후 현금흐름 500만 원 만들기'라는 목표로 경제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부동산으로 큰 마음고생을 한 후, 더 이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부동산 공부에 매진했죠. 관련 기사와 영상을 보고 정리하며 조금씩 지식을 쌓아갔습니다.

경제 관련 카페에 가입하고, 자기계발 모임에도 참여하며 나만의 브랜드를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부동산 실패 경험을 담은 전자책도 출간해보았고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깨달았습니다. 수십 년의 경험과 실전을 바탕으로 한 전문가들을 50대가 넘은 시점에서 따라잡기는 어렵다는 것을 말이죠.

그래서 방향을 틀었습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것, 내가 진정 잘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방황 끝에 찾아낸 답은 바로 여행 에세이였습니다.

파리에 살고 있다는 지리적 장점, 여행을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여러 나라에서 한국어 교사로 살았던 특별한 경험들. 이 모든 것이 저만의 고유한 콘텐츠가 될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긴 방황의 시간을 거쳐 조금씩 저만의 블로그, 퍼스널 브랜딩을 완성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여행 이야기, 삶의 단상들, 한국어 교사로서의 경험담들을 차근차근 기록해나갔죠.

어느 정도 주제와 방향이 잡히자 마음속 혼란과 방황이 스르르 사라졌습니다. 점차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전자책 두 권을 출간하면서 느꼈던 그 평온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왜 그렇게 마음이 편했을까요? 바로 내가 직접 경험한 일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직접 살아보고, 발로 뛰며 체험한 것들을 글로 풀어낼 때의 그 진정성. 더 잘 알려주고 싶고, 정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썼습니다.

튀니지에서 한국어 교사로 살았던 4년 반의 시간들을 글로 옮기면서, 그 아름다운 나라와 사람들을 소개할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한국어 교사의 삶이 어떤 보람을 주는지, 프랑스와 튀니지에서 바라본 한국의 모습은 어떤지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습니다.

이런 글을 쓸 때면 마음이 한없이 충만했습니다. 글쓰는 기쁨과 자긍심이 가슴 깊숙이 스며들었죠.

글쓰는 시간이 의무나 지겨운 숙제가 아니라, 순수한 기쁨의 시간으로 바뀌었습니다.

마음속 깊숙이 웅크리고 있던 답답함과 우울함들을 글로 풀어내면, 막혔던 속이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얽히고설킨 복잡한 감정들이 차근차근 정리되면서 마음에 평온이 찾아왔죠.

독서를 하고 그 감상을 바탕으로 내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 그 소중한 일상이 점점 더 사랑스러워졌습니다.

지금 저에게는 큰 꿈이 있습니다. 좋은 작가가 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입니다.

여행과 관련된 책들, 특별한 이야기들을 담은 에세이집을 세상에 내놓고 싶습니다. 튀니지에서의 한국어 교사 생활을 재미있게 풀어낸 책도 쓰고 싶고요. 일상에서 만난 소중한 순간들,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찰나들을 담은 수필집도 꿈꾸고 있습니다.

50대 후반, 갱년기의 혼란 속에서 우울한 밤들과 씨름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야 하는 나이. 그런 제가 블로그를 알게 되고, 독서의 기쁨을 재발견하고, 책을 쓰는 행복을 맛보게 된 것. 이 모든 것이 제 우울증 지수를 낮게 유지해주는 비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을 매일 꾸준히 실천하고 있습니다.

매일 책을 단 한 꼭지라도 읽고 '나의 생각 한 마디'를 적습니다. 여행 관련 작가들의 책은 전자책은 물론 종이책까지 직접 구매해서 탐독하고 있어요. 글쓰기 관련 도서들, 생활 수필집들도 끊임없이 찾아 읽으며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마음속에 존경하고 닮고 싶은 작가들도 생겼습니다. 아직 종이책 출간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 날을 위해 오늘도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써나가고 있습니다.


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20대인 딸에게 자꾸 블로그를 시작하라고 잔소리를 합니다. 하지만 아직 그 절실함을 깊이 깨닫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인스타그램에 더 열중하고 있죠.

하지만 희망을 봅니다.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전자책을 집필하는 엄마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전자책 출간 때는 수정 작업까지 도와주었던 딸. 언젠가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요?


저보다 이른 나이에 블로그를 시작하신 모든 분들이 정말 부럽고 대단합니다. 온라인 세상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차근차근 쌓아가고 계시는 여러분들 말입니다.

글을 쓰는 순간, 당신은 이미 작가입니다.

세상은 당신의 좋은 글을, 당신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 글쓰기를 망설이고 계신가요?

나이가 많아서, 경험이 부족해서, 문장력이 딸려서... 수많은 핑계가 발목을 잡고 있나요?

제가 감히 말씀드립니다. 시작하세요. 지금 당장, 오늘 당장 시작하세요.

글쓰기는 단순히 문자를 나열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과의 진솔한 대화이고, 마음의 치유 과정이며,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드는 마법 같은 시간입니다.

특히 갱년기로 고민하는 중년 여성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습니다. 몸과 마음의 변화로 힘드신 시간들, 글쓰기가 작은 위로가 되어드릴 수 있을 거예요. 매일 조금씩이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해보세요. 그 작은 실천이 우울한 마음을 달래주는 따뜻한 친구가 될 것입니다.

젊은 분들에게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대, 30대의 생생한 경험과 감성, 그 모든 것이 소중한 글감입니다. 지금 시작한다면 얼마나 풍성한 이야기들을 쌓아올릴 수 있을까요?

좋은 경험을,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따뜻한 생각을, 감동적인 글을 통해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어나가시는 여러분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글쓰기 시작을 위한 작은 팁

거창한 주제보다 오늘 하루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세요

완벽한 문장보다 진솔한 마음이 더 중요합니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쓰는 것이 핵심입니다

좋은 책을 읽고 그 감상을 나만의 언어로 정리해보세요

당신만이 가진 특별한 경험과 시각을 믿고 표현하세요

글쓰기는 나이와 상관없이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자기표현의 방법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부산 여행이야기 6 : 바다 속 경이로움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