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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갈등 속에서 배우는 인내

작은 순간의 큰 깨달음

by Selly 정

목차

1. 어색한 상황 속 당황하며

2. 주변의 따스한 시선

3. 인내와 이해의 가치



1. 어색한 상황 속 당황하며

오늘은 황당하면서도 훈훈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내가 자주 찾는 스타벅스에 방문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자 따뜻한 공기가 추운 몸을 녹여주어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직원들은 업무에 집중하느라 들어오는 손님에게 눈길을 줄 여유가 없었다. 이때 한국 스타벅스와 파리 스타벅스의 차이가 떠올랐다. 한국 스타벅스에서는 손님이 들어오고 나갈 때 직원들이 항상 인사를 건넨다. 반면, 파리의 스타벅스는 오고 가는 손님들을 전혀 쳐다보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런 상황이 어색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갈 때 작은 목소리로 ‘봉주르’라고 중얼거리곤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 도착하니 작은 테이블이 하나 비어 있었다. 금발의 할머니와 귀여운 손녀가 비스킷과 커피를 앞에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그 옆에 조용히 다가가, 다른 손님이 남긴 쓰레기를 치운 후 자리에 앉았다. 탁자가 작고 낮아 컴퓨터를 꺼낼 수 없어서, 핸드폰으로 ebook을 읽기 시작했다. 가끔씩 빈자리가 생길까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10분 정도 지나자, 두 여성분이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때 한 여성이 2층으로 올라왔다. 그녀도 빈자리를 찾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나는 같은 처지라는 생각에 그녀에게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라는 눈 인사를 건넸다. 몇 분 후, 두 여성분이 나가려는 신호를 보았다. 나는 얼른 그 자리로 갔다.


“당신은 지금 나가려고 하나요?”라고 물었다. 그녀가 그렇다고 답하자, 내 가방을 의자 위에 놓았다. 두 여성이 나가고, 나는 내 짐을 탁자로 옮기고 막 의자에 앉으려는 순간, 아까 2층으로 올라왔던 여성이 내가 차지한 탁자로 오는 것을 보았다.


저를 향해 "이 자리는 내 것"이라고 주장하며 말을 건넸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불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처음에는 무척 당황했다. 스타벅스에는 내 자리와 네 자리가 따로 없지 않나? 빈 자리가 있으면 앉은 사람이 주인이 되고, 조금이라도 먼저 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우선권이 있다는 내 상식에 비추어 당황스러웠다. 특히 불어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입술이 강력 접착제로 붙은 듯 단 한마디도 내뱉지 못했다. 그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라는 생각만 하며, 처음 앉았던 자리로 돌아갔다.




2. 주변의 따스한 시선

그때 주변 사람들이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 여성분이 불어로 주장하는 그녀에게 중얼거리며 인상을 썼다. 그러다 저에게도 불어로 말을 걸었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자 영어로 "don’t move"라고 말했다. 그녀의 표정과 말투에서, "네 자리니까 가지 말고 계속 앉아 있으라"는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한 남성이 올라와 점잖게 불어로 이야기를 했지만, 그의 말도 알아듣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 여성과 남성을 보며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공감과 따스한 미소를 보내주었다. 순간 화가 나려던 마음이 사라졌다.


나는 붙은 입술처럼 말을 하지 못하고 미소 지으며 주변 사람들의 따스한 시선을 느꼈다. 그들의 미소를 보니 모든 어이없는 감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입술이 찰싹 달라붙어 있기를 잘했네. 어중간한 불어로 다툼이라도 벌였다면, 내 이미지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서도 따스한 미소를 받지 못했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위로 아닌 위로를 받으며 앉아있는데, 내 자리를 차지한 여성과 남성이 일어나 나가려 했다. 그들은 눈으로, 그리고 미세한 소리로 다시 앉으라고 했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은 나에게 자리를 돌려주고 1층으로 내려갔다. 여성분과 함께 온 남자분이 미안한 듯한 눈인사를 하며 나에게 자리로 가라고 제스처를 보였다.


나는 주변 사람들의 응원의 미소를 받으며 그 자리에 앉았다. 컴퓨터와 소지품을 꺼내 놓고 있었는데, 아까 나에게 열렬히 응원했던 여성분이 나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이다. 아까 그들은 이상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행동은 좋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내가 불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는지, 그녀는 영어로 "you are a very calm lady"라고 덧붙였다. 나는 감사의 눈 인사를 한 후 조용히 내 할 일을 시작했다.



3. 인내와 이해의 가치

솔직히 말하자면, 아까 그 여성과 남성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것은 내 심성이 착해서가 아니다. 그 순간 불어가 한마디도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당황하니 머릿속이 하얘져서 어떤 불어도 생각나지 않았다. 만약 한국이었다면 내 권리를 주장하며 작은 다툼을 일으켰을 것이다. 나는 욱하는 성격이라 이런 황당한 일을 당하면 가만히 참지 못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착한 동양 여인’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준 것이 부끄러웠다. 내 거짓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더욱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내 처지를 공감하고 따스한 미소를 보낼 때, 화난 감정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깨달았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결국 사람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는 사실을. 두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지만, 불어로 말 한마디 못한 억울함은 결국 사람들을 통해 위로와 격려를 받으며 사라졌다. 슬픔도 위로도 결국 사람에게서 온다는 것을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


또한 작은 인내와 조그만 참을성이 때로는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만약 내가 강하게 내 권리를 주장했다면 좋은 결과가 있었을까? 서로 ‘내 자리’라고 다투는 모습이 좋게 보일까? 인간의 탐욕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지 않을까?


사람은 더불어 살아간다는 말을 되새기게 되는 하루였다. 오늘처럼 작고 사소한 경우에는 조금 너그럽게 양보하며 살아가기로 다짐한다. 손해를 본다는 느낌이 들더라도, 심각하게 나를 위협하는 일이 아니라면 더 따뜻한 마음으로 남에게 베풀고 이해하면서 살아가고자 한다.


결국, 우리는 서로의 존재로 인해 위로받고 성장한다. 남에게 베푸는 작은 친절이 어느 순간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사람은 결국 사람에게서 희망을 얻기 때문이다. 이 글을 통해, 여러분도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 진정한 인간미를 발견하고, 서로를 향한 따스한 시선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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