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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아름다움과 기쁨을 찾는 여정이다.

에펠탑이 선사하는 행복의 순간

by Selly 정

발자크의 집을 떠나 내린 곳은 에펠탑 광장이었다. 비 오는 날이라서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왔을까? 우중충한 날씨에 비가 내리고, 춥기까지 한데, 과연 사람들이 많이 에펠탑을 보러 올까 하는 호기심과 궁금증에 이끌려 에펠탑에 가보기로 했다.


여전히 에펠탑으로 가는 길에는 각양각색의 무늬를 한 정사각형 천들이 바닥에 펼쳐져 있었고, 은빛, 금빛, 심지어 무지개빛으로 반짝이는 에펠탑 모형 기념품들과 열쇠고리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겨울 털모자들은 빨강, 검정, 노랑 등 다양한 색깔로 가득했고, 비가 오는 날씨 덕분에 호황을 맞은 듯 열심히 에펠탑과 파리 시내의 풍경이 담긴 우산을 들고 호객 행위를 하는 상인들의 모습이 사방에서 눈에 띄었다. 그들은 변함없는 옷차림과 물건들을 가지고 진지하게 장사를 하고 있었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왜 저들은 몇 십 년째 같은 모양, 같은 스타일, 같은 호객 행위를 하고 있을까? 대다수가 아프리카 출신인 그들의 물건은 언제나 반짝이는 에펠탑 모양과 여러 색깔의 열쇠고리들뿐이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이 모습을 보면서 문득 생각했다. 사람은 한 번 어떤 습관에 사로잡히면 변하지 않고 그대로 몇 십 년을 살아가게 되는 것일까? 저 모습이 바로 인간의 모습이며, 나의 모습일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본인은 느끼지 못하고, 오직 주변 인물들만 그 사실을 아는 것처럼, 저들도 본인들은 항상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 이런 생각이 번뜩이며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변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배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잠시나마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의 호객 행위를 무심코 지나치며 드디어 에펠탑 앞에 도착했다. 파리에 살지만 오랜만에 보는 에펠탑이었다. 탑 바로 아래에서 바라보니 그 크기가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이렇게 에펠탑이 컸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비가 오고, 비가 온 뒤라서인지 에펠탑은 깨끗하게 청소된 듯 말끔하고 단정한 모습이었다. 탑은 은빛이 도는 갈색빛과 황토색이 묘하게 섞인 색깔을 띠고 있었다. 마치 2024년을 맞이하여 새 단장을 한 것처럼, 그 색깔은 나름 깨끗하게 되어 있어 새로운 에펠탑을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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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여전히 둘러보고 있었다. 언제나 이곳은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세계의 다양한 인종이 이곳에 모였다. 유럽인, 동양인, 중동인, 아프리카인, 남미인 등.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온갖 언어들이 뒤섞여 내 귀에 들리고 있었다. 영어와 불어 외에는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언어들이 수시로 들려왔다. 아, 정말 에펠탑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 와보고 싶은 곳임에 틀림없구나 하는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분명 한 가지 언어가 아니었다. 에펠탑은 마치 세상의 모든 인종을 한 자리에서 초대하는 듯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세상의 다양한 인종들을 한 자리에서 보고 싶다면, 에펠탑에 오세요!”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였다. 바람은 거세게 불어, 내가 쓴 우산은 자꾸 뒤집히기 일쑤였다. 비는 연하게, 때론 세차게, 또 이슬처럼 부드럽게 내리며 그 모습을 바꿔갔지만, 사람들은 에펠탑 주변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바람을 등지고 열심히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고, 그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행복하고 환한 미소로 가득 차 있었다.


비를 맞고 있어도, 바람에 머리카락이 헝클어지고 얼굴을 스치며 자신들을 괴롭히는데도, 추워서 목도리로 목을 감싸며 몸을 움츠리면서도 그들은 행복해 보였다. 아니, 그들은 정말 행복해하고 있었다. 웃음과 미소가 그들의 얼굴에 피어올랐다.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끄는 엄마는 비에 살짝 얼굴을 찡그리지만, 그녀의 표정은 마치 “그래도 좋아요”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여행을 온 것인지 아이들을 챙기러 온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바빠 보이는 젊은 아빠는 아이들이 다칠까 봐 노심초사하며 부지런히 아이들을 돌보며 에펠탑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때론 짠하게 보이기도 했다. 동시에 문득 스치는 생각은 ‘역시 여행은 젊을 때 와야 하나? 홀몸일 때 오는 게 나을까?’였다. 그들의 모습 속에서 나는 때로는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에펠탑 아래 광장에서 사람들을 실컷 살피고, 지하철 6번을 타기 위해 Trocadero 광장으로 향했다. 이곳은 에펠탑 사진을 찍기에는 최적의 장소로, 에펠탑을 배경으로 한 사진 촬영의 명당이라 할 수 있다. 광장은 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특히 이곳은 ‘야바위꾼’들이 많았다. Trocadero 광장까지 가는 길에도 두 팀을 만났고, 광장에 올라가니 오른쪽과 왼쪽에 또 두 팀의 야바위꾼들이 부지런히 사람들에게 호객을 하고 있었다. 그들 주변에는 여전히 1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제 사람들도 유튜브나 SNS를 통해 야바위꾼들의 행위가 거짓이고 서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것을 알 텐데도, 여전히 그들의 일은 성행하고 있었다. 그들 주위에는 같은 동료인지 아니면 여전히 순진한 관광객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로 붐비는 것은 여전하였다.


에펠탑을 구경하러 온 것이 아니라 에펠탑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을 구경하러 온 나에게 사람들의 모습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왜 사람들은 여행을 하는 걸까? 왜 여행을 하면 우리는 행복한 걸까? 일부러 자기 돈을 쓰면서 먼 나라, 알지 못하는 나라에 오는 걸까?


파울로는 “여행은 아름다움과 기쁨을 발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랄프 에머슨은 “인생은 여행이며, 목적보다는 그 여정이 중요하다”고 정의했다. 심지어 성자 아우구스티누스는 “세상은 한 권의 책이고,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그 책의 한 페이지도 읽지 못한 것이다”라고 단정짓기까지 했다.


이 사람들 외에도 여행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나 또한 여행을 사랑한다. 그리고 지금은 여행작가가 되고 싶다. 내가 알지 못한, 내가 본 적이 없는 건물이 있는 곳, 한 번쯤 맛보고 싶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 세상의 역사가 이루어진 곳,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아름다운 장소들을 방문할 때 느끼는 행복감, 때론 그런 곳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는 뿌듯함과 흐뭇함을 여행을 통해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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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파울로의 여행에 대한 정의가 내 마음에 깊이 새겨진다.

“여행은 삶의 아름다움과 기쁨을 발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 파울로 코엘료


여행은 정말로 아름다움과 기쁨을 발견하는 경이로운 방법이다. 세찬 비바람 속에서도 에펠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수많은 사람들. 그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에펠탑이 선사하는 경이로운 아름다움과 그것을 바라보는 기쁨을 만끽하기 위함일 것이다.


파리의 중세 도시 풍경은 마치 잊혀진 시간 속에서 나를 감싸 안는 듯하다. 세느강 유람선을 타고 흐르는 물결 위로 펼쳐지는 파리의 야경은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답다. 그런 광경을 바라보며, 여행자로서 느끼는 행복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감정이다.


"세상은 한 권의 책이고,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그 책의 한 페이지도 읽지 못한 것이다.-성자 아우구스타누스"


성자 아우구스티누스가 고백한 것처럼, 여행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우리는 각 여행지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배우고, 느끼며, 그 과정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것이다.


여행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들. 한 권의 책을 통해 우리는 단 한 가지라도 배우는 것처럼, 여행이라는 책을 통해 우리는 반드시 한 가지 이상의 가르침을 얻게 된다. 그러나 꼭 무엇인가를 배우지 않더라도, 여행은 그 자체로 즐겁지 않은가? 유명한 관광지를 간다는 생각이 드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이미 행복해지지 않는가? 내가 꼭 방문하고픈 장소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나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주지 않나?


그렇다. 나는 여행을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안겨주는 ‘마술 지팡이’라고 말하고 싶다. 파리의 에펠탑에 이끌어준 이 마술 지팡이는 사람들을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마술 지팡이를 쥐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기분이 좋은가? 언제든지 이 마술 지팡이를 사용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천하를 얻는 기분이 아닐까? 여행을 가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순간, 우리는 이미 기쁘고 행복해진다.


여행은 단순히 유명한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사람들과의 소통과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다.

여행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나만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관찰자의 위치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배우는지를 기록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 속에서 내면의 변화가 일어난다.

어떤 이들은 여행을 통해 자신을 잃고 다시 찾기 위해, 혹은 일상의 답답함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떠날 것이다.

결국, 여행이 주는 진정한 의미는 단순한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 속에서 우리가 나누고 배우는 것들이다. 여행은 특정한 장소를 탐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문화를 이해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해주는 매개체라고 말하고 싶다.

여러분은 여행을 어떻게 정의하고 싶은가요? 여러분에게 있어서 여행은 무엇인가요? ‘여행’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어떤 마음이 드나요?


아름다움과 기쁨을 발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 여행을 통해 여러분이 진정한 행복을 느끼길 바란다. 여행은 우리에게 삶의 깊이를 더해주는 소중한 경험이니, 그 순간순간을 마음껏 누리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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