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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의 만난 아들과의 행복한 여행

여행에서 느끼는 특별한 순간들

by Selly 정


1, 12년 만의 재회와 여행

1월 2일, 오늘은 둘째 아들과의 특별한 날이다. 마음이 몹시 두근거린다. 아침부터 무엇을 만들까, 어떤 반찬을 준비할까, 아들이 얼마나 변했을까, 얼마나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있다. 스카이프와 줌, 카톡으로 얼굴을 보았지만,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12년 만이라서 설레는 마음이 가득하다. 어제 거금을 들여 시장에서 구입한 재료들로 분주하게 반찬을 만들기 시작한다. 뛰어난 음식 솜씨는 아니지만, 내 정성을 다해 맛있게 만들어 보려 애쓴다.

딸은 오빠들을 마중하러 *Aéroport Charles de Gaulle*로 향한다. “엄마는 오빠들 올 때까지 집 정리하고 반찬 만들고 있을 테니 얼른 갔다 오라”고 손을 길게 내 저으며 딸을 내보낸다. 그렇게 3-4시간이 흐른 뒤, 드디어 둘째 아들이 들어온다. “아이고 엄마!” “어머 노아야, 네가 이렇게 컸어? 네가 이런 모습이었어? 어머, 엄마는 정말 밖에서 보면 몰라보겠다!” “네, 엄마, 저예요. 한 번 안아봐야죠!”

어머나, 노아야! 아들을 12년 만에 안는다. 참으로 어색하다. 16살의 앳띤 소년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어느새 훌쩍 자란 청년이 내 앞에 서 있다. 키도 생각보다 훨씬 크고, 어깨도 쩍 벌어져 있다. 그 중학생 시절의 모습이 웃을 때 살짝 보인다. 한참을 아들을 보고 또 본다. 그리고 배고프고 시장할까 봐 얼른 준비한 음식들을 한 상 거나하게 차려준다.

배고파서인지, 식사 습관이 되어버린 것인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벌써 식사를 끝내버린다. 그 모습이 왠지 더 마음이 아프다. 정신없이 먹는 모습이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늘 바쁘게 살아야만 했던 습관이 어느새 순식간에 밥을 먹는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아 마음이 퉁하니 아파온다. “천천히 먹어라. 왜 이렇게 급하게 밥을 먹어?” “이것이 습관이 되어버렸어요. 늘 열심히, 쫓기듯 살아야 하니, 어느새 빨리 먹게 되어버린 것 같아요.” 마음이 많이 아프다.

그래도 그 모습조차 넘 사랑스럽다. 보는데 매우 흐뭇하다. 얼굴에 웃음과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그렇게 오후에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아들은 예약해둔 *Airbnb* 숙소에서 조금 잠을 잔 후 저녁에 잠깐 여행하며 맛있는 프렌치 식당에서 저녁을 맛있게 먹자고 한다. “제가 맛있는 음식으로 엄마를 대접하겠다고요.” 너무나 행복하다. 아들이 자라서 직장을 다니고, 돈을 벌고, 아들이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엄마에게 맛있는 것을 대접한다고 하니, 그렇게 기쁘고 행복할 수 없다. 부모로서 느끼는 행복이 이것이구나! 하고 새삼 깨닫는다.

25일부터 저녁부터 저와 둘째 아들과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Place de la Concorde*에서 펼쳐진 *Marché de Noël*의 화려한 조명과 따뜻한 향기가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미소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Jardin des Tuileries*에서의 *Marché de Noël*는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반짝이는 조명과 함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각종 놀이기구가 있는 광장에서의 즐거운 소리와 함께, 밤 늦은 시간 *Musée du Louvre*의 아름다운 빛의 향연 앞에서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으며 행복한 순간을 기록했다.

박물관 근처에 있는 근사한 식당에서 레드 와인을 곁들인 프렌치 로컬 푸드를 맛보며, 아들과의 소중한 시간을 만끽했다. 그 순간, 세상의 모든 행복이 내게 쏟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12년 만의 재회와 여행, 그리고 아들과의 소중한 추억이 내 마음속에 깊이 새겨졌다.


2, 파리의 하루 하루

26일 아침, 시차 적응으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푹 잠을 자고 나니, 오후가 훌쩍 지나버렸다. 드디어 여행의 시작! 우리는 *루브르 박물관*으로 향했다. 그곳은 마치 예술의 바다에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었다. 3시간 이상을 걸으며, 모나리자의 미소에 매료되고, 어마어마하게 큰 대형 그림들 앞에서 감탄을 연발했다. “여기서는 최소한 2-3번은 와야 해!” 아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엄마로서의 기쁨이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 좋은 곳을 소개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이었다.

이후, *K마트* 근처의 일본 라멘집에서 푸짐하고 짭짤한 우동을 배불리 먹고, *에펠탑*으로 향했다. 에펠탑의 계단을 오르며 숨이 차오르는 순간, 둘째 아들이 뒤에서 나를 받쳐주었다. “엄마, 천천히 올라가세요. 제가 도와줄게요.” 그 말이 얼마나 감동적이던지! 아들이 이렇게 성장해 엄마를 생각해주는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았다.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사랑받는 엄마가 되어도 괜찮은가?” 하는 행복감이 밀려왔다. 동생을 챙기고, 엄마를 챙기는 아들의 모습이 대견스러워,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다음 날, *베르사이유 궁전*에 갔다. 미리 티켓을 예매하지 못해 아쉽게도 궁전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프티 트랭(Petit Train)*을 타고 정원을 한 바퀴 도는 여행을 즐겼다. 궁전 안으로 들어가는 여행은 다음을 기약하고, 다시 *RER C*를 타고 *노트르담*을 보기 위해 *Saint Michel*에 도착했다. 이미 늦은 저녁이라 노트르담의 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다. 저녁 불빛에 비친 노트르담의 정면은 묘한 매력을 풍기며, 우리는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아들이 이탈리아 음식을 맛보고 싶다는 소원과 함께, 화려한 꽃들로 장식된 이탈리아 식당에 가서 화이트 와인과 함께 가성비 좋은 맛있는 음식을 실컷 즐겼다.

28일, 3일간의 렌트카를 빌려 *몽생미셸*로 향했다. 4시간의 긴 여정 끝에 오후 5시 30분이 넘어서야 도착했다. 불이 켜진 섬을 둘러보며, 간간히 비춰지는 불빛들로 몽생미셸의 야경을 사진에 담았다. 이곳 또한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4시간가량 달려 파리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Caen*이라는 도시에서 옛 성을 둘러보며 식당을 찾아 헤매는 웃픈 에피소드가 생겼다. 그 생각을 하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퍼진다. 결국 케밥집에서 배부르게 케밥을 먹고, 밤 1시가 다 되어 파리에 도착했다.

29일 오전,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린 후, 오후에는 *Château de Fontainebleau*에 갔다. 파리에서 1시간이 조금 넘는 거리였지만, 아들에게 멋진 곳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외곽까지 갔다. 다행히 아들은 정말 좋아했다. “미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옛 프랑스 군정국가의 화려함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라고 여러 번 말하며 기뻐했다. 아들이 좋아하니 내 마음도 행복으로 가득 찼다. “잘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행복감이 밀려왔다.

저녁은 비싼 프렌치 식당에서 맛있는 저녁식사를 즐겼다. 저녁 후, 파리에 오면 빼놓을 수 없는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를 걸었다. 개선문 위에서, 그리고 샹젤리제 거리를 걸으며 정말로 행복해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나 또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마가 된 듯한 착각 속의 뿌듯함을 느꼈다.

이제 아들이 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벌써 일요일이 되었고, 마지막 하루, 월요일을 앞두고 있다. 일요일 저녁, 늦은 피곤함으로 오후부터 일정을 잡았다. 노트르담 성당 안을 방문하기로 했다. 노트르담에서 구석구석 구경하고 사진을 찍은 후, 마지막 코스인 *몽마르트 언덕*에 올라갔다.

이렇게 아들과 함께한 파리의 하루하루는,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3, 몽마르트의 마지막 저녁


*몽마르트 언덕*에서 웅장하고 성당의 아름다움에 탄성을 자아내게하는 *사크레 쾨르 대성당(Basilique du Sacré-Cœur)*도 방문해 기도를 드리고, 몽마르트 언덕에서 파리 시내를 바라보며 온갖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몽마르트뜨 언덕의 중심가에 위치한 아늑한 식당에서, 우리는 근사하고 맛있는 프렌치 로컬 음식을 마음껏 즐겼다. 테이블 위에 놓인 유리잔이 반짝이며, “Pour santé!”라는 외침과 함께 잔을 부딪히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오붓하고 즐거운 시간 속에서, 12년 만에 만난 아들과의 5박 6일의 꿈같은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31일 아침, 비행기로 미국 시민이 된 둘째 아들은 다시 본인의 삶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7시간의 비행 시간이 지난 후, “미국에 잘 도착했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6박 7일간의 엄마가 있는 파리 방문한 아들과의 여행은 그렇게 순식간에 지나갔다. 지금 생각해도 꼭 꿈을 꾼 것 같다. 마치 ‘한 여름밤의 꿈’을 꾼 듯한 기분이다. 하루하루가 참으로 알차게 보낸 시간이었다.

이틀 동안 저녁에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마시며 유리잔을 부딪히며 “Pour santé!”를 외쳤던 기억이 지금도 가슴 깊이 아련하게 전해져온다. “정말 좋았어요”라는 아들의 진심 어린 말이 마음속 깊이 여전히 감동의 울림으로 따뜻하게 다가온다. 2024년 12월 마지막 한 주는, 산타 할아버지가 주신 감동 어린 크리스마스 선물 같았다. 이런 마음 찡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요즘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 문장력과 어휘력을 기르기 위해서다. 6박 7일간 아들과의 여행과 순간순간 내가 느꼈던 마음과 생각, 기분을 글로 표현하고 싶지만, 그에 맞는 단어가, 어휘가 도대체 떠오르지 않는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내가 느꼈을 기분과 마음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문장으로 쓰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어 정말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그러나 표현할 수 없는, 너무나 건조한 단어로 표현될지라도, 이렇게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다. “정말로 행복했다고, 정말로 즐거웠다고, 정말로 엄마로서 자랑스러웠다고, 분에 넘치는 엄마 대접을 받은 것 같아 감동했다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엄마는 말할 수 있다. “아들, 고마워. 그리고 부모 없이 미국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았지만, 참으로 멋지게, 늠름하게, 어디다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성장해 줘서 고맙다.”라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전할 수 있다.

그리고 꼭 25년 5월에 다시 파리에서, 그리고 7월에 한국에서 다시 만나자!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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