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의 공포 속에서 느낀 기도의 의미와 평화의 소중함
"기도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다."-조지 뮬러
"기도는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다."-헨리 나우웬
"기도는 하늘에 닿는다."-한국속담
2012년, 남편이 있는 나라에 내전이 발발했다. 대한항공 전세기를 타고 한국인 모두가 그 나라를 떠났지만, 남편만은 홀로 남았다. 남편이 속한 회사의 사장을 비롯해 직원들 대부분은 각자의 고향이나 집으로 숨어들었다. 필리핀과 방글라데시 직원 몇 명과 남편을 제외한 거의 90%의 직원들은 자국으로 돌아가거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로 몸을 피했다.
처음 내전이 발발했을 때는 전쟁을 직접 겪어본 적이 없었기에, 포탄과 총알의 빗발치는 소리가 얼마나 끔찍한 공포를 안겨주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내전이 시작되면서 밤마다 따다다 퍼붓는 총소리와 쿵쿵쾅쾅 울리는 대포 소리가 도시를 뒤흔들었다. 쓩슝 소리를 내며 아파트 바로 위를 날아다니는 전투기의 굉음은 심장을 조여왔다.
혹시나 창문 틈으로 불빛이 새어나갈까 두려워 두꺼운 커튼을 창문마다 드리웠다. 촛불 하나를 켜놓고 이불 속에서 주먹을 꽉 쥔 채 덜덜 떨며 가슴 졸이는 기도를 쏟아냈다. 아이들과 함께 숨죽인 채 깜깜한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전쟁이 끝나길 간절히 바랐다.
그 도시는 마치 숨을 멈춘 듯 적막했다. 거리는 텅 비었고, 간간이 들려오는 총성과 폭발음만이 공기를 갈랐다. 하늘은 때때로 폭격의 불길로 붉게 물들었고, 건물들은 어둠 속에서 무겁게 서 있었다. 공포는 짙은 안개처럼 도시를 휘감았고, 그 안에서 가족의 안전만을 염원하며 버텼다.
“주님,
이 시대의 두려움과 고통 속에서 저를 인도해 주옵소서.
저에게 용기와 지혜를 주시어,
평화의 길을 찾고 안전을 기원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게 하시고,
서로를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주소서.
이 세상의 고통을 나누고,
모두가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시길 기도합니다.- 마틴 킹 주니어의 기도”
남편은 회사에서 돌아올 수 없었다. 하늘과 땅, 거리 곳곳이 군인들로 가득했고, 쉴 새 없이 빗발치는 총성과 폭발음으로 인해 누구도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았다. 남편은 회사에 고립되었고, 아파트에 남은 나와 아이들 역시 죽음과 같은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뎠다.
한낮의 총성이 잠시 잦아든 틈을 타 남편과 전화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서로의 안전을 걱정하며 기도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초등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과 손을 꼭 맞잡고 간절히 하늘을 향해 기도했다. 남편과 가족의 안전을 지켜주시길, 이 나라에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길 심장을 부여잡고 간절히 염원했다.
정부군이 도시를 장악하면서 잠시나마 총성과 대포 소리가 멈췄다. 밤마다 요란한 굉음을 내며 아파트 하늘 위를 날아다니던 전투기도 잠잠해졌다. 두꺼운 커튼으로 낮에도 어둑했던 집 안에 오랜만에 햇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1주일 만에 남편은 아이들을 위한 식량을 가득 안고 회사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가족 모두가 손을 맞잡고 평온한 하루를 감사하며 기도를 드렸다.
“주님,
제게 주신 모든 것에 감사드립니다.
당신의 사랑과 은혜가 제 삶을 가득 채우고,
매일매일의 작은 기적에 감사하게 하소서.
이제껏 저를 인도하시고 지켜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저를 이끌어 주시길 기도합니다.-메리 앤 에버리(Mary Ann L. Avery)의 기도”
내전은 쉽사리 끝나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정부군이 우리가 머문 지역을 다시 탈환하면서 오랜만에 평화의 시간이 찾아왔다. 관리자로서의 책임과 회사에 남아있는 외국인 직원들을 위해, 남편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전쟁의 틈을 타고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한국 정부의 지시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이 나라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창문 틈으로 빛이 새어나갈까 두려워하며 촛불 켜놓고 지낸 1주일 동안, 전쟁의 공포와 죽음의 두려움을 뼈저리게 실감했기에 이 나라를 떠나는 것에 미련 없이 동의했다.
남편을 뒤로한 채, 정부가 보내준 천안함을 타고 Malta로 향했다. Malta에서의 3개월 동안, 아침저녁으로 간절히 부르짖었던 기도는 남편의 안전과 그 나라의 평화를 위한 것이었다.
기도는 신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삶을 맡기며, 그의 인도를 바라는 행위다. 기도 속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어려움 속에서 안전과 평화를 기원한다. 감사의 표현으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용서를 구하기 위해, 또는 방향성을 찾기 위해 기도한다. 기도할 때면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과 희망을 느끼며, 겸손한 마음이 생긴다.
Malta에 머무는 동안 내전은 서서히 종식되어 갔고, 정부군과 반란군 사이에 평화 협정이 맺어졌다. 남편의 회사도 직원들이 하나둘 돌아오면서 차츰 안정을 되찾아갔다. 전쟁이 끝나가면서 Malta에서의 삶도 평화로워졌다. 곧 남편과 재회할 날을 기다리며,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품었다.
내가 기도할 때,
내 영혼이 하늘로 날아오르네.
어둠을 뚫고 나오는 빛,
희망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모든 상처가 치유되길,
모든 슬픔이 사라지길 기도하네.
세상의 고통을 안고,
나는 여전히 일어선다.
기도는 나의 힘,
사랑은 나의 길.
이 세상에 평화가 깃들기를,
내 마음의 소망을 담아 기도하네.
-마야 안젤루의 기도
내전의 공포 속에서 기도는 내게 작은 위안이었다. 마야 안젤루의 기도문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내 영혼이 하늘로 날아오르네." 이 구절이 가슴에 와 닿았다. Malta에서의 시간, 남편을 위해 올린 기도,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한 순간들... 모든 것이 기도였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며 깨달았다. 기도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 속 작은 희망이란 걸. 이제 나는 매일 조금씩,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 마야 안젤루의 말처럼, 여전히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