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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이사, 박스, 추억, 새 출발, 초보 시인의 감성

by Selly 정

이사

박스야 너는 내 인생의 친구

어디서 왔니? 수퍼 아저씨한테

공짜로 얻어온 네가 지금은

내 방 구석구석 도사리고 있어


옷들아, 너희 어떡할래?

이거 입을까? 저거 말까?

머리가 아파 죽겠네

버릴까? 말까? 고민돼


테이프로 쫙쫙 감싸매고

이름표 막 붙이고

어느 박스에 뭐가 들었는지

나도 모르겠어 헷갈려


옛집아, 너무 그리울 거야

매일 가던 빵집

별 세 개 맛있는 빵

다시 못 먹을까 봐 아쉬워


버스 정류장, 지하철역

다 잘 있어라~ 안녕~

이제 새로운 집으로 간다

어드벤처 시작이야!


트럭 타고 출발할 때

뒤돌아보며 외치네

"안녕, 옛집! 잘 있어!"

새로운 세상으로 고고싱~



이사를 준비하며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히는 순간, 마치 머리 속에서 작은 폭풍이 일어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이 많은 물건들을 어떻게 포장해야 할지, 그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포장할 종이 박스는 어디서 구해야 할까요? 이사 후에는 누가 이 모든 짐을 8층 아래까지 옮겨줄까요? 파리의 인건비는 너무 비싸고, 차량을 부르는 것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니, 도대체 어떻게 이사를 해야 할까요? 이사를 가기 전 몇 달 동안 고민하고 궁리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마치 끝이 없는 미로에 갇힌 듯한 기분입니다.


누구를 부를까? 누구에게 부탁할까? 이리저리 생각이 떠돌며, 옷들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이 옷은 어떻게 할까? 이 옷은 누구에게 줄까? 내년에 이 옷을 또 입을 수 있을까? 아니면 더 이상 입지 않을까? 이 옷은 어때, 저 옷은 버릴까? 아니면 팔까? 매일 밤, 이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며 잠을 설치게 만듭니다. 이사할 때 짐이 많으면 도와주는 사람들도 힘들어지니까요. 그리고 이사 갈 집은 물건을 둘 공간이 부족하니, 이건 버리고 가야겠다고 결심합니다. 이건 당근마켓에 팔아야겠고, 저건 너무 낡고 헐었으니 이참에 버리고 새 것으로 사야겠네요. 버릴 것과 가져갈 것을 요리조리 재어보며 두 구분으로 나누고, 편가르기를 열심히 합니다. 가져갈 목록에 올려두고 며칠이 지나면 다시 생각을 고쳐먹고 버릴 장소로 옮겨 놓습니다. 몇 번을 고심 끝에 버리기로 결심해놓고, 또 살펴보며, "아니야, 이건 꼭 가져갈 물건이야!" 하며 가져갈 품목 속에 다시 넣습니다.


이렇게 하기를 몇 달, 몇 일이 지나고, 평소에 자주 갔던 슈퍼마켓 주인에게 공손히 인사드린 후, 종이 박스를 공짜로 가져옵니다. 큰 것, 작은 것, 더 작은 것 등 일단 있는 대로, 주는 대로 가져옵니다. 하나 둘씩, 종이 테이프와 밧줄을 가지고 묶고 붙이며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꽁꽁 싸맵니다. 혹시라도 이사하면서 종이 박스가 터질까 염려되어 위아래를 테이프로 두 번, 세 번 야무지게 감습니다. 다 싸여진 박스 위에는 네임 스티커를 붙이고 그 위에 이름을 적습니다. ‘겨울 옷’, ‘아빠 것’, ‘엄마 것’ 등등. 다시 한 번 네임텍 위에도 유리 테이프로 단단하게 휙 감아줍니다. 그렇게 방 안 구석구석에 유리 테이프로 꽉 쪼여진 박스들이 여기저기 하나 둘 쌓이기 시작합니다.


이사 갈 날이 가까워질수록 방 안은 이사짐들로 가득 차 발 디딤 틈이 점점 사라져갑니다. 여기도 종이 박스, 저기도 종이 박스가 사방에 놓여 있습니다. 종이 박스 위에 적힌 이름표가 없으면 생김새가 비슷비슷해 쌍둥이처럼 보여서 무엇이 무엇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포장된 종이 박스들로 온 집안이 채워져 갈 무렵, 드디어 이사가는 날이 내일로 다가옵니다. 도와줄 사람들도 1주일 전에 이미 섭외했습니다. 주변 지인들이 기꺼이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그동안 좋은 덕을 쌓아온 것을 다행으로 여깁니다. 짐들을 운반할 트럭도 전문 이사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지인의 도움으로 순조롭게 해결되었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이사를 간다는 설렘과 긴장감이 교차합니다.


밖으로 나가서 3년 동안 정들었던 곳곳을 천천히 둘러봅니다. 발걸음이 가벼운 듯 무거운 듯, 자주 갔던 별이 세 개나 가진 맛있는 빵집, 거의 매일 들렀던 G20 가게, 모노프리 슈퍼마켓, 약국, 그리고 집에서 가까운 공원까지, 하나하나의 장소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느껴집니다. “여기는 작지만 사계절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공원이었지. 이 집 빵은 정말 맛있었고, 직원들은 언제나 친절했지. 교통도 참 편리했어. 버스 정류장도 가까웠고, 지하철역도 금방이었지…” 아쉬운 마음에 발걸음이 차마 옮겨지지 않습니다. 튀니지에서 파리로 올 때부터 나의 첫 고향처럼 느껴졌던 이 지역을 떠나려니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정들었던 이웃들과 장소들을 떠난다는 것은 마치 커다란 상실처럼, 마음 한 구석을 허전하게 만듭니다. “떠날지라도 자주 와야겠어.” 다짐을 해봅니다. 이곳은 정말 살기 좋은 곳이니까요. 누구에게든 추천할 만한 지역이라는 생각에, 나의 우연한 선택의 탁월성에 은근한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내일 아침부터 시작되는 이사를 위해 밤새 남은 짐을 모두 박스에 넣고 포장을 합니다. 몸에 지니고 이사 갈 수 있는 가방만을 남겨놓고, 아직 포장이 되지 않은 모든 짐들을 내 어깨와 등에 짊어질 가방 안에 쑤셔넣습니다. 모든 이사 준비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집 안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빠트린 게 없나, 놓고 간 물건은 없나 여기저기 샅샅이 살펴봅니다. 온 집안이 깨끗합니다. 처음 내가 이곳에 왔던 모습 그대로가 다시 제 눈앞에 펼쳐집니다. 집 주인의 물건만 남겨두고 내 짐들을 모두 빼니, 처음 이 집에 왔을 때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시원하면서도 동시에 섭섭한 기분이 듭니다. 새로 살게 될 집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알 수 없는 공허함이 몰려옵니다.


“안녕, 잘 있어. 그동안 이곳에서 정말 행복하게 잘 살았어. 고마워. 너를 잊기가 쉽지 않을 거야. 여기는 정말 좋은 동네였어. 다시 올 수 있다면 꼭 다시 오고 싶어. 안녕, 이제 정말 간다. 잘 있어라.” 작별 인사를 속으로 건넵니다. 몇 번을 뒤돌아본 후, 다시 한 번 집안을 레이다 망원경처럼 둘러본 뒤 작별 인사를 하고 트럭 위에 올라탑니다. 차 안에서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려 살았던 동네와 집을 올려다본 후, 과감히 동네를 떠납니다. 더 이상 고개는 돌리지 않습니다. 이사 갈 집에 대한 새 희망을 안고 씩씩한 마음으로 “앞으로 go!” 외칩니다. 새로운 시작을 향한 발걸음이 설레임으로 가득 차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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