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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그림자, 마리 앙트와네트의 감옥, 콩시에르쥬

센 강변에 드리운 중세의 그림자

by Selly 정


파리의 심장부, Île de la Cité (일 드 라 시테)에 자리한 La Conciergerie (콩시에르주리). 오늘 나는 이 역사의 무게를 고스란히 품은 건물을 찾았다. Seine (세느) 강 의 잔잔한 물결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가운데, 중세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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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겨울의 Paris 하늘은 이미 어스름이 깃들기 시작했다. La Conciergerie 의 고딕 양식 첨탑이 회색빛 하늘을 배경으로 위엄 있게 솟아올랐다. 6세기의 먼 과거로부터 시작된 이 건물의 역사가 마치 시간의 강물처럼 눈앞에 흐르는 듯했다.


La Conciergerie는 Paris (파리) 최초의 궁전이자 형무소로, 그 역사적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한때는 왕들의 화려한 궁전이었다가, 14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차갑고 음울한 감옥으로 변모한 이곳. 그 역설적인 운명이 가슴 한켠을 아리게 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서늘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높다란 천장과 웅장한 기둥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과거의 영화와 비극을 동시에 속삭이는 듯했다. 발걸음마다 '툭툭' 울리는 소리가 텅 빈 공간을 채우며, 마치 수세기 전 이곳을 거닐었던 이들의 발자국 소리와 겹쳐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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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Conciergerie (콩시에르주리)에서는 la Révolution française (프랑스 혁명)의 암울한 역사를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철컥" 소리와 함께 열린 Marie-Antoinette (마리 앙투아네트)의 감방. 76일간의 고독과 절망이 배어있는 이 작은 공간에 들어서자 숨이 막힐 듯했다. 창밖으로 비치는 희미한 빛줄기가 그녀의 마지막 날들을 상상하게 했다. 벽에 걸린 그녀의 옷가지들과 바닥에 놓인 낡은 신발이 말없이 그 시절을 증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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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e-Antoinette (마리 앙투아네트)유물과 수감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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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의 모습과 혁명당시 수감되고 처형된 사람들의 이름들




이곳에서는 다양한 전시물을 볼 수 있다. 중세 주방, Salle des Gens d'Armes (살레 데 장 다르메, 거대한 식당), 혁명 시대의 방들, 그리고 죄수 등록실, 예배당 등이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2016년 12월부터 도입된 증강현실 서비스인 Histopad (히스토패드)를 통해 과거의 모습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복도를 따라 걸으며 만난 예배당. 높은 천장을 향해 솟구치는 기도 소리가 아직도 메아리치는 듯했다. 죄수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이곳에서, 나는 잠시 눈을 감고 그들의 간절함을 느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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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실과 예배당과 당시 사용한 커다란 부엌




La Conciergerie 의 외관 또한 인상적이다. Bonbec Tower (본벡 타워), Silver Tower (실버 타워), César Tower (카이사르 타워), 그리고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Clock Tower (시계 타워) 등 네 개의 고딕 타워가 건물을 둘러싸고 있다. 각 타워마다 그 이름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전해져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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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계단을 오르내리며, 손끝으로 거친 벽면을 만지작거렸다. 그 차가운 감촉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듯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에서, 나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조용히 넘기고 있었다.

La Conciergerie (콩시에르주리)를 나서며 뒤돌아보았다. 어둑해진 하늘을 배경으로 고딕 건물의 실루엣이 마치 시간을 초월한 듯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오늘의 방문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과거와의 조용한 대화였다. La Conciergerie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우리에게 역사의 소중함과 인간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려주고 있었다.


Paris의 밤이 깊어갈 때, 나는 La Conciergerie에서의 시간 여행을 마음에 담아 돌아왔다. 그곳에서 만난 역사의 숨결과 인간 드라마는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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