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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와 진실 사이

우리의 성장이야기

by Selly 정


나는 피곤한 표정으로 부엌에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나는 거실을 힐끗 바라보았다. 내 딸 엘리스는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엘리스, 숙제는 했니?" 나는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엘리스는 놀라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어... 거의 다 했어요, 엄마."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또 그 말이구나. 어제도 그렇게 말했잖아."


엘리스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엄마, 저 진짜 거의 다 했다니까요. 영어 에세이만 조금 남았어요."


나는 인내심이 바닥나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엘리스, 매일 이런 식이야. 네가 숙제를 미루는 동안 난 일하고 집안일하느라 녹초가 돼. 좀 책임감 있게 행동해줬으면 좋겠어."


엘리스는 눈을 굴리며 대꾸했다. "알았어요, 알았어요. 지금 할게요."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내 태도가 너무 공격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안해, 엘리스. 엄마가 너무 피곤해서 그만... 우리 잠깐 얘기 좀 할까?"


엘리스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엘리스 옆에 앉아 말했다. "엘리스야, 너도 알겠지만, 우리 속담에 '핑계 없는 무덤 없다'라는 말이 있어. 이건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를 감추려고 핑계를 대기 마련이라는 뜻이야."


엘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마크 트웨인이 말했듯이, '진실을 말하면 아무것도 기억할 필요가 없다.' 정직하게 살면 거짓말을 기억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


엘리스는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엄마도 어렸을 때 핑계를 대본 적 있어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지. 내가 어렸을 때 있었던 일을 하나 들려줄게. 한번은 내가 숙제를 하기 싫어서 '강아지가 숙제를 먹어버렸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린 적이 있어. 그런데 그 거짓말 때문에 더 큰 곤란에 빠졌지. 결국 진실을 말하고 용서를 구해야 했어."


엘리스는 궁금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럼 선생님은 뭐라고 하셨어요?"


"선생님께서는 오히려 내 정직함을 칭찬해주셨어. 그리고 이런 말씀을 해주셨지.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이 진정한 용기다.'"


엘리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엄마, 사실... 영어 에세이가 어려운 건 맞지만, 제가 미루고 있었어요. 죄송해요."


나는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엘리스. 이제 함께 영어 에세이를 작성해보자. 어려운 부분은 내가 도와줄게."


그날 저녁, 우리는 완벽하진 않지만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엘리스는 숙제를 조금이나마 진전시켰고, 나는 딸에게 조언을 해주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이후로도 갈등은 여전히 있었지만, 우리는 조금씩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완벽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나는 때때로 인내심을 잃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엘리스도 가끔 반항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법을 배웠고, 갈등이 있을 때마다 대화로 해결하려 노력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엘리스는 조금씩 책임감을 갖기 시작했고, 나도 딸의 노력을 인정하며 칭찬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관계는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개선되어 갔다.


어느 날 저녁, 엘리스가 먼저 제안했다. "엄마, 오늘은 제가 설거지 할게요. 엄마는 좀 쉬세요."


나는 놀라면서도 기쁜 마음으로 딸을 바라보았다. "고마워, 엘리스. 네가 이렇게 자발적으로 나서니 정말 기쁘구나. '작은 친절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있잖아. 네 작은 배려가 우리 가족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


이렇게 우리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관계를 만들어갔다. 우리는 여전히 갈등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갔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부모로서의 진정한 역할을 깨달았다.


단순히 규칙을 정하고 지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와 관심으로 아이를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엘리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녀의 고민과 어려움에 귀 기울이며,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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