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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여행을 시작하며

by Selly 정

# 새벽을 가르는 여행자의 시간


비행기 출발은 아침 6시 10분. 보딩 타임은 5시 30분부터였다. 규칙처럼 따라붙는 ‘2시간 30분 전 도착’의 압박 때문에, 나는 새벽 2시에 집을 나서야 했다. 이 애매한 시간대란, 저녁잠을 자기도, 새벽에 잠들기도 어정쩡하다. 결국 결심했다. 일찍 공항에 가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여유로운 새벽을 맞이하자고.

딸이 볼트(Bolt)를 불렀다. 새벽 1시 40분쯤이었다.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답신이 왔다. 곧 도착한다는 기사님의 말. 역시 새벽이라 손님이 없나 보다. 이렇게 빠를 수가! 서둘러 나갈 준비를 하고, 문을 나서니 볼트 기사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파리 12구에서 샤를 드골 공항까지 38유로. 저녁 시간대에 56유로였던 걸 생각하면, 18유로나 절약한 셈이다. 새벽의 조용함과 함께, 지갑도 가벼워지지 않아 기분이 좋았다. 35분 만에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했다.

터미널 2. 인천공항의 북적임을 상상하며 도착한 공항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새벽 2시의 공항은 사람도, 가게도 모두 잠든 시간이었다.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 들고, 적당한 의자에 앉았다. 이렇게 이른 새벽 비행은 처음이라, 공항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게 오히려 불편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새벽 비행이라면 너무 일찍 올 필요가 없다는 것, 그리고 대부분의 가게는 5시 30분이 넘어야 문을 연다는 사실도 새롭게 배웠다. 좋은 경험이었지만, 미리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피곤한 눈을 비비며 불편한 의자에 앉아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보딩 타임을 준비하는 항공사 직원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5시 30분이 가까워지자, 공항은 점점 활기를 되찾았다. 청소하는 사람들, 보딩 준비하는 직원들, 안전요원들의 점검 모습까지. 그래, 이게 바로 공항의 진짜 모습이지.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갑고 친숙했다.

보딩패스와 까다로운 출국 심사를 마치고, 드디어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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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 상상 그 이상의 공항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 나는 작은 공항을 떠올렸다. 인천공항만큼 크고 화려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웬걸, 어마어마하게 크고 웅장한 공항이 나를 맞이했다. 브랜드 매장들, 화려한 인테리어, 관광객을 위한 상업 인프라까지. 1시간 40분의 대기 시간이 지루할 틈도 없을 만큼 볼거리로 가득했다.

몇 년 전 바티칸 여행 이후 오랜만에 다시 만난 로마. 공항에서부터 설렘이 밀려왔다. ‘조만간 로마 여행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짧은 대기 시간이 아쉬울 정도였다.



# 여행, 새로운 시작

2시간 남짓의 비행을 마치고, 여러 출국 수속을 거쳐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남편과 우리를 픽업하러 온 드라이버와 함께 먹은 아랍 음식은 의외의 맛으로 피로를 달래주었다. 파리에서 케밥이나 슈와르마를 사 먹던 기억이 몽글몽글 떠올랐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에서의 피로와 새로운 여행의 설렘이 뒤섞인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내일의 여행을 꿈꾸며, 오늘 하루의 피곤함을 달콤하게 풀었다.

여행의 시작은 늘 설렘과 약간의 불편함이 공존한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모여, 나만의 특별한 여행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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