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가 숨 쉬는 항구 시장에서
지중해 항구의 중간 규모 생선시장은 단순한 장터가 아닌, 바다 내음과 사람들의 생기가 어우러진 살아있는 공간이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마치 바다와 시장이 한 몸처럼 느껴지는 곳. 정어리, 도미, 고등어, 붉은 숭어, 개상어부터 작은 참치, 새우, 조개류까지 바다의 작은 세계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상인들의 열정적인 호객 소리가 시장을 채우는 가운데, 내 시선을 사로잡은 건 싱싱한 생선이 아닌 초등학교 5~6학년쯤 되어 보이는 소년이었다. 아버지 옆에서 생선을 가지런히 놓고, 손님이 고른 생선을 비닐봉지에 정성스레 포장하는 그의 손놀림은 어색함 없이 능숙했다. 어린 나이부터 부모를 도와 장사를 배우는 문화 속에서, 그는 단순히 돕는 것이 아닌 인생의 수업을 받고 있었다. '아랍 상인들의 뛰어난 장사 수완'이라는 수수께끼의 답을 눈앞에서 발견한 듯했다.
# 숯불 위에서 춤추는 바다의 맛
가장 마음에 드는 가게에서 새우와 도미, 낙지를 구입해 근처 숯불구이 식당으로 향했다. 검은 숯불이 피어오르는 작은 공간, 대여섯 개의 테이블이 놓인 소박한 식당에서는 이미 몇몇 손님들이 구워진 생선을 맛있게 즐기고 있었다. 생선은 별도의 세심한 손질 없이 그대로 석판 위에 올려져 구워졌다.
처음엔 위생에 대한 걱정이 들었지만, 노릇노릇 그을린 도미와 새우, 고소한 숯불 바게트가 테이블 위에 놓이자 그런 걱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젓가락을 들었던 손은 어느새 직접 새우 껍질을 벗기고 숯불의 검댕이를 묻혀가며 열심히 음식을 탐하고 있었다. 소금만 뿌려 구운 생선은 익힌 생선이나 조림, 찐 새우와는 전혀 다른 구수함과 고소함을 선사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마주친 또 다른 풍경.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소년이 리어카 같은 탁자 위에 생수병과 깐 아몬드, 허브티를 진열하고 당당하게 손님을 부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서는 세상을 배우고 장사 수완을 키우는 것이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였다.
# 바다와 함께 기억에 새겨진 여정
생선시장을 뒤로하고 지중해 해안을 따라 드라이브하며 짙푸른 바다와 출렁이는 파도,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꼈다. 현지인들의 생생한 일상을 가까이서 경험했던 이 하루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선 특별한 기억으로 새겨졌다.
시장의 활기, 어린 소년의 장사하는 모습, 그리고 숯불에 구워진 고소한 생선 맛까지. 이 모든 것이 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직 이런 경험을 해보지 못한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지중해 바다와 함께한 생선시장의 하루는, 분명 여러분에게도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