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론에서는 운명이 이미 신에 의해 정해져 있으므로 개인의 자아나 정체성은 중요하지 않다. 니체는 말한다. 운명을 사랑하라. 이는 지금까지 진리로 여겨왔던 ‘신을 사랑하라’라는 계명과 상반되는 의미다. 신을 사랑하는 것은 신의 뜻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니체는 운명론을 부정한다. 운명은 개인에 의해 창조되는 것이며 인간은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운명은 거부할 수 있는 것인가?
홀리데이 인 창업자 케몬스 윌슨(Kemmons Wilson)은 말한다. 간절히 원하면 성공할 수 있다. 아홉살 때 아버지를 잃고 열네 살 때 자동차 사고로 다리를 잃을 위기를 맞았다. 어머니는 그에게 용기를 주기위해 크게 될 운명을 타고났다며 무엇이든 열과 성을 다하여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러나 대공항으로 어머니는 실업자가 되었고 그는 생계를 위해 고등학교를 그만두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인생은 가시밭길이었다.
어느 날 출근해 보니 책상 위에 해고통지서가 있었다. 아무런 예고도 없었기에 당황스러웠다. 가족을 위해 팝콘가게, 뮤직박스를 운영해 봤지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자살하고 싶었다. 삶의 의지를 상실한 그에게 아내는 과거를 잊고 자신을 위해 진심으로 해보고 싶은 일을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그래서 간절히 기도했다. 그들을 용서하고 마음의 평화를 주시옵서소! 그리고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던 건축업을 시작했다.
어느 날 가족 여행 중 머물렀던 호텔은 지저분하고 불편하고 추가 요금을 받았다. 기분을 상하게 했다. 그래서 싸고 편안하게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호텔을 전국에 건설하겠다고 결심한다. 모두가 만류했지만 이번에도 어머니와 아내는 간절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응원해 주었다. 그렇게 호텔사업을 시작하였고 그의 운명은 패배자에서 성공한 기업자로 바뀌었다.
현재 홀리데이 인은 50개국에서 1,700개가 넘는 호텔을 운영 중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케몬스 윌슨이 싸구려 여인숙을 자기 집처럼 안락한 호텔로 바꿔놨다고 높이 평가했다. 열정과 믿음이 운명을 바꿔놓았다. 신은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에게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선택권을 주시는 것이다. 운명은 숙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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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은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농사일을 시작했다. 농사일이 싫어 여러번 가출했지만 그때마다 아버지에게 붙잡혀 농사일을 계속해야만 했다. 드디어 다섯 번째 가출에 성공하여 막노동 일을 전전하다 1940년 서울에 자동차 수리공장을 운영하며 자동차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1946년 현대자동차를 설립하였고, 1947년에는 현대건설을 설립하여 모두 글로벌기업으로 발전시켰다.
정주영이 가출에 성공하여 인천에서 막노동을 하던 시대에는 빈대가 많았다. 잠을 잘 때는 빈대를 피하려고 평상마루의 다리를 물 채운 세숫대야에 넣어 빈대가 올라오지 못하게 했다. 어느날 빈대의 공세가 심해 눈을 떠보니 빈대가 천정에서 직접 낙하해 자신을 공격하는 것을 보고 빈대의 지혜와 용기에 크게 감동하였다. 그 후 운세 타령을 하는 사람들에게 ‘하물며 빈대도 살기 위해 천정에서 목숨을 던지는데 인간이 못 할 것이 무엇이냐’ 하며 꾸짖었다.
정주영은 무일푼 조선소 건설, 소양강 사력댐 등 무수한 신화를 남겼다. 1976년에는 15억 달러가 소요되는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건설을 9억 달러에 수주했다. “우리는 경비를 절감하고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하여 모든 기자재를 울산에서 생산하여 사우디까지 배로 운반해야 합니다. 이동거리가 12,000km이고 항해일수가 35일 소요되지만 이것만이 공사기간와 건설비용을 단축하는 방법입니다. 가로 18m, 세로 20m, 높이 36m, 무게 550t의 철 구조물을 실고 태풍이 몰아치는 인도양을 항해할 바지선을 당장 수배하세요. 우리 한국인은 작심만 하면 어떤 난관도 돌파할 수 있는 민족입니다. 여러분은 한국인입니다.”
정주영은 무모한 모험가가 아니다. 안 된다고 보는 사람이 많을수록 해내겠다는 결심이 굳어지고 일을 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더 치열하게 하는 경영자다. 그래서 이와 같은 결정을 하기 전에 해류의 흐름을 계산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행연습을 했다. 그의 결단은 공기단축으로 경비를 절감하였을 뿐만 아니라 울산지역에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었다. 그는 운영을 개척하는 기업가다.
정주영은 말한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길은 찾으면 되고 없으면 만들면 된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해내는 법이다. 의심하면 의심하는 만큼밖에 못 하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운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운이 나빠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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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사랑하는 것은 현상을 긍정하는 것이다. 어차피 견뎌야 할 운명이라면 추한 것들과 고통스러운 것을 아름답게 보는 것이다. 케몬스가 그랬고 정주영이 그랬다. 실패를 타인의 잘못으로 비난하지 않는 것이다. 비난하고 변명하는 사람은 수동적이고 부정적인 숙명론자다. 무기력한 삶을 살아간다. 인생은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살아야 한다. 이것이 운명애다. 필연적인 것을 단순히 감당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사랑하는 것이 운명애다.
나는 1990년 대학을 졸업하고 금융회사에 입사하여 평범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어느 날 군대생활을 같이 한 선임이 내게 전화를 걸러 자신이 다니는 무역회사로 전직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다니던 금융회사 선배에게 물었더니 무역회사보다는 금융회사가 안정적이라며 전직을 만류했다. 무역회사는 해외근무 기회가 많아 보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전직을 결정했다. 그렇게 운명의 열차를 바꿔 타고 30년을 달려왔다. 돌아보면 열차역마다 아름다운 추억들이 가득하다. 아내를 만나고 아이를 낳고 모두 건강하다. 내 운명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