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성장하는 기업은 없다. 매출증대와 이익확대를 목표로 하는 기업은 지속성장을 할 수 없다. 머지않아 고객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고객친화적이고 사회친화적인 활동을 목표로 하여야 한다.
철학자 김형석은 말한다. 기업은 이윤보다 베풂을 가치로 할 때 더 성장한다. 이윤추구는 단편적이고 시너지가 나지 않지만, 베풂과 나눔은 궁극적으로 매출과 이익의 증대를 가져온다. 그렇다면 기업은 베풂으로 성장하는가?
일본 도쿄에 위치한 긴자 기무라야(銀座木村家)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다. 1869년 창업당시 이스트가 알려지지 않아 일본 술을 만들 때 사용하는 발효균에 착안하여 제빵용 주종발효균(酒種發酵菌)을 자체 개발하였다. 주종효모로 생지반죽을 만들고 앙꼬를 넣은 단팥빵을 세상에 처음 선보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팥빵은 맛과 영양이 풍부하다고 하여 순식간에 인기를 얻었고 급기야 황실에 납품하는 영광을 얻었다.
기무라야는 오늘도 그때 그 방법으로 빵을 만든다. 일반적으로 이스트는 설탕의 원료인 당밀의 화학반응을 통해 대량생산되지만, 주종발효균은 쌀과 누룩 그리고 물과 공기 등 자연환경에서 까다롭게 생성된 효모균이다. 이스트는 3-4시간 만에 빵을 만들게 하지만 주종효모는 3-4일이 걸린다. 효율성은 떨어지나 풍미 면에서는 이스트는 비교대상이 아니다.
기무라야는 주종효모 제조공업을 후대에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하여 비영리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주종효모 제조법뿐만 아니라 기무라야의 주력상품인 황실납풍용 벚꽃단팥빵 제조법도 공개했다. 벨기에에 있는 세계효모박물관에도 일본 최초로 주종효모가 보관되어 있다. 기무라야는 주종효모와 벚꽃단팥빵 제조공법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향후에도 특허등록 계획이 없다. 따라서 누구나 기무라야 주종효모를 기반으로 단팥빵을 만들 수 있고 판매할 수 있다.
기무라야는 도쿄인근의 관동지역에서만 영업을 하고 있으며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무료로 라이센스를 주고 직접 영업을 하지 않는다. 다른 지역으로 진출시 라이센스를 받은 지역빵집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자연재해, 불우이웃돕기, 운동회 등에 기부활동도 적극적이다. 기무라야는 진정으로 빵 문화의 확산과 사회공헌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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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 인근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빵집 성심당이 있다. 창업자 임길순은 1950년 10월 흥남 철수작전 때 월남하여 진해에 머물다가 1956년 상경길에 올랐으나, 기차 고장으로 대전에 내린 것이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천주교 신자였던 그에게 대전교구에서 밀가루 2포대를 주었는데 모두 소비하지 않고 찐빵을 만들어 대전역 앞에서 장사를 한 것이 성심당의 시작이다.
성심당은 성경에 나오는 성심 즉, ‘거룩한 사랑의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당일 생산한 빵은 당일 모두 소진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팔고남은 빵을 불우한 이웃에게 나누어 주는 전통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기부할 빵이 없으면 일부러 만들어 기부할 정도로 사회 친화적인 기업이다. 1987년 6월 항쟁 때 시위대와 전경들에게 빵을 나눠줬다가 시위대 동조세력으로 지목되어 폐업 직전까지 갔었다. 다행히 빵을 얻어먹은 전경들이 ‘우리도 그 빵을 먹었다’라고 증언하여 위기를 모면한 일화가 있다. 베풂에는 경계가 없다.
2000년대 초반 대전과 충남지역에 프랜차이즈 사업을 운영하였으나 부도가 나면서 본점인 대전 은행동점 이외의 사업을 모두 정리하였다. 2010년 롯데의 요청으로 롯데백화점 대전점에 입점하였고, 2013년에는 오늘 성심당이 있게 한 대전역에 판매점을 오픈하였다. 그 후 서울 롯데백화점 소공동점과 잠실점에서 꾸준히 구애를 받았으나 ‘성심당은 대전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모두 거절하였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아침식사를 위해 성심당에 들렸다. 교황이 찾을 만큼 종교적 사회봉사적 색채가 짙다. 창립 60주년에는 교황이 친필 사인이 적힌 성 그레고리오 대교황 기사단 훈장(Order of Saint Gregory the Great)을 수여했다. 오랫동안 불우한 이웃에게 빵을 기부한 박애정신을 인정한 것이다.
성심당은 대전지역 상권의 발전에도 역할을 다하고 있다. 성심당은 지역상인들에게 선진상권 견학기회를 제공한다. 지역상인은 성심당 빵집 영수증을 보여주면 할인혜택을 제공하며 상부상조한다. 성심당은 제빵사관학교 역할도 한다. 성심상을 퇴사한 직원들이 그 정성과 그 기술 그대로 빵집을 차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전에는 성심당보다 맛이 없는 빵집은 없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성심당이 직원들 교육에 열성을 다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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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점에서 빵을 구매하는 기준은 단지 빵맛만이 아니다. 고객은 빵집이 구축해 놓은 이미지를 빵과 함께 소비하는 것이다. 당일 만든 빵만 판다. 남은 빵은 사회적 약자에게 기부한다. 고객과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한다. 유명인사가 다녀간 빵집이다. 빵맛이 형편없지 않다면 우리는 이런 이미지에 가격을 지불한다.
나는 단팥빵을 좋아한다. 80년대에 군대생활을 한 사람 대부분이 단팥빵을 좋아한다. 아마도 달달한 빵이 힘든 병영생활을 달래주는 역할을 했던 것 같다. 2000년 전후 도쿄에서 근무할 때 사무실이 긴자 인근에 있어 기무라야에서 단팥빵을 사다먹곤 했다. 당시에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빵집으로 알고 있어 자주 갔었는데 빵맛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성심당 대전역점에서도 단팥빵을 여러 번 사 먹었다. 여기 빵도 그냥 물리지 않는 맛으로 기억한다. 맛있는 빵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구축해 놓은 이미지를 소비한 것이다. 좋은 이미지를 구축한 사회친화적 기업의 매출은 그래서 매년 늘어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