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일이 있다.
그런데 예전처럼 그렇게 아이처럼 기쁘지가 않다.
특히나 내가 원하는 걸 얻게 되었을 때
어릴 적에는 엄마를 졸라서
겨우 얻어냈기에 더 기뻤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지금은 가지고 싶은 것도 별로 없고
정말 꼭 가져야겠다는 의지도 없다.
어린 시절 인형이나 예쁜 팬시용품들은
그 당시 나에게 전부일만큼 소중했다.
물건으로 외로움을 채우기도 했다.
20대에는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화장품, 옷, 가방에도
관심이 많았다.
지금은 남에게 잘 보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어떤 물건을 통해 만족을 얻는 것도 크게 기쁘지 않다.
성취도 마찬가지다.
20대에는 자격증을 따기 위해 밤낮노력하고
원하는 곳에 취직했을 때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뻤다.
그 기쁨 속에서
적어도 몇 달은 취해서 살 수 있었다.
개그콘서트를 몰아보면서
완전히 몰입했고
안상태의 개그를 보면서 자지러지게 웃었다.
드라마를 봐도 그다음 화가 너무 기다려서
설레고 밤에 잘 때도 생각이 났다.
새벽에 무서운 꿈을 꾸고
잠에서 일어났을 때
유튜브로 좋아하는 드라마 영상을 보면
진정이 되기도 했다.
지금은 나를 취하게 할 수 있는 기쁨이 없다.
놀거리가 많아지고
볼거리가 너무 많아졌는데
내가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나의 뇌가 고장 나서 도파민이 안 나오는 걸까?
기쁨이 무뎌지다 보면
행복이라는 단어도 달아난 것처럼 보인다.
즐거운 일에 아무 생각 없이 기뻐하고
좋아하는 곳에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
그게 기쁨이었다.
내가 잊고 있었던 기쁨
그 기쁨 외에 다른 것이 더 있을 줄 알았다.
그 다른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세상에 말하는 기준
남들이 누리는 기쁨을 나도 누리고 싶었을지 모른다.
아니 분명 그랬을 것이다.
내 집이 있어야
재산이 몇 억 이상 있어야
그런 것들을 다 갖추어야 소소한 행복도
더 편하게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기쁨의 자물쇠를 걸어 잠그고
누리지 못한 건 아닐까.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이 많아서
내 나이에 비해 너무 가난해서
남들보다 한참 뒤 떨어져서
드라마를 봐도
소소한 물건들을 사도
짧은 여행을 다녀와도
언제나 우울한 기쁨의 미소를 지었던 것 같다.
어린아이처럼 맑게 웃고 크게 기뻐한
순간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집을 사면 그렇게 웃을 수 있을까?
돈을 많이 벌면 그렇게 웃을 수 있을까?
마음 편하게 온전히 기쁠까.
어릴 적에는 철이 없어서
마음껏 기뻐할 수 있었던 걸까.
어쩌면 내가 내려놨다고 하는
욕심들이 마음속 깊은 곳에
안 보이게 저장되어 있는 것 같다.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도 좋고
목표를 크게 잡고 천천히 나가는 것도 좋다.
그런데 어정쩡하게 욕심은 욕심대로 외면하고
기쁨은 기쁨대로 느끼지 못하면
어설픈 사람만 된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마음의 힘이 있어야
욕심은 나를 위한 희망으로 남겨두고
현실은 집중하면서 기뻐할 수 있다.
마음의 힘은 육체 및 정신적 건강에서도 나오고
내 생활의 질서 그리고 관계에서 나온다.
나를 지지해 주는 주변인들
기분 좋게 일상을 대할 수 있는 컨디션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규칙적인 루틴
이런 것들이 점점 마음의 여유를 만들고
순간을 즐길 수 있는 힘을 만든다.
이제야 조금씩 그런 것들이 보인다.
인간은 감정을 대하는 태도에서
결과를 만든다.
기쁨도 결국은 선택하는 것이다.
힘들일만 있는데 어떻게
기쁨을 선택하냐고 할 수 있다.
물리적인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다.
몇십 년간 아내 간병을 하다
결국을 아내를 죽인 남편이 자수하는 사건을 보더라도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기쁨일 찾을 수 있었겠는가 싶다.
상황에 압도되어 본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개소리로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방법을 찾고
기어코 기쁨을 찾아낸다면
조금이라도 삶이 낫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상황에 매몰되면 더욱 답이 없어진다.
삶에 찌들고 무너지면 정말 일어나기 힘들다.
그럼에도 오늘 한번 웃을 수 있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용기가 있다면
방법을 찾겠다고 다짐한다면
조금씩 기쁜 일들이 만들어질 것이라 믿는다.
똑같은 일에도 예전처럼 기쁘지 않다면
혹은 상황이 너무 힘들다면
기쁨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보는 건 어떨까.
마치 매일 놀러 오는 친구를 대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