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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안 Jan 15. 2023

소심한 주문내역

일주일에 2번 많으면 3번 정도

온라인장보기로 장을 본다.



아이 반찬으로 갈치랑 우유랑

소소하게 먹을 것들 좀 사려고

쇼핑목록을 들여다보는데 

한참을 들여다봐도 



결국은 주문내역으로 들어가

그간 주문했던 쇼핑리스트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나의 소심한 주문내역에는

대부분이 도도리표처럼 

매번 똑같이 주문했던 것들이다.



안 먹어 봤던걸 주문할 때도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괜찮아서 

다시 주문할 때도 있다. 



" 사 먹는 파스타만큼 맛있네! "

지난번 주문한 파스타가 

꽤 맛있었는데 손이 안 간다. 



꼭 사야 할 것만 사는 것도 있지만

지금의 난 미니멀리스트다.



20대 초반에는 이렇지 않았다.

많이 먹고 많이 움직이고 

물건도 이것저것 사는 것을 좋아했다.



나이가 들면서 

그리고 중간중간 많이 아프면서

삶에 대해 소박해졌다.



그리고 그런 삶을 동경하게 되었다.



나의 소심한 주문내역처럼 

살림살이도 단출하다. 



냉동실 냉장고를 통틀어 

먹을 것이 많지는 않다.

아이가 있으니 계란, 버터, 우유

고기, 생선등의 꼭 있어야 할 것들

그 외에는 김치나 양념장 정도가 전부다.



냉동식품은 냉동만두! 

가끔 핫도그 

가끔 초코우유 바나나우유 

한 묶음 정도가 작은 사치다.



" 너네는 도대체 뭘 먹고사니?"

시어머니가 가끔 우리 집 냉장고를

열어보시고 한마디 하신다.



내 나름대로는 필수 영양소를

고려해서 꼭 필요한 것만 사다 놓는 건데

남들이 보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이는 것 같다.



" 내가 반찬 좀 가져다줘야겠네.."

가끔 놀러 오는 언니가 한 번씩 반찬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소식한 지는 오래되었고 

신랑은 일주일에 2번 정도는 

배달음식을 시켜 먹기 때문에

이렇게 저렇게 잘 먹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밥외에 과일을 잘먹어서 과일을 챙겨준다.



솔직히 말하면 가공식품들로만 

가득한 먹거리들이 내키지 않는 것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요리를 잘해 먹는건

아니지만 내추럴하게 계란프라이

소고기뭇국 미역국 등 그냥 소박하게 

먹으려고 노력한다. 



가공식품들만 먹은 날에는

내가 음식을 먹은 건지 배만 채운건지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들 때도 있다. 



건강에 민감하기도 하고

소화능력이 좋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다.



빵을 정말 좋아하지만 일주일에

한번 정도 사 먹는 것 같다. 



" 여보 난 진짜 한적한 곳에서 

작은 텃밭 가꾸면서 살고 싶어" 

신랑에게 이런 말을 하면 항상

이상적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 너는 절대 시골 못 갈걸? 얼마나

부지런해야 하는데.. 그리고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이상적인 삶이 아닐 수 있어 "



마음은 그렇다. 편리한 생활도 

적당히 유지하면서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고 싶다. 너무 이상적인가?



모든 걸 다 버리고 시골생활을

할 만큼의 용기나 체력 그리고

물질이 허락되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내 소심한 주문내역에

있는 채소들 정도는 내가 키울 수 

있는 날도 오겠지? 



더 가볍게 살 수 있는 날을 

소망해 본다. 매일 분리배출 되는

플라스틱 종이포장지에 담긴

제품들이 아니라 하나라도 

내가 나를 위해 가꿀 수 있는 

재료를 키우고 싶다.



오늘도 똑같은 주문만 

반복되는 내 소심한 주문내역에

'언젠가'라는 희망을 담아

주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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