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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안 Jan 17. 2023

껍데기가 금쪽이에게 하고 싶은 말.

껍데기와 알맹이는 영원히 함께 할 꺼니까..

"  어휴~누가 지 껍데기 아니랄까 봐. 자기 엄마한테만 가려고 하네."



코로나가 오기 전 돌도 안된 아이를 

데리고 나갔을 때 

나이 지긋하신 교회 집사님이 

아이를 안아보고 싶어 하셨다.


 

아이는 내 품에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다른 사람 품에 안기기 싫어서 칭얼댄다.

아이의 껍데기는 나였다.



우리 엄마도 가끔 껍데기라는 표현을 쓰신다. 

처음에는 너무 어색한 표현이라서 

약간 이상하게 들리기도 했다.

아이를 조금 키워놓고 보니 

내가 왜 아이의 껍데기인지 알 것도 같다.



껍데기는

아이를 세상으로부터 지켜줘야 할 

보호막이다.

내 속에서 나온 나의 알맹이 

그 알맹이를 보호해야 할 존재

그래서 나는 껍데기다. 




오전에 잠깐 유튜브를 켰다가 호되게 눈물바람만 났다.

음주운전 뺑소니 차량사고로 엄마를 잃은 금쪽이의 사연이 나왔다. 

엄마를 잃은 충격으로 9개월째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금쪽이.

영상을 본 지 1분도 채 안돼서 오열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아프고 힘들까 

그 상실감과 고통이 나에게도 전달되는 것만 같다. 

한참을 울다가 안 되겠다 싶었다. 

성격상 과몰입하기 때문에 이러다가 나까지 그 감정에 치우칠 것 같아 

설거지를 하면서 감정을 정리해 본다. 



감히 누가 저 아이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을까.

섣부른 위로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겨내길 바란다는, 힘내길 바란다는 

말조차 금쪽이에게는 어떤 위로도 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다만, 엄마의 입장에서는 한마디를 건네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 금쪽아, 엄마는 너를 낳은 것이 살아생전 가장 행복한 일이셨을 거야.

혼자 남겨진 너를 하늘에서도 항상 걱정하시겠지만

엄마의 알맹이인 네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실 거야. 

넌 여전히 엄마의 희망이거든. "  

마음속에서 나지막한 위로의 말이 나온다. 



금쪽이를 만난다면 분명 아무 말도

못하고 섣부른 위로를 건네지도 못하겠지만 

엄마의 입장에서 나는 그런 마음이다. 



남겨진 아이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시간이 형벌과 같고 

고통스럽겠지만 껍데기의 마음은 그렇다. 잘 살아주길 바란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 있다 보니 가슴이 아픈 

정도가 아니라 아리고 쓰라리다. 




“방안이 제일 편하다. 

밖으로 나갔을 때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 대처하기 힘들다”


난 그런 금쪽이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삶이 던져주는 예상치도 못한 일 들 앞에서 무력해져 본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예상치도 못하는 일들이 크고 작게

반복되어 온 나로서는 금쪽이의 무력함이 이해가 간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

노력해도 결국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

세상이 주는 배신감.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억울함.



나 같은 경우 

그 배신감에 더해 몸까지 상하게 되었을 때 

내 몸도 나를 배신하는구나 싶어 

삶의 끈을 아주 놓아버렸을 때가 있었다.



나중에는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나를 배신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껍데기는 금쪽이가 걱정이 되는 것이다. 



누구도 대신 해결해 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온전히 그 고통을 감당해야 할 것은 금쪽이라는 것을 알기에 

오랜 시간 힘들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이유는 

우리는 누군가의 알맹이 이자

껍데기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같은 땅을 밟고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먼저 떠나갔다 할지라도

엄마의 마음속에는 금쪽이가 영원히 존재할 것이고

금쪽이 마음속에도 엄마가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난 그렇게 믿는다.



언젠가는 고통을 딛고 일어나 담벼락 넘어 다른 사람들의 고통도

끌어안아줄 수 있는 큰 사람이 되겠구나.. 생각도 해본다.




오늘은 나의 알맹이가 밖에 나갈 차비를 하면서 장갑을 챙긴다. 

나가면서 장갑은 한쪽만 낀다고 고집을 부린다. 


" 한쪽은 장갑 안 껴. 엄마 손 잡을 거야."


" 은율아, 장갑 두쪽 다 끼고 엄마손 잡는 게 더 따뜻해. 빨리 두 개 다 껴."


" 싫어. 한쪽은 엄마 손 잡을 거야."



껍데기의 온기를 그대로 느끼고 싶어 하는 아이.

엄마 옆에 있는데도 장갑 낀 손이 아닌 

맨 손으로 엄마손을 잡고 싶어 한다. 

알맹이에게는 껍데기가 절대적인 존재일 것이다. 

그리고 항상 그 온기를 느끼고 싶을 것이다. 

우리는 몸으로도 연결되어 있지만 

가장 먼저는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금쪽이에게도 껍데기의 마음을 전달해 주고 싶다.

우리는 언제나 마음속에서 하나일 수밖에 없는 

껍데기와 알맹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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