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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안 Jan 18. 2023

브런치 당선글을 쓰지 않는 이유.

' 결혼은 미친 짓이다 ' 

브런치 당선글 제목이다.



물론 연재하려고 했던 주제이다.

하지만 덜컥 겁이 났다. 시집살이 3년간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작성했다가 돌아올 후폭풍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내 사생활을 브런치라는 공간에 다 노출시키기에 난 아직 

소심하고 비겁하다. 적어도 20대에는 막무가내인 성격이었는데

여기 데이고 저기 데이고 좌충우돌 들이받다 보니 이제는 참으로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졌다. 찐하고 농도 짙은 얘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막상 그 내용을 적으려고 하니 용기가 나지 않는다.

아주 찐한 브라우니 같은 내용이 되길 바랐다. 

자극적으로 달면서도 씁쓸한 맛의 중독성 있는 글. 



성격상 진솔하고 아주 솔직하게 적을 것이기 때문에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인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시부모님과 시누이 남편에 대한 노골적 상태를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가상의 공간이지만 자신의 사생활을 일말의 가감 없이 드러내는 

작가님들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자극적인 소재로 화제성을

끌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내가 글을 쓰는 목적을 상기하면서 

나의 가치관과 속도에 맞춰 가려고 한다. 



내가 글을 쓰는 목적은 내가 살아온 발자취를 남기는 것이다.

어르신들의 인생 얘기를 듣다 보면 

" 내 인생을 책으로 쓰면 족히 10권은 넘게 나올 거야." 

라고 말씀하시는 것처럼 

누구나의 인생의 이야기는 역사이고 한 권의 책이다.



그런 인생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고 싶다. 

여기서 조금 더해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다.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내본다면 깨달음을 주는 글이었으면 좋겠다.



'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중학교 시절 정글북이라는 서점에서 본 책의 제목이다.

무심코 펼쳐 들었다가 자리를 잡고 앉아 4시간 만에 완독 하면서 

눈물콧물 줄줄 흘렸던 기억이 있다.



전학을 갔다가 따돌림을 당하고 할복자살을 기도했다가 

미수로 끝난 주인공의 얘기는 인생이라는 매운맛을 살짝 맛보게 해 준 

예방주사 같은 것이었다. 

야쿠자의 보스, 호스티스생활 

마지막 사법고시 합격까지 

다사다난한 한 사람의 인생이야기는 

중학생이었던 나로서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라는 제목을 그때는 이렇게 이해했다.

" 나는 당신보다 더 어려운 삶을 살았으니 당신도 살아보세요."



지금은 다르게 느껴진다.

" 이렇게 어려운 가운데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같이 

살아보자고요."



어쩌면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이런 말이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인생의 이야기가 완전히 숙성이 되기까지 

어쩌면 글감의 소재로서 더 익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음에서 익어 손으로 맛깔나게 그 맛이 나올 때까지 

숙성시키고 있는 걸 지도 모르겠다.



브런치 당선글은 언젠가는 쓸 것이다. 한풀이처럼 쓰지 않고 

진정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은 마음이 들 때 쓰고 싶다. 

그때가 되면  유기농설탕에 다크초콜릿이 들어간 

적당히 달면서 쌉싸름한 브라우니 같은 맛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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