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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안 Oct 08. 2023

인생은 압축 풀기 싸움이다.

인생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무겁다.


얼마 전 나는 솔로라는 티브이프로그램에서 

한 출현자가 이런 말을 했다. 


자식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다. 

태어나면 생로병사를 겪는 건데 

굳이 그걸 겪게 하고 싶지 않다.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이다.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나긴 했지만 

태어난 것 자체로도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인생의 무게는 크기 때문이다. 


1. 인생은 압축을 풀어가는 과정이다.



최근 고명환작가의 유튜브 인터뷰를 봤다.

고전을 읽으면 하나의 문장 속에 압축된 것이

정말 많다고 한다. 그 압축을 푸는 과정이 재미있다고.


책뿐만 아니라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력이라는 단어 하나를 풀어내는데도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아니. 평생 이 단어하나를 풀어내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너무 진부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단어들.

열심히, 노오력, 긍정, 감사 

너무 당연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는 단어들이다.


그런데 그 단어들을 하나씩 풀어낼 때마다 

매번 놀라움을 느낀다. 다른 시선으로 바로 볼 때 

압축이 풀린다. 그리고 적용이 된다. 


누군가는 노력이라는 단어에 대해 

목표라는 단어에 대해 이렇게 말할 것이다. 

" 다 아는 것이다. 그런 얘기 그만 듣고 싶다." 

그 단어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난 단연코 아니라고 본다. 

나 또한 정말 싫어했던 단어들을 다시 바라보고 있으니까. 

너무 당연하고 진부한 단어 그리고 삶의 순간들을 

풀어내는 것이 인생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인생은 압축 풀기다. 


2. 압축을 푸는 즐거움 


압축을 푸는 즐거움이 있다. 

삶의 여정을 별거 아닌 것으로 바라봤을 때는 

정말 시시하고 허무했다. 


짧은 생을 살다가 아파서 뒤지는구나..

그럼 그다음은 뭐지? 

왜 고통을 당해야 하지? 

왜 삶은 내 뜻대로 되지 않지? 

그냥 그렇게 뭐든 걸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누군가 해주는 조언이나 책의 내용도 뻔한 걸로

바라봤을 땐 모든 게 의미가 없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압축되어 있다는 걸 몰랐다. 

나이가 들면 꽃이 예뻐 보이는 것도 

나이가 들면서 감사할 일이 많아지는 것도 

하나씩 마음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어느 날 버스정류장에서 한 아주머니가 

갑자기 나를 툭 치며 한마디를 건네셨다.

다름 아닌 카톡프로필 사진을 보여주신다.

" 이거 봐 너무 예쁘지?" 

" 네... 예쁘네요." 

" 자기도 나이 들면 알 거야. 지나가는 꽃 한 송이도 

얼마나 예쁜지 몰라." 


엄마친구들 카톡사진이 죄다 꽃배경인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의 압축이 풀어지는

시기를 지나고 있을 테니까.


3. 내가 모르는 것들은 압축되어 있지 않을까? 


벌써 몇 주 전의 이야기다. 

아이를 데리고 키즈카페에 가서 

오랜만에 신랑과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신랑이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물어본다.

" 하늘의 천사가 하나님처럼 되고 싶어서 

하나님을 배신했다고 하잖아. 근데 하나님은 

그걸 모르셨을까? 신이라면 그걸 알아야 하잖아." 


" 글쎄.. 성경 한 문장에 그 한 장 속에

얼마나 많은 게 압축되어 있을까? 

난 우리가 알 수 없는 많은 게 압축되어 

있을 거라고 봐." 


정말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에게는 하루가 천년 같고 

천년이 하루 같다고 하는데 

내가 뭔가 판단할 수 있는 깜냥이 

안된다는.. 그런 생각.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건 30%밖에

안된다고 하는데 그 마저도 얼마나 제대로

바라보고 있을까. 얼마나 느끼며 살아갈까.

우리가 타인의 인생을 함부로 판단할 수 없는 것도

어찌 보면 이와 같은 이치다. 


내가 보기에는 정말 비난할만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인생 속에 압축된 것들을 다 알지는 못하니까 

내가 그걸 다 풀어내지는 못하니까.

분명 알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4. 작게 시작하면 풀어낼 수 있다.


꾸준히 자기 계발을 하면서 이제야 노력이라는 

단어가 뼛속으로 들어오는 기분이다.

아직 기준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이제는 공들이는 시간이 허무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좀 더 세밀하게 노력하고 

좀 더 세밀하게 실패하고 

좀 더 세밀하게 성공하려고 한다. 



" 큰 목표를 작은 과정으로 나눌 때 

몰입이 가장 잘된다. " 


작가라면 책 한 권을 완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목표를 단순하게 

만드는 게 도움이 된다. 

삽화한 장, 한 페이지, 한문단을 목표로 삼아라.


-책 퓨처셀프 중 -


매 순간 의식하면서 행동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내가 하는 일을 작게 풀어나가려 한다. 


그건 시간을 쪼개 쓴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조금씩 습관을 만들어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어떤 일을 짬짬이 한다는 게 아주 구질구질해 

보였는데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는 풀어내고 나니 

짬짬이가 행동으로 옮겨진다. 


그렇게 하나씩 풀다 보면 인생이라는 커다란 

압축도 나에게 맞게 풀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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