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에 대해서

by 에프오

저는 출퇴근을 30분씩 일찍하고 있습니다. 출퇴근할때 붐비는 시간을 피하고 싶었고 그냥 있는 제도를 활용해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중간관리자가 대체로 연령대가 높은 편인데, 아이가 어리거나 집안사정이 있는것도 아닌데 '그냥' 유연근무를 하는 사례가 조금 생소했나봅니다. 처음 유연근무를 한다고 했을때 다들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더랬습니다. 관리자가 유연근무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부서관리에 '나태한' 것이 아닌가 하는 고정관념이 알게모르게 스며들어 있었던 거겠죠. 빠르게 변해있는 민간기업에 비춰보면 굉장히 느리다고 할 수 있겠지만, 최근에는 그래도 젊은 관리자들 중심으로 유연근무를 하는 사례가 많아졌습니다. 일하는 방식이 느리게나마 꾸준히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습니다.


유연근무가 활성화된다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관리자의 유연근무는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탑다운 방식으로 조직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꾸는것이 어렵다면, 부서 구성원들의 유연근무 여부가 부서장의 재량에 상당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부서장이 유연하게 근무한다는 것 자체로 직원들은 눈치안보고 근무시간을 유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직원들이 자기 근무시간에 재량을 갖는 것 자체가 조직몰입도와 업무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왜 남아야되는지 모르는 자율학습을 종료하면 진짜 학습의 시간을 가질 수 있듯이 일하는 시간과 집중하는 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저는 그래서 중간관리자는 직원들의 근무하는 시간보다 근무의 결과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두가 그렇게 얘기하지만 실현이 되는 경우가 많지는 않습니다. 여러가지 현실적인 여건때문이기도 하지만 정확히 근무의 결과를 본다는게 어떤건지 익숙하지 않은 관리자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관리자의 유연근무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그 지점입니다. 직접 근무시간의 족쇄에서 벗어나봐야 자기 업무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더 생각하게 됩니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일주일 재택근무를 한다고 가정해보면 됩니다.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을때 상사에게 나는 내 존재를 어떻게 어필할 것인가. 내가 집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그때 보여줄 수 있는것은 결과밖에 없습니다. 일정한 비전과 목표 아래서 구체적으로 일정기간동안 변화된 결과, 그 결과가 잘 정리된 보고서 한장. 그걸 만들어낼수 있다면 굳이 상사 눈앞에서 일하는 척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죠. 관리자가 유연근무를 해보면, 상사의 눈에 띄지 않을때 느껴지는 위기감을 바탕으로 조직의 목표와 비전을 다시 정비할 수 있습니다. 역설적이지만 조직이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서 본인의 업무시간을 더 나태해'보이는' 근무방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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