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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태산이높다하되 May 13. 2022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사샤 세이건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For Small Creatures Such as We>라는 에세이의 저자 사샤 세이건은,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의 딸이다.


우주, 은하계, 태양, 행성, 지구, 그리고 인간과 다른 생물체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 책이 <코스모스>다. 1.4킬로 그램 밖에 안 되는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결국 4억 5천 만년 전, 아니 137억 년 전부터 우주의 빅뱅으로부터 시작된 진화의 산물이라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코스모스> 표지

극문학을 전공했다는 사샤 세이건의 책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는 그녀의 부모와 몇 대에 걸친 조상들, 그리고 남편과 아이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삶을 둘러싸고 벌어진, 언뜻 뻔해 보일 수 있는 일상에 대해 섬세하고 너그러운 시선으로 발견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유대교를 믿지 않는 유대인, 사샤 세이건은 이 책을 통해 종교, 문화, 사회, 예술, 학문 등 방대한 분야에서 알게 된 진리와 지혜 또한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엄마가 나이고 내가 엄마다

"마이크로 키메리즘(microchimerism)"이라는 현상에 대해 난생처음 알게 됐다


"1996년에 엄마가 아기에게 유전자를 물려줄 뿐 아니라 아기도 엄마 몸안에 세포를 남겨두어 그것이 엄마의 일부가 된다는 논문이 처음 발표되었다.(204쪽)"


(독후감을 쓰고 있는) 나는 엄마를 존경하지 않는다. 심지어 무시할 때도 있으니 나는 못돼 먹은 자식이다. 하지만 타인에게 겉으로 보이는 나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함께 살고 있고 생활비를 매달 드린다. 주말 오전엔 목욕탕에 모셔다 드린다. 또, 때가 되면 외식도 하고 드라이브도 한다. 입맛이 없다고 하시면 베이커리에서 빵이나 샌드위치, 또는 떡을 사다 드리기도 하고 때로는 백화점에서 옷을 사다 드리기도 한다.     


나의 예상과 달리 엄마는 나의 이러한 선의에 대해 고마워하지 않는다.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백화점에서 산 옷은 색깔과 형태가 맘에 들지 않는다며 타박을 하는 통에 환불을 여러 번 했다. 나 같으면 맘에 안 들어도 옷장에 걸어둘 텐데.... 그녀는 정기적으로 특유의 정 떨어지는 말로 내가 쌓아 올리는 공이 든 탑을 와르르 무너뜨린다.


그런데, 얼마 전 동생들과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다녀오는데, 여행에 동참했던 조카가 내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큰삼촌이 할머니를 제일 많이 닮았어요."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회사의 동료들이나 친구들, 선후배들과 지내면서 나는 내가 어머니가 나에게 하는 것처럼 그들에게 했을 말과 행동이 존재했을 가능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됐다. '혹시나 나도 엄마가 내게 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말하고 있지는 않는지...'


'나'를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샤 세이건이 '마이크로 키메리즘'에 대해 설명하는 글을 읽는 순간, 나는 귀에서 확성기가 내는 고음의 사이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멈췄고 달에서 찍은 지구의 모습을 보듯이 객관적으로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결국, 엄마가 나고 내가 엄마였다. 어쩌면 엄마가 지금의 모습과 행동을 띄게 된 이유는 내가 태어나면서 그녀의 자궁을 떠나기 전 남긴 유전자들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의 나 또한 과거 엄마의 현현(顯現) 일 것이다. 모두 연결되어 있다. 나만 어디선가 뚝 떨어진 듯 잘난 척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다행이다. 지금이라도 알게 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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