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의 알고리즘>, 러셀 폴드렉 지음, 신솔잎 옮김
인간의 뇌 무게는 약 1.4킬로그램, 70킬로그램 몸무게의 2퍼센트 남짓이지만, 이렇게 작은 뇌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몸 전체 전체가 사용하는 양의 20퍼센트나 된다고 한다. 뇌의 신경세포들의 작용이 습관도 중독도, 사랑도 행복도 만들어낸다는 사실,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몇 백억 개의 뉴런, 축삭돌기, 시냅스와 같은 뇌의 구성요소와 기능들이 우리 인간의 말과 행동을 결정하지만 그 원리를 자세히 알게 된 건 이삼십 년 전쯤부터 슬슬 쓸만한 연구결과를 얻게 되면서부터니까 얼마 안 된 일이다.
운전을 하고 차문을 잠그거나 집 현관문의 번호키를 무의식 중에 꾹꾹 누른다. 또 옷을 입고 벗는 행위, 샤워를 하고 이를 닦는 행위 등등 습관으로 불릴 만한 행동은 하루에 200가지도 넘는다고 추천글을 쓴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알려준다.
스탠퍼드 대학의 신경과학자 러셀 폴드렉은, <심리학의 원리>라는 책의 저자이자 현대 최고의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의 습관에 관한 글을 인용하며 자신의 책, <습관의 알고리즘>을 시작한다.
"모든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의 신경계를 적이 아닌 협력자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가능한 많이, 가능한 이른 나이부터 자동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습관이 없어 매 순간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인간이야 말로 가장 비참하다. 이런 사람에게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술을 마시고, 매일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을 정하고, 무슨 일이든 시작하는 것 모두 의지력을 발휘해야 하는 숙고의 대상이다. 이런 사람은 완전히 몸에 배어 거의 의식조차 하지 않아야 할 일을 결정하는 데 인생의 절반을 소비한다.(27쪽)"
좋은 습관은 우리 편이 되어 고단한 우리의 삶의 많은 부분을 행복한 삶으로 바꿔줄 수도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 글이다.
습관
인간의 뇌는 파충류와 포유류, 그리고 영장류에 이르는 진화 과정의 총아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드라마틱하게 발달했다. 도마뱀의 두뇌와 행동을 연구한 학자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도 등장하는 폴 맥린 Paul MacLean이라는 신경과학자다. 삼위일체, 즉 기저핵은 파충류, 변연계는 포유류, 대뇌피질은 고등 포유류로 진화하면서 구성됐다는 설이다. 우리의 뇌는 이렇게 세 개의 층 layer로 되어 있다.
"맥린은 뇌를 세 개의 핵심 부위로 분류해 삼위일체 뇌를 주장했다. '파충류 뇌'는 모든 척추동물의 뇌가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영역으로 뇌간과 기저핵 basal ganglia이 여기에 포함된다. 짝을 부르는 구애 소리, 우월함, 항복을 드러내는 행동과 루틴/습관적 행동에서 파충류 뇌의 역할을 강조했다. '포유류의 뇌'라 불리는 변연계 limbic system는 감정 경험에 관여하는 영역이다. 대뇌피질의 일부를 가리키는 '신포유류 뇌'는 포유동물에게서 가장 고도로 발달한 기관으로 포유동물이 진화함에 따라 그 크기가 커졌다.(55쪽)"
습관은 (동물적) 반응 또는 반사를 담당하는 선조체(미상핵, 조가비핵, 측좌핵을 포함하는 기저핵)와 판단이나 인내와 같은 목적 지향적 행위를 관장하는 대뇌피질이, 서로 싸우거나 협상하면서 만들어진 반복적 복합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를 말라!
인간이 처한 환경은 행동을 자극하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확실한 토대를 마련한다. 특정한 환경에 놓인 우리는 장기적 목표, 습관, 그리고 즉각적인 욕망이라는 세 가지 필터 중 하나를 거쳐 행위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행동을 변화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37쪽)”
즉각적인 욕망에 포박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그러한 환경에 노출시키면 안 된다. 10여 년 전 과거 식당에서 레스토랑에서 카페에서 사무실에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피워대던 담배를 생각해보자. 아무리 의지가 강해도 끊기 힘들던 시절이 있었다. 환경은 그만큼 중요하다.
소파에 앉아서 짭짤한 감자 칩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들을 일컬어 카우치 포테이토 Couch Potato라고 불렀다. 이 또한 십 년도 넘게 과거의 일이 되었다. 편안함의 상징이 이젠 게으름의 상징으로 바뀌면서 사람들은 꾸준히 몸을 움직인다.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걷고 뛰려면 그러한 환경에 노출되어야 한다. 우리 뇌의 습관 시스템과 서술 기억 시스템은 서로 경쟁관계에 있다고 한다. 계속 같은 경로를 거치는 일은 쉽고 편한 일이지만 경로를 의심해보고 새로운 경로를 학습하는 과정은 어렵고 때론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나쁜 습관이 한참이 지나고도 쉽게 드러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금연한 지가 십 년이 넘었는데도 꿈속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험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습관 변화를 위한 메커니즘
첫째, 환경이다. 특정한 행동을 할 수 없는 장소와 시간으로 스스로를 내몰아야 한다.
둘째, 습관이다. 습관의 지속성이 행동변화를 방해한다.
셋째, 목표지향적 행동이다. 장기적 목표에 부합하는 행동이 즉각적인 충동이나 나쁜 습관을 묵살할 수 있다.
우리 뇌의 일부인 선조체와 전전두피질 간의 경쟁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이끌어 가는지 책, <습관의 알고리즘>을 통해 대충은 알 수 있다. 나의 뇌가 악어의 뇌와 고등 포유류의 뇌의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삶의 질과 방향은 좋아질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