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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태산이높다하되 Oct 28. 2022

손흥민은 손웅정의 아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며칠 전 퇴근하면서 서점에 들렀다가 구입한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를 읽었다. 엊저녁 잠자리에서 단숨에. 몇 년 전 인터뷰에서 그의 표정을 보면서 특이점을 발견했다. 말로는 이랬다. "흥민이가 한 것은 별 게 없다. 모두 국민들의 성원과 하늘이 도와서 된 것이다. 항상 겸손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그런데 눈빛은 그게 아니었다. '우리는 죽기살기로 했다. 오로지 축구 하나만 그것만 생각하고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온 거다.'


그의 눈빛은 형형했고 표정은 진정성으로 꽉 차 있었다. 손웅정은 서산의 촌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어려서 재주가 좀 있었던 듯 한데, 그는 어릴 적부터 대단히 부지런하고 저돌적이며 인내력이 가공할만 했다는 사실이다. "공 차는 것,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것, 운동장에서 뛰는 것, 사색하는 것, 책 읽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은 오직 이 다섯가지뿐이라는 것"이 손웅정이 소개한 자신의 취미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것은, 손웅정은 축구계에서 철저하게 비주류였다는 사실 -어쩌면 지금까지도- 이다. 어려서부터 거대한 카르텔의 노예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수많은 어린 선수들 틈에서 그는 유난히 튀었다. 축구 코치와 감독이 결정한 진학을 거부하고 시스템이나 행정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교육감을 만나겠다면서 교육청으로 쳐들어갔으니 말이다.


오늘날의 손흥민이 한국 축구계 시스템의 결과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손흥민은 우리나라 제도권 체육교육의 소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손웅정 개인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손수 기획한 훈련 프로그램의 결과가 손흥민이다. 나이 10살 무렵부터 시작된 훈련은 슈팅을 하기 전 기본기를 익히는데만 몇 년이 걸렸다. 축구공을 몸에 붙이는 훈련, 리프팅에만 몇 년을 투자한 것이다.


전설의 골프 선수, 벤 호건이 한 말이 생각난다. "수 많은 갤러리 앞에서 결정적인 샷을 할때 긴장감은 극도로 고양되는데 이 때 멘탈이 흔들린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기본기가 탄탄하다면 긴장이 될수록 정신은 더욱 또렷해 지고 잘 할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이 들게 된다."


손웅정은 고교시절 대통령배 축구대회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명지대 재학시절 무적의 상무팀과 결승전에서 역전골을 넣었으며 프로구단에도 입단한다. 그는 선수로서도 훌륭한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서른도 안 된 나이에 아키레스컨 파열로 은퇴한다. 열심히만 해서는 도달할 수 없었던 어떤 지점을 본 것은 그때였다.


자신이 받지 못했던 그래서 꼭 하고 싶었던 축구선수에게 반드시 필요한 훈련을 아들에게 해주고 싶었다. 넘치는 노력과 주어진 기회, 그리고 천운이 그야말로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어 오늘날의 손흥민이 탄생한 것이다.


손웅정은 새벽에 일어나 청소를 하고 체력단련을 하고 책을 읽고 축구를 한다. 그리고 사색을 하고 유소년들을 위한 축구스쿨에 많은 돈을 들여 봉사한다. 자신의 힘과 정신으로 타인이나 다른 조건과 시스템에 조종 당하지 않으면서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자유인이다.


골을 넣고 우승을 해도 잠깐 만끽한 후, 경기가 끝나고 나면 손흥민은 곧 묵묵히 다음 경기를 준비한다고 한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일이 손웅정부자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하는 일이다. 나는 그렇게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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