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
정치가 뭐지? 국민들을 지배하는 건가? 한 자리 차지해서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는 행위? 도대체 정치의 정의는 무엇인가?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이라고 네이버 사전에 소개되어 있다. 도대체 뭔 말인지.
구글링을 하니, "가장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정치란,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분배다.'라는 한 문장으로 정의된다. 여기서 '사회적 가치'란 공익과 사익, 경제적 이익, 자유, 생존권 등 다양한 형태의 '이익' 혹은 '권리'를 의미한다."라고 되어 있다.
일단, 권력, 분배, 조정, 질서, 이익, 가치와 같은 개념이 등장하는 것으로 봐서 '정치'는 매우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 일을 말하는 듯하다. 이익의 분배, 집단 간의 갈등 조정과 같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들을 놓고 다퉈야 하는 일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정권을 빼앗긴 당 사람들이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는 거다.
정치인 '이해찬'과 전직 기자이자 국회의원, '최민희'가 대담집을 냈다. <이해찬 회고록>. 읽다 보니 이해찬 개인의 삶은 그 자체가 한국의 근현대사다. 그는 정치인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로서 퍼블릭 마인드를 강조한다. 그 자신이 퍼블릭 마인드로 무장되어 있는 정치인이다.
이승만, 419 혁명,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보수대연합, 629,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현장에 이해찬이 있었다.
젊은 날은 독재에 저항했다. 늘 수배에 시달려야 했다. 제대로 된 직장을 다닐 수가 없어 서점을 냈고 덕분에 수많은 책을 읽었고 출판사를 만들어서 책을 내기도 했다. 사회학을 전공해서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에 천착할 수 있었다.
회고를 읽으면서 이해찬은 침착하고 냉정하며 공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공부하고 연구하는 정치인이었다. 복잡하고 어려운 회계를 익혀서 정부와 각 부처의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파악했고 제대로 사용되도록 운용하기도 했다. 유능하고 스마트한 데다가 공적인 마인드가 있었던 정치인이었던 거다. 이런 정치인은 우리가 실제로 접하기 어렵다.
정치인으로서 이해찬은 균형감각이 뛰어났던 모양이다. 그의 실력과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균형감각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민주화할 수 있게 도왔다.
그의 회고에는 일본에서 DJ 납치를 맡았던 정무공사의 아들이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라는 사실, 그리고 안철수를 도왔던 법륜 최석호도 등장한다.
정치는 사적 욕망이 있는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무지한 사람이 해서도 안된다. 퍼블릭 마인드와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 이런 정치인이 이해찬 말고 또 누가 있는지 눈을 씻고 찾아봐야 한다.
사족: 읽다 보니 국회의원 설훈도 등장했다. 전두환 시절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되어 이해찬과 함께 중형을 언도받은 인물로. 그도 젊은 시절 독재정권에 저항하다 고문을 받으면서 뜨거운 피를 흘렸을 것이다. 그 장면을 읽다 보니 요즘 보이는 그의 행태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7 순의 나이에 접어든 그는 지금의 민주당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모양새다. 젊은 시절 독재정권에 저항하지도 않았고 수많은 고비를 넘기며 지금의 민주당을 지키고 성장시키는 과정에 함께 하지 않은 인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 대표 이재명 또한 인권변호사로 시민단체 일원으로 그리고 진보 계열이 꿈꾸는 민주화를 위해 온몸으로 투쟁하며 살아온 인물이다. 설훈 의원이 독재정권에 저항하던 젊은 날의 초심을 되새긴다면, 지금 이 이 순간 민주당 중진 의원으로서 어느 과녁에 화살을 겨누어야 할지 바로 알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가치는 역사에서 배우지만 방법은 현실에서 찾는다는 이해찬의 명언을 되새겨본다. 사족이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