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치료를 시작하다
피부과에 다닌 지가 어언 십여 년, 그러나 가려움증이 시작되는 원인과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의사는 없었다. 간혹 친절하게 하는 말이, "중년에 접어들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또는, "어쩔 수 없는 증상이에요. 가려움증이 시작될 때 바로 병원에 오시면 됩니다."였다.
과거 코미디 한 장면, 병원에 막 도착한 환자를 살피면서 의사가 한마디를 한다.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뒤돌아서서 의사가 혼잣말을 한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휴~ 조금만 늦었으면 그냥 나을 뻔했네'
어떤 통계, 현대의학에서 치료할 수 있는 병은 전체 질병의 30%가 채 되지 않는다는..... 어쨌든 소양증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한다. 내 경험으로는 병원에서 주사를 맞거나 약을 받아먹으면 바로 좋아지지만 몇 달 후엔 다시 시작된다. 대증요법은 그만.
나의 증상
나이 마흔을 넘어설 무렵 시작됐다. 종아리 주변부가 가렵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시원하게 긁기 시작했다. 가려움증은 허벅지 부근까지 올라왔고 급기야 피부과에 가기 시작했다. 주사를 맞고 약을 먹었더니 금세 좋아졌다. 이 증상은 계절이 바뀔 무렵, 특히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간절기에 시작됐다. 건조한 것이 원인이라고 하기에 마흔 중반부터 보습제를 바르기 시작했다.
건조한 계절로 접어들면서 피부도 덩달아 건조해지다 보니 가려움증이 시작됐을 거라는 짐작, 그리고 당시만 해도 세탁소에서 드라이한 셔츠와 바지를 입었다. 화학약품이 피부에 닿아서 그런가 하는 의심을 했다. 그런데 보습제를 쓰고 세탁방식을 바꿔도 증상은 계속됐다.
식습관???
보습의 문제가 아니었던 거다. 좋다는 보습제를 열심히 발라도 증상은 계속됐다. 결국, 먹는 것인가? 내가 좋아하고 자주 먹는 것들을 나열해 봤다.
우유, 미숫가루, 계란,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피자, 각종 국수, 각종 라면, 짜장면, 김치찌개, 부대찌개, 도넛, 과자, 사탕, 떡, 빵, 아이스크림, 커피(아메리카노, 캐러멜마끼아또, 바닐라 라테, 아포가토), 각종 과일, 나물, 김치, 각종 차
일단, 이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란과 우유, 커피를 끊어보기로 작정했다. 오늘부터 식음일지를 써보는 거다. 어제 먹은 것부터 정리해 보자.
오전에 버터에 구운 식빵에 버터와 잼을 발라서 두 조각, 커피 한잔, 인도식당에서 탄두리 치킨, 난에다가 카레를 얹어먹었다. 저녁으로는 전주 콩나물국밥 한 사발. 그리고 한라봉 한 개와 단감 반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