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사피엔스의 출현을 지구와 지구에 사는 다른 생명체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재앙으로 볼 수 있다. 사피엔스의 등장 이후 수많은 동식물들이 멸종했기 때문이다.
모든 동식물들은 각각 다른 종들과 공생을 한다. 고양잇과의 사자와 호랑이, 표범, 퓨마, 고양이, 삵과 같은 다양한 종들이 그렇다. 그러나 사피엔스는 동류의 다른 종인 네안데르탈 인을 멸종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신간, <멈출 수 없는 우리>는 그의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어린이 버전이다. 그런데 어른이 읽어도 전혀 유치하거나 우습지 않은 내용으로 가득하다. 흥미로운 데다가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석기시대의 셀카
"고고학자들은 바위에서는 손자국을 하나씩밖에 찾을 수 없었어. 그런데 많은 손자국이 한꺼번에 찍힌 장소가 몇 군데 있었어. 손자국은 모두 다른 사람의 것이었지만 아마 그들은 같은 무리에 속한 동료들이었을 거야. 어쩌면 그것은 석기시대에 단체 셀카를 찍는 방법이었을지도 몰라. 특별한 축제가 열리는 동안 무리에 속한 사람들이 그 바위에 와서 손자국을 남겼지."(94쪽)
<사피엔스>를 읽다 보면 동굴 벽면에 찍혀있는 수많은 손바닥 자국에 대해 소개하는 장면이 나온다. 유발 하라리는 그 장면에 대한 매우 그럴듯한 추측을 <멈출 수 없는 우리>에서 소개하고 있다. 지금으로 보자면 일종의 셀카놀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징과 회사의 출현
회사를 의미하는 단어, Corporation은 몸(신체)을 의미하는 라틴어 Corpus에서 왔다고 한다. 인간의 또 다른 몸이 여러 사람과 일과 물건을 대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는 실체가 없다. 물건과 서비스를 광고하고 유통하고 판매하지만 회사는 그 실체가 없다. 사피엔스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줄 알았고, 그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상징을 만들어냈다.
상징은 사피엔스들을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일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 수 있다. 상징을 통해 협업이 가능해졌고 스스로 사피엔스라는 종의 우월성을 만방에 과시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 사피엔스
인간보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센 다른 동물들은 멸종했다. 그래서 결국 인간 사피엔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이 됐다.
심지어는 스스로조차 절멸할지도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