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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태산이높다하되 Oct 22. 2021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부

알렉셰이 & 인물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누구?

표도르 알렉세이 카라마조프다. 악명 높은 -왜 악명이 높은지는 잠시 뒤에 알 수 있다-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의 3남이다. 장남과 차남은 두고, 왜 3남을 주인공으로 삼았는가. 첫째 이유는 알렉세이가 여러모로 가장 균형잡힌 인물이기 때문이다. 몸짱에다가 선량하며 독실한 크리스찬이다. 두번째 이유는 저자 도스토옙스키가 알렉셰이를 통해 세상을 보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한다. 총 4부작으로 구성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완성 이후, 그는 알렉세이가 혁명가의 길을 걷는 인물이 되는 속편을 구상했다고 한다. 알렉세이의 눈을 통해 모든 에피소드가 전개된다.


부친,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라는 인물은 지주에다가 술집을 여러 개 운영하는 인물인데, 그에게는 여러 부정적이고 엽기적인 수사가 따라붙는다. 그를 형용하는 용어들을 보자. 걸레, 방탕, 멍청, 미치광이, 광대, 푼수, 호색한, 야비, 음탕, 난동, 철면피 등이다. 그런데 이 인물은 재산관리에는 영리하고 비범하다고 되어 있다. 재산을 불리는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능수능란함을 보인다. 이 인간은 한마디로 괴짜다. "괴짜라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부분적이고 특수한 현상이다. 그렇지 않은가?"(1권 12쪽)


파블로비치의 첫째 부인은 아젤라이다 이바노브나 미우소바라는 여인이다. 귀족, 미우소프 집안의 딸이었는데, 사회적 제약이나 가문과 가족의 독재에 항거하기 위한 철부지같은 이유로 식객에 지나지 않은 파블로비치에게 자발적으로 보쌈결혼을 당하게 된다. 그 결혼이 잘 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아젤라이다가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녀의 집안에서 보내온 지참금과 재산을 독차지한 파블로비치가 즉각 본래 자신의 모습 -호색한, 파락호 등등- 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아젤라이다는 자신이 낳은 아들, 세살바기 드미트리를 남겨둔 채 신학교 선생과 홀연히 떠나버린다.


둘째 부인은, 고아나 다름 없이 어떤 장군의 미망인의 보호 아래 자란 온순한, 소피아 이바노브나라는 아가씨였는데, 보호가 때로는 지나친 간섭과 따분함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법, 결혼은 보호자를 여성에서 남성(파블로비치)으로 바꾼 것에 지나지 않게 된다. 파블로비치는 소피아가 어리고 예뻤기 때문에 지참금도 바라지 않았다. 어쨌든 이번에도 그는 영락없이 잡놈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이번엔 8년이나 살면서 두 아들, 이반과 알렉세이를 낳고 부인병에 시달리다 사망한다.


첫 아들, 드미트리는 파블로바의 하인 그리고리가 거두어 보살핌을 받게 되지만 아비 파블로비치에 의해 쫓겨나는 처지가 되는데, 다행이도 자유주의자이며 무정부주의적 성향의 외종숙, 그러니까 어미, 아젤라이다의 사촌오빠에게 의탁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드미트리는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게 되고 불안한 유년기와 소년기를 보낸다. 군사학교에서 잠깐 교육을 받기는 하지만 무질서하고 방탕한 청춘으로서 부친과 같이 인내심 없고 난폭하고 경솔한 난봉꾼이 된다. 책 속에 등장하는 나이는 28살이다.


둘째는 이반인데, 나이는 24살, 음울하고 오만하며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로 성장한다. 학업에 재능을 보여 지적이고 박식한 나머지 과외선생과 작가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부친 파블로비치를 경멸한다.


셋째아들은 이 소설의 주인공, 스무살의 알렉세이다. 조숙한 박애주의자이고 사람들을 좋아한다. 얌전하고 해맑고 대담하며 용감하다. 천성이 고귀한 편이다. 우등생이지만 1등은 한번도 하지 못했다. 유로지브이라고 소개되는데 이는 "백치이면서 동시에 성스러운 존재로 여겨지는 성스러운 바보"(1권 45쪽)라는 주석이 달려있다. 알렉세이는 구제불능의 부친인 파블로비치마저도 감화시키는 조용한 능력자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스메르쟈코프가 있다. 뒤에 소개한 백치여성의 아들, 그러니까 사생아가 되는데, 생물학적 아비는 아무리봐도 파블로비치다. 파블로비치의 충직한 하인, 그리고리 부부의 보살핌을 받고 자라게 되는데, 묘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리고리가 가르쳐 주는 지식에, 황당하지만 자신만의 사유를 통해 철학적 저항을 한다. 음식을 너무나도 꼼꼼히 살피며 먹는 습관때문에 모스크바에 유학할 기회를 얻게 되고 파블로비치의 요리사(하인)가 된다. 간질병을 앓고 있으며 여성을 경멸하지만 정직하다. 모든 일에 관조적인 태도를 보인다. 크람스코이라는 화가의 관조자를 떠올리게 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관조자, 크람스코이 (위키백과)


이렇게 파블로비치라는 천하의 몹쓸 인간과 그의 세 아들과 하인(요리사)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가 바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다. 이 작품이 20세기 최고의 소설이라고 한다. 러시아 귀족가문의 전통과 문화, 예의 범절과 고상한 품격과 같은 우아함을 기대했다면 접어두시라. 그 반대의 내용으로 가득차 있으니까.


주목해야 할 세 여인들

첫째 여성은, 리자베타 스메르쟈쉬아라는 여성이다. 악취가 진동하는 리자베타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이다. 어느 병자의 딸인데, 백치에 사시이며 벙어리다. 하지만 천성이 착하고 귀염성이 있었던지 마을사람들의 보살핌을 받는다. 얇은 윗도리만 입고 다니는데, 새 옷이나 신발이 생겨도 불우한 사람들에게 던져주고 자신은 하던 대로 하고 다닌다. 먹을 것이 생겨도 마을의 어린이들에게 나눠준다. 자신은 흑빵과 물만 먹는다. 그러던 중 마을 어귀의 덤불에서 자고 있는 그녀를 파블로비치가 겁탈한다. 본인은 아니라고 우기지만 정황상 범인은 파블로비치다. 그리고 임신을 한 리자베타는 파블로비치의 집안, 목욕탕으로 들어와 그리고리 부부의 도움을 받아 해산을 하고 죽는다. 그 아들이 이 소설의 문제적 인물이 되는 스메르쟈코프다.


두번째 여성은, 카체리나라는 귀족여성이다. 그녀는 대령급에 속하는 장교의 딸이다. 대령이 공금횡령이라는 죄명으로 위기에 봉착하고, 평소 눈길도 주지 않던 드미트리를 찾아가 굴욕을 무릅쓰고 돈을 빌리게 된다. 카체리나는 부친의 사망후 친척 이모로부터 거액을 증여받으며 상속녀가 된다. 드미트리는 카체리나의 약혼자가 되는 영광을 거머쥔다. 하지만 드미트리는 엉뚱하게도 다른 여성에게 빠져들게 되는데....


세번재 여성은, 그루셴카라는 여성인데 러시아적 미인으로 묘사된다. 솔직하고 감정에 충실한 여성이다. 하지만 교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매우 직설적이고 변덕쟁이다. 5년 전 어느 군인과 사랑에 빠지지만 떠나버린 군인은 다른 여성과 결혼한다. 상처한 군인이 그루셴카를 다시 찾지만, 이미 그녀는 더이상 예전의 순진한 처녀가 아니었다. 드미트리와 그의 부친 파블로비치가 연적이 되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하게 만든다. 논쟁적 이슈를 탄생시키는 여자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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