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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태산이높다하되 Nov 19. 2021

신의 영역을 넘보는 인간들에게

<사피엔스>를 읽고(1화)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매치에 경악한 대중들이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열광했던 책, <사피엔스>를 다시 읽는다.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 유발 하리리가 2011년 발간한 책이다. 원제목은 "A Brief History of Humankind"다.


인류의 역사를 네 개의 키워드로 압축 요약했다. 그의 후속 작품, <호모 데우스>도 읽었지만 흡입력이 <사피엔스>만큼은 되지 않았다. <호모 데우스>는 <사피엔스>에서 미처 설명하지 못한 '불멸'이란 주제를 자세히 다룬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세돌 vs 알파고

저자는 우주의 빅뱅으로 탄생한 지구에서 나고 자란 생물과 인류의 과거 이력을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해 복구해낸다. 우리가 읽는 번역서에는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캘리코

유발 하라리가 인류의 역사를 기술한 이유가 있다. 어쩌면 그는 인간이 다른 동물들에 비해 특별하다는 공고한 믿음에 재를 뿌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인류애' '휴머니즘' 오직 우리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는 개념이다. 인간은 지구 표면의 극히 일부에서존재하는 생물이고, 수많은 다른 종의 생물들이 바다와 대륙의 대부분에서 서식하고 다. 최근에 와서야 인류는 지구의 주인이 자신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구글은 '캘리코'라는 회사를 '죽음'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했다고 한다. 이세돌 9단을 꺾었던 딥러닝 기능을 지닌 인공지능 '알파고' 메이드  구글 딥마인드다.


캘리코라는 벤처기업이 연구, 개발하고 있는 영역은, 인간의 '노화' '죽음'이다. 자연현상으로 여겨졌던 두 가지 운명적 한계를 일종의 질병으로 판단하고 이를 치유 또는 해결하려는 중이란 얘기다. 덕분에 어쩌면 우리 다음 세대는 영생이나 불멸을 경험하게 될지 모른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인간의 미래, 과연 축복일까, 재앙일까.


저자의 의도

135   빅뱅을 통해 생겨난 우주, 그 우주에서 다시 90 년이 지난, 45   탄생한 행성, 지구에는 38   최초의 생명체가 등장한다. 가늠하기 힘든 숫자의 나열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단다.


그리고 600   침팬지와 구별되는 최초의 인간이 나타났으며, 20   현재의 우리를 가리키는 인간 종인, 사피엔스가 등장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노아 하라리는 이 책을 통해 사피엔스의 특징을 파악하고 지금까지의 역사를 탐구한다. '캘리코'나 '알파고'의 탄생과 이후의 세계를 예측하고 그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던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인간의 미래는 이런 식으로 전개될 텐데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하고 말이다.  


사피엔스의 특징

20   사피엔스가 출현할 무렵 다른 인간 종들의 분포는 어땠을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단계를 거쳐 차례차례 진화했을 것이란 상식과는 달리  만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은 6종이 동시에 여러 대륙에 걸쳐 존재했다는 사실이 고고학적 고증을 통해 밝혀졌다고 설명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설명을 보자.

네안데르탈인(좌)와 사피엔스(우), 위키백과

"네안데르탈 인은 사피엔스보다 근육이 발달했고, 뇌가 더 컸으며 추운 기후에 더 잘 적응했다. 이들은 도구와 불을 사용했고 훌륭한 사냥꾼이었으며 병자와 약자를 돌본 것으로 보인다.(35쪽)"


최근에 <월간 김어준> 출연한  히스토리 전문가, 박문호 박사의 설명을 듣다가  대목을 생각해냈다. 동물의 대량 살상이나 같은 종을 대상으로 상까지 저지르기 시작한 종이 사피엔스라는 것이다. 네안데르탈인들은 힘이 세고 기후에 적응도 잘했지만, 다른 인간을 죽일 생각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첫째, 다른 동물들처럼 인간 종도 애초에는 같은 종끼리 죽이지는 않았다. 사피엔스가 등장하기  까지는 말이다. 화석을 탐사한 고고학자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사피엔스가 등장하면서 들짐승들에 대한 대량학살 -고기를 저장해 두고 먹기 위해-  이루어졌고, 네안데르탈인들을 비롯한 동시대의 다른 인간종들이 멸종했다고 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혹시 사피엔스는 관용과는 거리가  잔인무도한 인간 종이 아닐까?


둘째, 박문호 박사는 다른 각도로 설명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네안데르탈인들의 사회에는 사형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멸종했다는 것이다. 공동체에 해로운 일원을 제거하는 방식을 택한 사피엔스만 생존과 종의 유지에 성공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대목에서 질문이 생겼다.



해악을 끼치는 구성원을 가두거나 죽이는 제도를 창안할 필요는  생겼을까?


해답은 <사피엔스>에서 찾을 수 있었다.


"관용은 사피엔스의 특징이 아니다. 현대의 경우를 보아도 사피엔스 집단은 피부색이나 언어, 종교의 작은 차이만으로도 곧잘 다른 집단을 몰살하지 않는가.(중략) 네안데르탈인과 사피엔스가 마주친 결과는 틀림없이 역사상 최초이자 가장 심각한 인종청소였을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은 약 3만 년 전 증발했다.(41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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