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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태산이높다하되 Nov 21. 2021

신의 영역을 넘보는 인간들에게

<사피엔스>를 읽고 (3화)

사피엔스의 정체

호모 에렉투스는 약 200만 년을 지속했다고 한다. 인간 종 중 최장 기록이다. 사피엔스가 지속된 시간은 아직 그 10분의 1인 20만 년이다. 지구와 인류의 역사를 감안하면 사피엔스 한 종은 급속히 성장하고 팽창했다. 지구 생태계를 교란하고 가축화되지 않은 대부분의 동물들을 멸종시켰으며,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되었다.


"세상에 남아있는 기린은 약 8만 마리에 지나지 않지만, 소는 15억 마리에 이른다. 늑대는 20만 마리밖에 남지 않았지만, 가축화된 개는 4억 마리다. 침팬지는 25만 마리에 불과하지만, 사람은 70억 명이다. 인류는 정말로 지구를 접수했다.(496쪽)"



사피엔스의 행복

의학이 발달해 수명이 길어지고 평화체제로 전쟁의 피해가 줄어 우리 인간이 안전해졌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현대에 파고든 무서운 적이 출현했으니 바로 인간 자신이다. 2002년 한 해에만 87만 명이 넘는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니 말이다.


"최근 몇십 년 간 심리학자들과 생물학자들은 무엇이 실제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가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도전에 나섰다. 그것은 돈일까, 가족일까, 유전일까, 아니면 덕성일까?(536쪽)"


과학의 발전은 유전공학에도 지대한 발전을 가져왔다. 다만 여기에는 윤리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이슈가 존재한다. 이 논쟁적 이슈들에도 불구하고 과학은 이미 엄청난 발전을 이뤄냈다.


"요즘 돼지 산업은 벌레에서 추출한 유전물질을 돼지에 삽입하는 실험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 유전자는 몸에 해로운 오메가-6 지방산을 건강에 이로운 오메가-3 지방산으로 바꿔준다. (중략) 유전공학자들은 벌레의 수명을 여섯 배로 늘렸을 뿐 아니라, 기억과 학습능력이 크게 개선된 천재 생쥐를 만드는데도 성공했다.(568쪽)"


다시 '캘리코'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사피엔스가 7만 년 전 일으킨 인지 혁명은 이제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을 복원할 수 있는 수준까지 우리를 몰고 왔다.


"최근 하버드 대학교의 조지 처치 교수는 이제 네안데르탈인 유전체 프로젝트가 완성되었으니 복원한 DNA를 사피엔스의 난자에 이식할 수 있고, 그러면 지난 3만 년 전 이래 처음으로 네안데르탈인 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569쪽)"

제네바 비즈니스 뉴스 지에 실린 기사 2018년 12월 6일

네안데르탈인들이 병자와 약자를 돌본 것으로 추정되는 고고학적 증거들이 밝히고 있는 바, 조지 처치 교수는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이 좀 더 타인과 공감하고 배려하는 일에 적극적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2005년 시작된 블루브레인 프로젝트(Blue Brain Project)는 인간의 뇌 전부를 컴퓨터 안에서 재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컴퓨터 내 전자회로가 뇌의 신경망을 고스란히 모방하게끔 하는 것이다.(578쪽)"라는 소식을 전하면서 저자는 생명이 유기화합물이라는 작은 세계 속에서 40억년 간 배회한 끝에 마침내 비유기물의 영역으로 뛰어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이 시대 인류가 가져야 할 마지막 질문은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586)"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화와 죽음을 정복한 사피엔스는 어쩌면 더 이상 사피엔스가 아닐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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