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껴!!!
일요일인 어제 인천공항에 도착! 이제 집에서 열흘만 지내면 자유의 몸이 된다. 지난 8월 말에 애들레이드에 도착했을 때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다.
그땐 호텔에서 14일을 꼬박 갇혀 지냈으니까. 순조롭게 세관을 거쳐 입국해 방역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했다. 순조로우면 불안하다. 고요 뒤엔 항상 동요가 따르니까.
역시! 30킬로 무게의 짐가방을 끌며 아파트 1동 입구에서 선 나를 맞은 상황은, 노후한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였다. 옆 동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19층까지 올라가서 2개 층은 걸어서 옥상으로 갔다. 옥상에서 우리 동으로 걸어가서 5개 층을 걸어 내려와서야 겨우 집 현관 앞에 설 수 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험난하다.
어머니가 급하게 끓인 떡만둣국을 먹었다. 디저트로 사과를 먹고 있는데,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자가격리 앱을 설치하시고요, 그리고 보건소에 오셔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셔야 합니다."
집에서 차를 몰고 보건소에 갔더니 주차장과 검사소에는 자동차와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악을 쓰면서 검사 요원에게 따지는 아주머니, 우는 어린이, 멀뚱한 채 줄 서있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해외 입국자를 위해 따로 구획되어 있는 검사 칸에서 바로 테스트를 받고 즉시 집으로 돌아왔다.
단체톡에서 나의 귀국을 확인한 친구 H가 전화를 했다.
"몰래 토껴!!! 재밌겠다. 스릴 있고.... 광장시장 가서 육회 탕탕이에 낮술 어때? 2차는 대구탕!"
"참내, 무슨 소리야 실시간 감시라는데...."
"방역법 위반하면서 스릴을 만끽하면 젊음도 다시 느낄 수 있고 좋잖아~"
"됐어. 그만해. 집에 있으니 좋은데 뭘 그래."
"그럼 내가 내일 참치 포장해서 갈게."
"그것도 방역법 위반 아니니?"
격리 0일째인데 벌써부터 친구가 이런 식으로 들쑤시니 마음이 마치 바닷물 파도처럼 일렁거렸다.
‘누가 집으로 오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
호주 호텔에서 격리할 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다. 아예 불가능한 상황과 꼼수를 부린다면 가능할 수도 있는 상황!
‘나이를 헛먹었나. 순식간에 마음가짐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그런데 갈등할 에너지도 없었다. 애들레이드에서 출발하기 이틀 전부터 해외 여행자를 위한 PCR 테스트를 받느라 진을 뺐다.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10시간 넘게 공항 라운지에서 대기하고 인천공항 편 비행기에 탑승했다. 애들레이드를 떠난 지 꼬박 24시간 만에 한국에 도착했다.
싱숭생숭하던 마음은 긴장이 풀린 몸이 자연스럽게 진정시켰다.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내가 소파에 등을 대자마자 코를 골았다는 것이다.
앱을 깔고, 자가진단을 했다. 0일째는 그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