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예찬!
안방에 침대, 책장과 책상으로 사용하는 테이블을 모두 들여놓고 자리를 잡으니 아늑해졌다. 작은 방 두 개에 분리되어 있던 가구들이 제자리를 잡은 것이다.
부엌과 거실을 수시로 왕복하면서 어머니가 제조하는 다양한 사운드와 각종 참견에 부딪히면서 나는 그녀와 끊임없이 크고 작은 아규argue를 해야 했다.
그런데 안방에 나와 내 물건들이 모두 들어오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이동 중 어머니의 시야에는 이제 내가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필요한 일이 아니면 굳이 나를 찾지 않게 됐다. 알고 보니 그동안 어머니도 꽤 불편했던 거였다.
인테리어나 디자인에 대한 필요성을 생활 속에서 찾아낸 셈이라고 할까. 제한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구성하게 되면 삶의 평안이 찾아들고, 또 보기에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떤 배우의 재발견
영화, <겨울나그네>의 주연 배우 강석우가 쓴 책, <강석우의 청춘 클래식>을 책장을 정리하면서 발견했다.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전형적인, 진부한 서적이라고 생각해 책장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잘 생긴 사람은 얼굴값을 한다'고들 하는데 강석우는 예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은 있다. 스캔들 한번 없이 알차게 자신의 인생을 가꾸는 배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그렇지만 그가 쓴 책까지 읽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의외였다. 차분하고 담담하게 쓴 글에서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독자와 사회에 대한 배려가 보였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지식도 어지간한 전문가 못지않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는 복잡한 악보를 볼 줄 알고, 색소폰 연주를 하고, 작곡도 하고, 다양한 장르의 클래식 음악에도 정통했다. 모두 돈보다는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야 성취할 수 있는 일이다.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일은 아니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고 했다.
자가격리,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쓴 작가 유발 노아 하라리는 76년 생이다. 올해 나이가 우리가 세는 나이로 47세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책 세 권은 모두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들이다. 사회, 경제, 역사, 문화, 전쟁, 인류 등 인간과 관련한 모든 정보가 총망라되어 있는 인문학 책들이다.
질문, "젊은 나이에, 불과 몇 년 동안, 어떻게 이러한 대작들을 완성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해답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얻을 수 있다.
유발 하라리는 매일 2시간, 매년 2달 이상을 명상을 위해 아무 스케줄을 잡지 않는다고 한다. 명상을 하게 되면 정신이 맑아지고 집중력이 높아지며 인생을 되돌아보는 여유까지 챙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글을 쓰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공교롭게도 어제 일을 기록 중인 오늘(27일), 라디오를 틀었더니 강석우가 CBS에서 진행하는 음악방송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하차하는 날이라고 한다. 2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모니터를 보며 혹사를 당한 눈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 이유라고.
<겨울 나그네>에서 우수 어린 표정의 민우, 그리고 <잃어버린 너>에서 화상을 입고 절망하는 엄충식, 두 인물은 모두 강석우가 젊은 시절 연기했던 캐릭터다.
젊은 시절 이런 연기를 하면서 강석우는 유명 배우보다는 사려 깊은 인간으로 성장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의 본명은 강만홍이다. 뭔가 많고 넓다는 의미일 듯하다. 지금의 외모와 매치가 잘 안되긴 하지만 좋은 이름이다.
격리 3일 차는, 있던 공간을 새롭게 재구성하고 있던 책을 새롭게 발견한 하루였다. 격리의 덕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