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의 하루
나에게는 이혼동기가 있다. 때는 2024년, 3개월 간의 숙려기간 중 아이의 감기로 인해 이비인후과에 갔을 때 그곳에서 대학교 후배를 만났다. 후배도 아이와 함께 병원을 찾았고 나는 왠지 모를 육감으로 ‘혹시 얘도 이혼했나?’라는 촉이 발동했었다. 진료를 보고 나가는 길에 다시 한번 인사를 하는데 후배가 ‘언니, 둘째 가지려고 했었잖아. 지금도 노력 중이야?’라고 물어봤다. 나는 내 촉을 따라가며 후배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아니, 사실 나 헤어졌어. 숙려기간 중이야.’라고 귓속말을 했다. 후배는 깜짝 놀라면서 ‘언니! 나도야! 나도 숙려기간 중이야!’라고 말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친한 후배가 나랑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했고 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하고 함께 육아했으며 비슷한 시기에 이혼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숙려 기간 후 법원 출석날도 2주 차이밖에 안 났다. 반가워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이별을 결심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안쓰러운 마음과 비슷한 고통을 가진 서로를 보며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공감에 눈빛으로 모든 걸 전했다. 다음에 다시 꼭 만나자고 이야기하며 헤어졌고 이후로 우리는 임신동기, 육아동기에 이어 ‘이혼동기’로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인생의 큰 변환점에 서로로 인해 힘이 났다. 후배에게 하는 말이 곧 나에게 하는 말이었고 나의 행복을 바라는 만큼 후배의 행복도 바랬다. 이별 이후 각자의 성향대로 일상을 보냈는데 후배는 사람을 많이 만나고 바로 소개팅을 알아보는 등 활발하게 자신의 시간을 가졌고 나는 SNS를 끊고 프사를 지운 뒤 딸을 키우며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후배는 카페에서 하는 소개팅, 지인을 통한 소개팅, 클럽 등 연애를 할 수 있는 루트를 통해 사람을 만났고 돌싱으로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썸 탈 때부터 자신이 돌싱이라는 것을 말하고 관계를 시작하기도 했으며, 상대가 부담스러워할 때 다음 사람과의 만남에서는 돌싱인 것을 숨기고 만나기도 했다. 또 이 사람 저 사람을 알아가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다듬어갔다. 나는 고전과 문학, 철학책에 빠져 소크라테스로 위안을 삼고 소설 속 등장인물의 삶에 흠뻑 빠져 외로움을 달랬다.
후배가 오랜 기간 휴직을 했다가 올 9월에 복직을 한다. 새로 만난 남자친구와의 연애 이야기도 듣고 복직도 축하할 겸 오랜만에 만나 같이 점심을 먹었다. 이번에 만나고 있는 사람은 참 무해하고 좋은 사람으로 느껴졌다. 분명 몇 개월 전만 해도 결혼 한 번했으니 두 번은 할 생각 없다고 연애만 하고 살 꺼라고 나랑 의견을 같이 했던 후배가 현재 남자친구를 만나고서는 함께 미래를 약속하고 아이를 가질 생각도 하게 되었다. 한 사람의 고정관념을 깨뜨릴만한 사람을 만났다니, 두 우주가 만나 섞이게 되었구나, 감정이입과 축하, 기쁨이 가득했다. 나는 후배처럼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나기까지 시행착오를 겪을 자신이 없는데 용기가 안나기도 했다. 대학원 입학을 준비하며 공부하고 있다는 나의 근황을 전하며 언제든 내 인생에 들어올 누군가를 기다리지만 공부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 당장 공허하지는 않다고 나눴다.
앞으로 우리의 삶이 어떻게 흘러가든 과거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대화하며 감사했다. 후배는 전남편이 양육권을 가져가서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 아들을 보여주지 않아 약 4개월째 아이를 못 보고 있다. 나는 내가 아이를 키우지만 후배만큼 자유로운 일상을 살지는 못한다. 이혼 후의 삶도 다양해서 내가 바라는 모습이 상대에게 있고, 상대가 바라는 모습이 나에게 있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질투하지 않는다. 각자의 삶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며 지내는 것을 아니까. 그저 응원하고 축복할 뿐이다.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의 이혼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마음에 미안함과 죄책감을 가지게 한다. 죄책감의 생각이 찾아올 때면, 주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토닥여준다. 이혼이라는 선택 속에서 상처와 힘듦을 겪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을 깊이 느낄 만큼 분명한 힘을 얻기도 했다. 힘든 시간에 묵묵히 힘이 되었던 관계는 잊을 수 없다. 나의 지인들, 이혼 동기인 후배에게 넘치는 사랑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