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의 하루
서울을 좋아하는 독자가 있는가? 그렇다면 이 글은 넘겨주시길 바란다. 서울이 나랑 별로 맞지 않다는 섣부른 일반화를 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아이와 서울로 1박 여행을 다녀왔다. 기차 타고 가는 여행이란 낮잠과 쾌적함을 생각나게 하는 여행 방법으로 서울 가는 길을 설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기차에서 딸은 ”엄마 서울쥐가 사는 서울로 여행 가는 거야? “라고 물었다. 웃기면서도 시골쥐가 서울에 갔을 때 느꼈던 기분은 앞으로의 우리의 미래라는 것을 몰랐다지. 역에서 연결해서 갈 수 있는 호텔을 예약했기에 뚜벅이 코스더라도 최소한의 동선 속에서 지낼 수 있도록 나름의 계획을 짰다. 서울의 특징이란, 지방에서 누릴 수 없는 문화생활이라고 생각해서 아이가 좋아할 만한 놀거리, 체험거리를 찾아봤는데 택시로 40분 거리, 지하철로 1시간 거리에 어린이대공원이 있었다. 더운 여름날에 지하철 몇 번 출구 등을 열심히 헤매며 걸어 다녔던 과거의 경험이 잊혀 있던 걸까, 걷고 또 걷고 아이를 달래 가며 지하철 환승을 해서 이미 체력이 다 소진된 상태로 어린이대공원에 도착했다. 지하철 출구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니 어린이대공원 정문까지 또 한참 걸어야 했다. ‘아니, 서울을 인구밀집도도 높고 우리나라에서 그리 넓지 않은 면적을 차지하는데 서울 안에서 이동하는 것이 왜 이렇게 멀고 험하고 어려운 거야? 뭐가 이렇게 다 떨어져 있고 가는 길은 기본이 차로 4~50분인 거야? 공원의 여유로움을 느끼려고 지하철을 타고 부지런히 이곳까지 온 거야? 지방은 그냥 집 문만 나가면 나무가 있고 산책길이 있는데 여기는 원....’ 온갖 현타들이 덮치는 동안 다행히 아이를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웨건을 빌릴 수 있었고 어린이대공원 내에 있는 상상나라 체험 예약 시간에 맞춰 이동했다. 체험시간은 2시, 점심시간이 지난 후일 것 같아 근처 카페나 음식점을 찾으려고 하는데 대공원이 정말 큰 공원이었는지... 상상나라 근처에는 이마트 편의점만 있고 이 외에 다른 음식점들은 한참을 걸어야 했다. 아이는 ”엄마, 서울 언제 도착해에 응 ㅠㅠ? “이라고 몇 번을 물어봤다. 이미 여기가 서울이라고 했는데도 자신이 원하는 ‘서울’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다. ‘누가 서울 땅덩어리 좁다고 했나... 이렇게 넓어서 다 걷지도 못하는데.... ’ 편의점에서 김밥이랑 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상상나라 체험관으로 들어갔다. 수많은 인파들을 볼 수 있었다. 인기 많은 체험에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었다. 서울의 문화생활은 모두에게 주어지지만 모두에게 주어지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몰렸다. 상상나라의 많은 체험들은 내가 사는 곳의 창의체험관에 비교해서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체험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이의 상상력은 이런 체험이 아니더라도 내가 사는 곳에서도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또 한 번 먼 길 올라온 것에 대해 현타를 느꼈다. 아이는 졸려서 비틀대고 안 되겠다 싶어 상상나라를 후딱 떠나서 어린이대공원 정문까지 또 한참을 걸었다. 웨건을 반납하고 택시를 잡았다. 호텔로 가는 내내 택시에서 아이와 나 둘 다 뻗어서 잠을 잤다. 아이는 택시에서 내려서도 잠에서 깨지 못해서 호텔 로비 의자에서 한 시간을 더 재웠다. 그렇게 예약해 둔 방으로 들어가니 저녁 6시였다. 계획상 수영을 할 시간이었는데 하루치 체력을 다 쓰고 소진된 상태라 도무지 수영을 할 수가 없었다. 당장 음식점을 찾아 아래층으로 나갈 여력도 안 나서 난생처음으로 룸서비스도 시켜 먹었다. 남은 시간은 호캉스답게 호텔 안에서만 푹 쉬기로 마음먹었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시골쥐가 바로 나였다. 잠깐 쉬었다가 편의점을 갔다 오고 야식을 먹으며 tv를 봤다. 쏟아지는 잠에 아이와 껴안고 푹 자고 다음날이 되었다. 조식을 먹고 다시 숙소에서 아침잠을 푹 잔 뒤 근처 키즈카페에서 2시간 놀다가 기차를 타려고 계획을 했다. 하지만 지피티에 의하면 가려던 키즈카페는 캐리어 보관소가 없다고 해서 다시 역으로 돌아가 짐 보관소를 찾았다. 이 왔다 갔다의 걸음도 기본이 1000걸음이 넘었다. 정말 서울은 너무너무 넓은 곳이다. 웬만한 체력으로는 못 살겠다. 짐 보관소를 찾았는데 이미 짐을 보관하러 온 사람들이 엄청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 다시 포기하고 키즈카페로 돌아가는 중에는 가서 얼른 의자에 앉아있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키즈카페에서 아이가 노는 모습을 보다가 안마의자에서 안마도 하고 점심밥도 시켜 먹고 그렇게 2시간을 보냈다. 그때쯤 되니 피곤함에 슬슬 짜증스러운 말들이 나왔다. 아이는 평상시와 다름이 없는데 내 마음이 꼬였다. 후에 미안한 마음에 캐리어 위에 타있는 딸을 꼭 안으니 딸이 “화내서 미안해라고도 해야지”라고 말한다. 나의 패턴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녀석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탔다. 아이보다 내가 먼저 뻗어서 잤는데 쉬 마렵다는 아이를 안고 화장실을 가는 중에 “엄마 자는 거 봤어?” 물어보니 “응! 엄마 자는 거 봤어. 귀엽게 자고 있더라고.”라고 대답을 했다.
서울 여행은 걷고 또 걸었던 기억이 잊힐 때쯤 다시 갈 것 같다. 그때의 여행 계획은 아이가 아닌 ‘저질체력을 가진 나’라는 변수를 꼭 기억해서 계획하길 미래의 나에게 당부드린다. 고되었지만 베스트 프렌드인 딸과 함께여서 그래도 행복한 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