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의 하루
방학 대부분을 일정연수로 보내다 보니 연수가 끝나고 개학까지 일주일 남았다는 현실이 찾아왔다. 그중 2일은 아이와 서울여행을 가서 시골쥐의 마음을 절절하게 느꼈고, 그 외 시간에는 점심, 저녁을 꽉꽉 채워서 방학마다 연락해서 만나는 지인들과의 약속을 잡았다. 관계도 대학원 입시 준비하는 것도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서 시간을 쪼개서 썼던 것 같다. 가장 먼저 나의 하나뿐인 이혼동기동생을 만나 동생의 따끈따끈한 연애 이야기를 들었다. 현실성 있는 상상과 공상을 좋아하는 나로서 얼마나 이입해서 들었는지 모른다. 동생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로 부럽기도 했다. ”이쁜 사랑 하고 있어 줘서 고마워 “라고 동생에게 진심을 담아 말했다. 함께 독서모임을 하는 언니와도 오랜만에 일대일 시간을 가졌다. 지방에서 시험관을 시도하던 언니가 그 사이에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옮겼고 시험관 한번 시도할 때마다 4~5번 서울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는 일상을 들었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지만 쉽게 허락되지 않는 시간 속에서 곯아있고 조금은 지쳐있는 듯한 언니가 느껴졌다. 안쓰러웠다. “나는 아이가 생기고 너는 남자친구가 생기면 우리의 다음 고민은 뭐가 될까?”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하는 언니를 보며 가볍게 대답을 했지만 불확실한 순간들을 지나는 언니에게 관심과 애정으로 힘을 보태고 싶었다. 자주 보자고 스스로 다짐하듯 언니에게 말했다. 직장에서 친해진 동료 선생님을 집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나는 일정 연수 동안 웃겼던 일들을, 언니는 해외여행 갔다 온 썰을 풀며 이틀 뒤 개학이지만 필사적으로 학교 이야기를 피하며 범주제적으로 대화를 했다. 공교롭게도 방학식날이 내 생일이었고 개학식날이 언니의 생일이다. 서로의 생일로 방학의 한 텀을 보내다니.. 조금 더 신나고 조금 덜 슬퍼하도록 만들어진 시간 같다. 대학교 동기의 결혼을 축하하며 브라이덜 샤워를 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독자들은 나의 내향성에 의심을 가질지도..) 스튜디오를 빌리고 피팅된 야시꾸리한 옷들을 입으며 그날만큼은 애 엄마가 아닌 대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을 느꼈다. 비록 늘어진 뱃살과 팔뚝살은 숨기지 못했지만 말이다. 서로 브라이덜 샤워를 해주던 우리 4명은 아예 계를 만들어 공동 회비를 운영 중이다. 이혼하고 싱글로 돌아온 나와 신혼생활 중인 동기 1명과 결혼을 앞둔 친구와 연애 중인 친구 이렇게 넷이서 다채로운 대화를 나눴다.
틈틈이 공부도 했다. 업무와 공부에 있어 철저히 계획적인 나는 전공시험 준비를 위해 참고해야 할 서적을 중요도 순으로 보기 시작했고 책마다 모두 읽지 않고 전공시험에 집중적으로 나올 부분만 발췌해서 읽고 한글파일로 개념을 정리했다. 10개년 기출문제를 분석하고 지피티가 제시한 예시 답안을 참고해서 나만의 글로 적어볼 생각이다. 아이가 학원에 가는 시간은 틈새 공부를 하고 주말에는 키즈 카페를 가서 2시간 동안 아이는 열심히 놀고 나는 집중해서 공부를 했다. 독서실, 카페 등 환경을 따질 형편이 안된다. 시끄러운 곳이든 어디든 공부할 수 있는 10분 이상의 시간만 있다면 책을 폈다. 겉으로는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것이 공부 시간을 확보해주지 못하는 것처럼 느끼지만 나는 안다. 자녀가 없었을 때 나 자신이 인생을 ‘잘 살고 싶은’ 이유가 흐려져 삶에 굉장히 나태해진다는 것을... 나만 책임지고 사는 삶에 큰 간절함은 없다는 것을.. 그래서 매일이 감사하다. 노력하고 싶고 삶에 의지를 가질 수 있는 이 시간들이 있어서. 매일 밤 아이와 장난치다가 잠을 자고 아침에 입냄새 뽀뽀로 서로를 겨냥하는 그 순간들이 나를 더 나아가게 한다고. 오늘 아침에는 아이가 “엄마, 우리 밖에 보자.” 고 해서 내 무릎 위에 아이를 앉히고 함께 창밖을 봤다. 파란 버스가 지나가면 블루!라고 외치고 검정 차가 보이면 블랙!이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품 안에 쏙 들어가 있는 지금 이 시간들이 천천히 흘러가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나한테 치대는 시간도 끝이 있겠지. 나 자신이 가득 채워져서 아이가 독립할 때 혼자 있는 나를 향해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삶이 행복할 때 가득 누리고 힘들 때 마음껏 슬퍼하며 삶이 이끄는 대로 흔들리며 흘러가는 우리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