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의 하루
다들 자녀들의 한글교육을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하다. 초1 담임만 여러 번 했던 입장으로써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어느 정도 한글을 떼고 올라왔을 때 아이가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데에 수월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물론 발달 단계를 고려한 적기 교육을 고수할 수도 있다. 8살 올라갔을 때 체계적으로 배우도록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럴 때 꼭 주의할 점은 학교에서의 한글 공부 속도에 맞춰 가정에서도 함께 지도가 이루어져야 교육적 효과가 높다는 것이다. 실생활 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반대로 초등학교 입학 전 한글공부를 할 때에는 부모의 지도(혹은 학습지 등)가 아이들의 흥미 수준을 넘어서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글공부의 압박이 최대한 덜 있는 상황에서 재밌게 익힐 수 있도록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나는 아이가 작년에 4살 때 백화점에 갔다가 어린이 장난감 코너에서 산 마이리틀타이거의 0세 한글 교재를 산 적이 있다. 당시 아이는 한글에 관심이 없었고 나는 서서히 접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몇 번 교재를 꺼냈지만 얼마 못 가 교재는 책장 한 구석에 꽂히게 되었다. 조급해하지 말자는 생각에 작년을 보내고 올해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공부할 일이 많아서 식탁에 앉아있는 시간들이 많으니 아이가 자연스럽게 엄마가 무엇을 ’ 읽는지 ‘ 궁금해했다. 한 번은 딸이 “나는 엄마처럼 될 거야! 매운 것도 잘 먹고 글 읽을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글에 흥미가 생긴 것이다. 책장에 있는 내 책을 꺼내 “엄마 이건 어떻게 읽어?”라고 물어보며 함께 식탁에 앉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나는 쉽게 알려주지 않았다. 비싸게 굴었다. “그거 읽으려면 한글 알아야 하는데 어렵지 않겠어?” 아이의 갈급함은 커져만 간다. 공부하다가 잠시 자리는 비우면 아이가 내 책을 보고 글자를 똑같이 ‘그려내고 ‘ 있다. 작년에 산 한글 교재를 찾아와서 몇 글자 적어보기도 한다. 아는 글자는 “엄마 이거 아! 맞지?” 라며 물어보기도 하고. 체계적인 한글 공부가 아닌 흥미 위주로 글자 놀이 하듯 그렇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어서 책을 스스로 읽고 싶은 아이의 바람은 밤마다 책을 읽는 시간에도 빛을 발한다. 내가 책 제목을 읽으면 아이는 “잠깐만! 나도 읽을래!” 하며 손가락으로 제목을 한 자, 한 자, 짚어가며 따라 읽는다. 처음에는 음절마다 발음이 매치되지 않았는데 점차 갈수록 자음과 모음의 한 덩어리를 구분해서 읽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장족의 발전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책 제목의 글자 한 음절마다 자신이 아는 단어를 연상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예를 들면 어제 읽은 책은 <아프리카 초콜릿>이라는 책이었는데 아이가 제목을 힘차게 읽더니, “아! 아이스크림! 프! 음,,,, 프아노? 아닌데! 엄마 프로 시작하는 거 머있찌?”라고 하며 해당 음절이 들어간 단어를 열심히 생각해 낸다. “리! 소리! 카! 음... 카드! ” 이런 식이다. 알려주지 않아도 주체적으로 자신이 아는 글자와 모르는 글자를 찾아내고 적절히 나에게 도움을 구하는 모습을 보며 기특했다. 이런 게 바로 자기 주도적 학습이 아닌가. 책 내용 중 사진사가 흘린 초콜릿을 한 입씩 먹어본 동물들이 달콤한 맛에 눈이 커지며 놀라는 표정이 나오는 부분이 있었다. 아이는 종이를 넘겼다 말았다 하며 동물들의 표정 변화를 일일이 비교하고 어떤 동물은 초콜릿을 못 먹었는지 골라냈다. 아이만의 능동적 읽기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던 것이다. 초콜릿을 더 달라고 사진사를 쫓아가는 동물들을 보며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는 시간도 가졌다.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에는 인간의 지능을 8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공간지능, 신체-운동지능, 음악지능, 대인관계지능, 자기 이해지능, 자연탐구지능’이 그 예인데 엄마로서 딸을 관찰할 때 아이는 언어지능이 유독 발달된 것 같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학습을 적극적으로 지도하는 열혈 맘이 되고 싶지 않아서 그동안 모른 척하기도 했는데 아이가 좋아하는 부분은 ‘흥미를 넘어서지 않는 수준’만큼 환경을 열어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례로 아이와 차를 타면 아이는 노래를 듣는 것보다 동화를 더 듣고 싶어 한다. 오디오 동화를 들려주면 조용히 동화 내용에만 집중을 해서 듣는다. 이전에는 주니토니 동화를 들려주다가 거의 다 외우는 수준이 돼서 최근에는 라인프렌즈 동화를 들려주고 있다. 라인프렌즈 동화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신데렐라, 백설공주, 개미와 베짱이 등의 고전 우화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들려주기에 개연성이 상당히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 수준에 맞는 어휘보다 어려운 어휘들도 등장해서 아이에게 고급 어휘를 노출시키는 데에 좋다. (최근 초등 교육계에서 뜨고 있는 개념기반탐구학습에 의하면 개념은 해당 학년의 난이도보다 어려운 개념이 포함되어 있을지라도 자주 노춣시키는 것이 아이의 문해력과 추후 개연성 있는 학습에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한편으로 딸은 영어에 대한 관심도 많다. 영어 공부는 학원도 안 가고 집에서도 안 시키고 있는 부분인데, 어린이집에서 영어 수업을 받고 올 때마다 다 외워서 자주 말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의 흥미에 어느 정도 환경은 만들어 주면 좋겠다 싶어 영어 그림책을 당근으로 몇 권 샀다. ‘듣기-말하기-읽기’가 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책 읽기>가 가장 좋다고 생각해서다. 밤마다 책을 읽을 때 영어책도 가져와서 읽어달라고 하는 아이를 보며 자연스럽게 노출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잠재력은 부모가 다 알 수가 없다. 환경적 영향과 유전적 요인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최대한 나와는 다른 독립된 개체로 바라보고 관찰하는 중이다. 내 생각이 앞서 나가지 않는 선에서 아이의 관심 분야를 지지하고 응원해주고 싶다. 요즘 딸을 보며 평일 하원 직후에 가장 투정이 많은 경향을 느낀다.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고 왔고, 자신의 욕구가 온전히 채워지지 않는 경험들을 겪는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한테 혼난 하루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의기소침하며 가고, 친구랑 다툰 날에는 혼자 생각에 잠기는 모습도 보인다. 그런 아이를 묵묵히 바라본다.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소화하려는 시간들을 응원한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애정과 사랑 표현을 아낌없이 준다. 잠들기 전에는 아이의 정서가 안정되며 나에게 뽀뽀세례를 퍼붓는다. 우리 가족이 너에게, 내가 너에게 쉼터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성장통을 겪는 5세 꼬마 아가씨의 그늘이 되어주고 싶다. 무엇이든 괜찮다. 너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