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싱글맘의 하루

by 소화록

아이는 아이대로, 나는 나대로 고민을 하고 그중 몇 개는 서로에게 나누기도 하며 살아간다. 간혹 하원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딸이 혼자 생각에 잠길 때가 있는데, 하루를 돌아보는 중인지 고민을 하는 중인지는 몰라도 아이만의 성찰의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 조용히 응원하게 된다. 5살 딸이 최근에 나눠준 고민은 "왜 엄마는 신발을 빨리 신고 자신은 늦게 신느냐"였다.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어서 귀여웠는데 아이는 진지했다. "엄마는 빨리 신고, 나는 맨날 느리게 신어서 (현관) 불이 꺼지면 나 무섭잖아. 나는 왜 느리게 신는 거야?" 뭐라고 대답해 주면 좋을까 하다가 "엄마는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신발 신는 것을 연습했거든. 엄마도 원래 느렸어."라고 말했다. 신발을 백 번, 천 번 신는 연습을 하면 조금씩 빨리 정확하게 신을 수 있다고 독려했다. 오늘 아침에도 출근하는데 엘리베이터를 누르고 우리가 있는 층에 거의 올라올 때까지 빨리 신어야 된다고 재촉하는 내 모습이 느껴졌다. 아이는 '또 나만 늦네.'의 표정으로 한숨을 푹 쉬고 신발을 마저 신었다. 괜히 미안했다. 고민을 더 깊어지게 했나 싶고, 하지만 초 단위로 바빠지는 아침 출근길에 여유롭기란 불가능하고.. 아이의 고민은 나의 고민을 낳는다.


가정에서는 아이와 나 둘 뿐이어서 아이가 또래와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관찰할 기회가 거의 없다. 간혹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00 이가 나 밉대.'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을 듣고 뭐라고 말했는지 물어볼 때마다 아이는 별 말을 안 했다고 하거나, 친구에게 요구하는 표현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는 알지만, 부끄러워서 말을 못 하겠다고 몇 번 말한 적이 있었다. 미술학원에서는 본인이 하고자 하는 대로 미술 표현이 따라주지 않을 경우, 활동 중 난관을 만났을 때, 또래와 갈등이 생겼을 때 교실 문을 열고 나에게 뛰어온다. 그 상황을 피하는 것이다. 아이는 내적, 외적 갈등 상황을 만나면 대부분 회피하는 성향을 보인다. 여기서 나는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것이 요즘 나의 고민이다. 가정에서 나와 둘이 있을 때는 갈등이 생기면 당당하게 "엄마가 이렇게 해서 내 기분이 이렇잖아!" 하며 자신의 근거를 들어가며 조리 있게 표현한다. 감정 표현을 못하는 아이가 아니다. 하지만 또래에게 표현하는 데에는 보다 자신의 감정 표현보다 중요한 어떤 가치가 있거나,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서, 혹은 마찰이 두려워서 등의 여러 이유로 회피하고 말아 버리는 것 같다. 공격적이지 않아서 다행인 걸까? 아니다. 자신의 속에서 곪지 않기 위해 나만의 경계선을 찾아 이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멀리 보고 천천히 보며, 다음에 아이가 또 어린이집에서의 하루를 이야기한다면 어떤 상황까지는 아이가 참아줄 수 없는 지점인지, 어떤 행동까지는 괜찮은지 꼭 물어봐야겠다. 내가 솔직해질 때 더 건강한 관계를 이룰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가 고민을 나눌 때 고민을 깊이 들어줄 수 있는 사람으로 오래가는 것이겠다. 아이의 마음의 문이 닫히지 않도록 나부터 관계를 잘 가꾸어 나가야겠다.


우리의 삶이 끝나는 날 고민의 최종화가 막을 내릴 것이다. 고민하고 성찰하는 만큼 더 나은 선택을 하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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