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겨울눈

다시 온 겨울

차갑고 시린 공기가 요 며칠 코끝 가득 스며들더니 오늘 새벽녘 우리 집 소녀가 창문 밖 폭설 앞에 기뻐 날뛴다.

신난 소녀의 마음과는 달리 반평생 살아온 어른이는 창밖에서 요란하지 않게 조용히 존재감을 풍기며 내리는 새하얀 눈들을 보고 있노라니 한결 마음이 차분해지며 마음 씻김을 온몸 감각 끝 하나하나까지 느끼고 있다.

겨울은 위로부터 으슬으슬 내려왔지만
봄은 아래로부터 으쓱으쓱 밀어옵니다.
겨울은 얇은 자에게 먼저 몰아쳐 왔지만
봄은 많이 떨고 견딘 자에게 먼저 옵니다.
ㅡ박노해 ㅡ

오미크론 확산으로 한 집 건너 아픈 사람들로 넘쳐나고 확진되지 않은 사람들도 유행처럼 번져버린 이 상황 앞에 곧 내 차례겠구나 덤덤한 분위기로 지내고 있는 요즘 우리 집 소녀도 학교에 보이지 않는 친구들을 걱정하며 집ㅡ학교ㅡ집 단조롭고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지나가버린 줄 알았던 겨울님이 봄눈과 함께 다시 찾아와서는 차갑지만 온통 화이트 색으로 세상을 그려내니 이벤트 없이 갇혀 지내던 어느 시골 소녀에게 뜻밖의 소중한 추억과 행복이라는 선물을 선사한다.

먹기도 아까운 당근 쪼무래기를 눈ㅅ 코에 붙이심

따스한 이 진정 찾아온 줄 착각하여 먼저 활짝 펴버린 노란 꽃 위로 내린 눈 밭에 사부작사부작 마실 나온 뚱냥이를 보며

우리 집 소녀는 잠시 얼은 몸을 녹일 겸

"고양이도 본인 냥이 파카로 온몸을 덮고 있는데도 추운가바 떨고 있어. 먹이를 줘야겠어"라고 하며 후다닥 먹이를 챙겨 내려간다.

겨우 꽃피우려 애썼는 데 때아닌 폭설에 묻힌 노랑꽂
눈은 머물러 있기에 너무 가벼웠고,
땅은 간직하기에 너무 따스했다.
그리고 이상한 봄눈은......
ㅡShannon Hale ㅡ

모호한 계절의 경계선에서 찾아온 불청객 봄겨울눈님은 나뭇가지마다 또 다른 꽃 세상들을 만들어 놓으며 아직 봄을 허락하지 않았노라 선포하듯 겨울과 봄의 밀당 가운데 겨울이 현재까지는 의문의 1승임을 강렬히 어필 듯 온통 흰 눈으로 온 세상 가득 덮어버렸다.


오늘 소녀의 눈으로 본 화이트 세상을 카메라로 담은 사진들로 에 탑재하고 있는 데

보는 각도에 따라 같은 화이트 색이라도 다른 느낌으로 표현되는 것 같다.


며칠 동안 미세먼지로 목이 갑갑하고 온통 회검 색의 하늘과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의 무게들로 우울감만 넘쳐 났는 데 새하얀 세상으로 덮어버린 봄겨울눈은 이내 나의 몸과 마음이 씻겨 내려가 정화되게 하는 것 같다.

자연의 뜻밖의 선물에 큰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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