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딯은 곳 어디든

미생의 삶

길가 블록 사이에 '나도 살고 있소' 빼꼼 내민 미생의 삶이 있다. 아주 작고 작아서 지나가다 무심코 밟기 딱 좋게 자리 잡아 아슬아슬 위태로운 목숨을 유지하고 있다.

길가 다른 어딘가에 잘 눈에 띄지 않은 곳에 존재했더라면 지금의 위치보다는 덜 위험하게 살아갈 텐데 저 작은 생명이 왜 저런 곳에 피어나서는 절벽 위에 선 사람처럼 저리도 위험천만할까.

그러면서도 저 아이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작은 녀석이 제법 당당하다.

밟힐지도 모르는 데 고개를 쳐들고 밟든지 말든지 작지만 소박한 미모를 뽐내는 자태 하고는......

우리 모두는 초대장도 없이,
비자발적으로 지구에 온 방문객이다.
하지만 나에겐 이 비밀조차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ㅡ알버트 아인슈타인 ㅡ

누가 심어놓은 것도 아니고

거기서 살아가라 한 것도 아닌 데도

거친 그 길 위에 꼿꼿이 자리 잡아 모질게 살아가고 있는 작은 생명을 경이롭다는 말로 표현하기엔 부족할 수밖에.

존재감 뿜뿜
봄 그리고 존재(우리집 소녀 作)

봄도 지나가고 푸르스름의 계절, 여름의 공기가 곳곳에 솟아나고 있다.

우리 집 소녀가 봄을 보며 느낀 그림으로 처음엔 내 관점으로 시뻘건 눈이 피 흘리는 듯 무섭네라고 했더니 붉은 꽃들을 보았기에 붉어진 눈이라는 단순한 소녀의 답변.

어른의 시선으로 보지 말았어야 했다.

단순한 어린아이 시선으로 온통 붉은 꽃들로 가득 찼던 장면은 바라봤던 눈조차 붉음으로 봤기에 붉다는 뜻. 있는 그대로 바라봤어야 했는 데 편견으로 붉은 눈을 떠올리는 실수를.

귀신같은 눈, 피 흘리는 듯. 슬픈 눈 등 붉은 눈은 그냥 부정적인 색깔의 눈으로 인식하고 각인된 내 머릿속에서 만든 눈이었을 뿐 순수한 어린아이가 바라본 봄의 꽃들의 색 아름다움으로 보지 못한 어른의 세월 속 편견이었음을.

길 위의 미생의 삶도 밟히고 아플 것이라는 편견의 시각이었을 것이다. 저들이 태어나 발딯는 곳곳 어디든 숨 쉬며 살아있는 한 그 조 차로 붉은 눈이건 거친 길 위이든 미생의 삶일지언정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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