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저물어 가는 시점에서

한파 속 저무는 석양을 바라보며

비켜가는 듯 곧 봄의 향기들이 곳곳에

피어날 것만 같았는데 동장군은 그리 쉽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으며 발악이나 하듯

그렇게오늘은

귓볼을 때리는 차가운 바람 시리도록 외롭고 아픈 제 마음처럼 주변 공기를 가득 채우며 불었습니다.

창밖으로웬일인 지 거친 바람을 역으로 이겨내 비상하려 애쓰는 까치 무리들이 여기저기 정신없이 날아다니기에 하늘을 바라보니 거칠고 차가운 바람 속에 오늘의 해는 그렇게도 따뜻하게 저물어갑니다. 차분하고 조용히 주변 가득 따뜻함으로 채우며 스스로 지고 있었습니다.


요즘 故 이어령 선생님과 마지막 인터뷰를 했던 김지수 작가님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고 있습니다.

죽음이 생의 한가운데 있다.
죽음은 탄생의 그 자리로 돌아가는 것,
소멸을 향해 가는 자가 아니라
탄생을 향해 가는 것

죽음을 기억하라.
너무 눈이 부셔서 볼 수 없는 어둠, 죽음이
곁에 누웠다 간 느낌.


누구나 죽음 앞에 초연해지는 것은 쉽지 않을  같습니다. 죽음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직전까지 마주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용기가 필요할 겁니다.


어떤 분야에서 최고봉에 오른 후에도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그 일을 놓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전문가라서가 아닌 그 분야에서 부족하고 즉

미완성의 삶을 살았기에 겸손하게 평생 완성을 쫓으며 살아왔던 거라고 죽음 앞에 담담함으로 대하려 하셨던 故이어령 선생님, 

나병과 콜레라 등으로 죽어가던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 지역의 사람들을 위해 애쓰다 말기 암으로 생을 마감한 [지마 톤즈]의  이태석 신부님 등......

삶에서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쳤고 더욱이 큰 죄 없이 살아왔음에도

느닷없이 다가온 질병과 죽음의 경계선 앞에선 사람들은 렇게 한없이 무너지고 신을 원망하고 삶에 분노하는 게 당연한 인간적인 모습일 겁니다.

그러나 이분들처럼 지금의 시련과 위기 앞에 생의 마감하는 날까지도 당당히 맞서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몸의 고통보다 더 짓누르는 망가져가는 정신력 붙잡으며

그리 무너져가는 것을 느끼는 게 숲 속 가득 꽉 막힌 빽빽한 수풀들과 보이지 않은 길을 헤매이는 것처럼 어느 날에는 더 이상 한걸음 더 나아가기 힘든 시기가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넘어지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순간 

신이 

허락한 숨이 있는 작은 생명이라도 주어진다면 

그냥 저의 짧은 생각으로는

이 또한 감사할 거 같습니다.

그럴 수 있을 수 있기를 겸손히 신께

기도

드려봅니다.


#유방암 #감사 #생명 #죽음

#석양 #사진 #에세이 #기록

매거진의 이전글 빛을 잃은 이들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