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3일째, 강원도 어느 산기슭에 헬기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하게 부서져서 그 충격으로 여기저기 파편들이 흩어져 있고
사고 현장에는 도착한 수습팀들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황망하게 고인이 되신 분들을 거둔다.
곧 이들을 멀리 떠나보낼 가족들에게로......
전투기나 민간 헬기 추락 등 항공사고는 나의
직접적인 사고는 아니었지만 같이 하늘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마치 내가
사고를 당한 것처럼안타까움을 그 이상으로
고통스럽고 아리다.
직접적인 진단을 받지는 않았지만 나의 트라우마(PTSD) 때문일 것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근무했던 부대에서 2번이나 안타까운 이런 사고들을 접하게 되면서 10년 가까이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마치 전쟁터 같았던 그 사고현장의 처참한 장면과 그로 인한 트라우마가 마치 수술 후 진통이 풀리며 지독한 통증이 밀려오는 듯하다.
한동안 그런 이유들로 비행도 못했던 적이 있을 정도로 내가 직접 추락한 사고가 아님에도 한 부대에서 아침에 인사를 나누고 "안전비행! 다녀와서 봅시다!" 했던 이들이 꼭 사망사고가 아니더라도 크게 다치거나 헬기가 추락하는 장면을 두 번씩이나 목격하고 현장 처리를 한다면 나도 언젠가 예상하지 못한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는 극도의 공포감은 글로 일일이 담아내기 어려울 거 같다.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아직도 생생했던 그때가 떠오르고 당시 추락했던 헬기 안의 사람들은 다행히 생명은 건졌으나 크게 다쳐 치료를 받느라 급히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안정이 좀 되고 의식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병문안을 갔었는 데사고자 중에 특히 친했던 후배 녀석은 추락과 동시에 계속 헬기가 멈춤을 거부하듯 거친 비정상 회전을 반복하고 허수아비가 바람에 양팔이 미친 듯이 흔들리듯 쓰러진 항공기 꼭대기엔메인 프로펠러가 바닥을 쿵쿵 치며 조종석 밖으로 미친듯이 돌아가던 모습과 그 쿵쿵 소리가 병원 입구의 회전문과 같다며 갑자기 울며 뛰어 올라가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PTSD발병요인(출처 : 한국건강관리 협회)
극심한 불면증이 생긴 시기, 예민해지고, 항공기 사고 기사들을 보면 그날은 몸살이 나고 눈물이 나거나 극도로 우울해지는 증상 등.....
요즘은 가끔 비행을 한다.
전처럼 온몸 가득 공포감으로 휩싸이고 땀으로 조종복이 젖지 않는다. 가볍게 생각하려 한다. 10년이 흘렀고 그때 사람들도 다들 극복하고 지낸다.
그렇게 잘 지내고 있다고 시간이 다 해결해 준다라고 믿고 극복하고 있음에도 종종 발생하는 항공사고들은 심해에서 평온하게 잠들어 있는 내 마음의 트라우마라는 지옥을 수면으로 끌어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