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2개월 간의 장거리 연애, 그리고 끝
다시 한 번 내 연애가 끝났다.
1년 2개월 정도 만났던 그 사람은 멀리, 아주 멀리 살았다.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외치며 호기롭게 시작했던 그 관계는 내가 생각했던 결말 그 어느 것보다도 허무하게 끝이 났다. 1년 2개월 전 몸이 멀어지면 언젠가 마음도 멀어진다는 진부한 말을 애써 무시했지만, 그 진부한 말이 가시가 되어 우리의 관계를 끊어냈다.
살다보니 이제 어느 정도 관계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게 되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쳐도 서먹해지는 관계가 있고, 반대로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관계가 있다. 아직 젊지만 그 정도의 지혜는 깨닫는 나이가 된 것이다.
하지만 장거리 연애는 사뭇 달랐다. 싸우면 풀기가 어렵다는 걸 깨달은 후로 마음 속 말을 아낄 때도, 이건 아니다 싶어 솔직하게 내 마음을 털어 놓을 때도 우리는 멀어져만 갔다. 그리고 어느새 8,000km의 물리적 거리보다 더 멀어진 것 같은 우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당황스러웠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보아도 점점 멀어지는 느낌. 한 달 뒤면 만난다며 설레하다가도 그 사람이 돌아간 그 후를 걱정하는 기분. 그리고 그 모든 감정 후에는 내가 뭘 해도 소용이 없다는 무력감. 그 무력감을 느낀 후로는 어떻게 하면 잘 끝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고민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끝이 났다. 내가 생각한 그런 방식과 모습은 아니었지만, 둘 모두가 지쳤기에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문득 언젠가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순간이 바로 지금이라는 걸 알아서 그랬을까? 슬프지만, 울컥했지만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나에게 지난 6개월은 8,000km를 이길 수 있는 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