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을 365개의 글로 채워보기
무언갈 끄적이는 걸 참 좋아한다.
내 감정이나 생각을 쓰는 일, 좋은 문장을 필사하는 일, 플래너에 해야할 일을 쓰는 일, 심지어 교수님이 과제로 내주신 레포트를 쓰는 일. 생각이나 의견을 정리하고 내가 생각하는 구조에 맞게 글로 표현하는 일이 참 좋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글쓰기에 소홀해진 시기가 왔다.
일기를 쓰지 않고, 블로그를 쓰지 않고, 손글씨 플래너는 맥북으로 대체되고... 점차 글쓰기보다 편한 대체재를 찾아온 것 같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생각의 성장은 멈추었다. 더 이상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그렇게, 흘러 가는대로 살아가는 날이 많아졌다.
글을 쓴다는 건 단순히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가지는 일이다.
기록의 용도를 수행할 수 있는 수단은 참 많으니까. 꼭 글이 아니어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글이 가지는 가치는 다른 무엇보다도 강력하다. 글은 내 감정과 생각을 그 무엇보다도 직설적으로, 명확하게 나타낼 수 있도록 해 준다. (그것이 내가 기록의 방식 중에서 글을 가장 좋아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그래서 목표를 정했다. 24년 12월 05일부터 일년 동안 매일 브런치에 '글'을 남겨보자는 것. 짧아도 괜찮고, 길어도 괜찮으니 매일 감명 깊었던 순간을 온전히 남겨보자는 것. 글을 통해서.
'하나의 글이 가진 힘은 그렇게 세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것이 겹겹이 쌓이고 쌓이면 역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믿음으로. 365개의 글이 어떤 힘을 가지는 지 나는 아직 모르니, 끝까지 한 번 가보자는 마음으로.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이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적합한 때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