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좋아하게 되버린
언제부턴가 내가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차보다는 커피를 좋아했다. 이번 학기가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집에서 나오기 전에 반드시 했던 일이 커피콩을 갈아 커피를 내리고, 얼음을 가득 담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제조하는 일이었으니까. 그랬던 내가 (어떤 기억에 남는 계기도 없이) 차를 마시기 시작한 것이다.
커피와 차는 '마신다'는 행위 측면에서 보면 유사하지만, 그 내막은 완전히 다르다.
내가 더울 때도 추울 때도 커피를 마셨던 이유는 확실한 각성 효과 때문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며 한 모금, 버스에 앉아 한 모금, 그렇게 커피를 마실 때 잠이 확 깨는 그 느낌이 참 좋았다. 그렇게 아침에 내린 커피는 물로 희석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도 하루 동안 나의 각성을 책임져주었다.
반면 차는? 이제 한 달 정도 커피를 완전히 끊고 차를 마시고 있는데 각성 효과가 전혀 없다.
커피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나오기 직전 티백을 꺼내 차를 내려서 나오는데, 우선 버스를 타고 갈 때는 마시기가 힘들다. 너무 뜨겁다. 버스에 타서도 잘 마시지 않는다. 시원하게 목을 적셔주는 커피, 뜨거워서 바로 마실 수도 없는 차. 나는 왜 차를 좋아하게 되버린 것인가.
오늘 글 주제로 차를 선택하고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내 나름대로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나에게 차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즐거움을 주는 존재이다. 뜨거운 차가 따뜻해지고, 따뜻해진 차를 한 모금 할 때면 그 순간이 참 좋다. 여전히 뜨겁기에 조금씩 마셔야 하지만, 내 목과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녀석이다.
또 한 가지. 차는 선택의 재미를 주곤 한다. 사실 오랫동안 커피를 마셨지만 전문가는 아니기에 스타벅스에서 산 대용량 커피콩을 사용했다. 어림잡아 2-3달은 똑같은 맛이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차는 여러 가지 맛과 향을 가진 티백을 사 놓고 아침마다 원하는 걸 고를 수 있다. 정신 없고 바쁜 아침, 잠시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그 순간이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즐거움이 되는 것이다. 세상살이 내 맘대로 되는 것 하나 없는 27살의 청년에게는 조그마한 결정의 순간도 참 재미있게 느껴지나 싶다.
그래서 당분간은 차를 마실 것 같다. 언제 또 커피가 손에 잡히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