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축구팀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나의 답은 언제나 '맨유'였다.
어릴 적 우리 모두의 히어로였던 박지성이 뛰었던 팀,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보스가 이끌었던 팀, 찬란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지금은 온갖 조롱을 받고 있는 그 팀. 맞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 팀의 역사나 스토리에 대해서는 나보다 훨씬 더 잘아는 분들이 많으실테니, 오늘 나는 이 축구팀이 나에게 알려준 [애증]이라는 감정에 대해 기록해 보고자 한다. 구글에 애증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뜻을 알려준다. '사랑과 미움을 아울러 이르는 말'. 사실 애증이라는 단어는 일상생활에서도 종종 쓰이지만, 진심으로 '애증'의 감정을 느끼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사랑하면서 미워하는 것, 좋아하지만 싫기도 한 것, 보고 싶지만 보면 짜증나고 화나는 것. 대강 이런 느낌일 것이다.
앞서 언급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0여 년 전까지는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였다. 물론 박지성이 뛰어서 처음 관심을 가진 것은 맞지만, 오직 그 이유만으로 이 팀을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맨유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그저 '잘했기' 때문이다. 누가 오든, 누가 나가든 맨유는 항상 최고의 팀이었으니까. 매 시즌 우승컵 하나는 그 팀을 좋아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영원한 건 없었기 때문일까. 퍼기 영감님이 팀을 떠난 이후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그저 그런 팀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상태가 10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내로라 하는 감독을 선임해도, '월드 클래스' 선수들을 데려와도 나아지는 건 없고 기대감은 점점 실망과 허탈함으로 바뀌었다.
'나도 다른 팀을 좋아해볼까', 'OOO팀이 요즘 잘하네' 하며 응원하는 팀을 바꿔보려고 했다. 정말 잘하는 팀을 응원하면, 매일 이기는 경기를 보면 더 좋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마음은 오래 가지 않았다. 심지어 손흥민이 뛰고 있는 토트넘, 스페인 여행 당시 방문했던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등 축구를 잘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내 마음을 끌진 못했다.
그렇다, 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팀에 애증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었다. 경기를 보며 욕하고, 답답해서 꺼버리고, 주변인들로부터 조롱 받아도, 결국 다시 찾아가서 보게 되는 그 마음. 아무리 바빠도 맨유 경기 결과는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 마음. 종종 FM을 할 때 이리저리 팀을 바꾸다가도 결국 맨유로 돌아오게 되는 그 마음. 그게 애증인 것 같다.
이 감정은 설레임과는 비교가 안된다. 설레임이 폭죽이라면, 애증은 희미해도 절대 꺼지지 않는 불씨이다. 폭죽은 펑펑 화려하게 터져도 1분이면 끝, 불씨는 없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내 마음에 불을 지핀다. 어떤 사람 혹은 사물에게 '애증'을 느끼는 순간, 그건 정말 오랜 시간 마음 속에 남게 된다.
P.S. 이제 컵 대회 그만하고, 리그 우승 한 번 해보자 ...
여러분은 마음속에 애증의 대상을 가지고 계신가요?
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축구팀을 예로 들었는데, 아직까지 사람에게서 애증이라는 감정을 느낀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근데 누군가에게 애증의 감정을 느끼게 되면, 저는 헤어지는 게 너무 힘들 것 같네요. 전 10년 넘게 리그 우승 하나 못하는 맨유를 잊지 못하고 돌아가는데, 그게 사람이라면 ... 참 쉽지 않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