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국밥집 아주머니들을 보며.
회사 점심시간마다 자주가는 국밥집이 있다. 가깝기도 하지만, 거리와 별개로 콩나물국밥이 맛있다. 간판에는 30년 전통이라고 쓰여있는데, '30'은 원래 있던 낡은 간판에 스티커로 숫자를 덧대어 붙인 것이다. 바랜 간판에 이질적으로 붙어있는 숫자 30을 생각하며 그 집 콩나물국밥을 먹으면 과연, 하며 끄덕이게 된다. 식당 내부 공간은 넓지 않아서 홀과 주방이 거의 분리되지 않는다. 그 집의 또다른 숨겨진 조미료는 주방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들과 홀을 보시는 아주머니의 만담같은 수다이다.
여느날처럼 점심시간에 그 집에서 콩나물국밥을 퍼먹고 있었다. 그런데 여느날과 달리 아주머니들이 별 말씀이 없었다. 시끄럽던 곳이 차분하니까 괜히 더 신경이 쓰였다. 그때 주방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 두분이 두런두런 조용히 나누는 대화가 시작됐다.
"사별한지 1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남편 생각하면 눈물이 나"
옆에서 같이 주방일을 하시는 아주머니는 귀가 어두우신 듯 했다.
"아버지? 나도 아버지이 생각 아직도 나"
"아니 아버지 말고 남!편!"
나오는 웃음을 참고 대화를 듣는데, 이런저런 사별한 남편 이야길 하시던 아주머니가 말씀하셨다.
"...... 먼저 간 남편이 원망도 되고 그러지."
숙연해 지려던 찰나,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가만히 듣고있던 홀 담당 아주머니가 불쑥 큰 소리로 말씀하셨다.
"원망이 아니라 안쓰럽지!"
인간극장을 한편 본 것 같았다. 웃어야하나 울어야하나. 맞다고, 안쓰럽다고, 나는 10년만 더 일하고 쉬려고 한다고 대답하시는 아주머니. 아직도 아버지가 생각난다는 아주머니. 이야길 듣다가 안쓰럽다는 말만은 못참은 아주머니. 모두의 인생이 무겁고 귀했다. 눈물겹고 흥겨웠다. 갈곳없고 따뜻했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그들이, 우리가, 마침내 편히 몸 누일 자리가 있겠는가. 억세게 살아온 연약한 인생들이 쉴 곳이 있겠는가. 황지우 시인의 글처럼,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들의 마음 녹일 위로가, 어딘가엔 있겠는가. 잠깐 생각하다가 천상병 시인의 귀천의 한 귀퉁이를 읊조린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