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4

사람과 시대를 보며.

by 마노리



불안과 불행의 시대다. 조금만 깊이 대화를 나누어봐도 평안한 이가 없다. 안녕이라고 보통날 인사 건네기엔 안녕하지 못한 이들로 넘치는 이 땅이, 표면장력의 임계까지 차오른 물을 보는 듯 하다. 무표정한 날들 속에서 문득 시대의 절망이 들린다.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는 단조로운 일상에 몸을 던져도, 하루키나 김훈, 카뮈의 소설들에 빠져있어도 당최 도망칠 수가 없다. 나는 어쩔수 없이 타인의 고통에 취약하다.


S&P 500을 적립식으로 넣지 않으면, 매주 4일 이상 유산소를 하지 않으면, AI를 활용하는 법을 익히지 않으면, 타인을 다루는 심리 기술을 알지 않으면, 아파트를 사두지 않으면, 뭘 하지 않으면 않으면...... 뭐 하지 않으면 인생이 망할것 처럼 떠드는 컨텐츠가 24시간 손바닥에 붙어 쏟아진다.


자기 자신을 어느 때보다 사랑하는데, 사랑의 갈구는 어느 시대보다 절박하다. 탐욕은 끊임 없이 주입되는데 만족은 턱없이 모자르다. 어느 때보다 행복이란 단어를 부르짖지만, 시선은 타인의 밥그릇에 고정되어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기대감을 잡아먹었다. 익숙한 영역 바깥의 타자에 대한 적개심은 서슬이 퍼렇다.


해갈을 위해 들이킨 물이 소금물임을 알아차리는 찰나가 있어도 멈출 수 없는 우둔함과, 그 소금물조차 얻지 못해 해갈시키지 못할 물을 갈망하는 모습은 우습고 슬프다.


하지만 진부한 말처럼, 밤 어둠이 짙을수록 별은 더 밝게 빛난다. 종일 본 동안 본 유튜브보다 손을 잡은 친구의 눈물이 더 진함을 나는 믿는다. SNS 속 수백명 수만명 팔로워보다 불러내 밥 한 끼 하며 마음을 나누는 친구 한 명의 귀함을 나는 믿는다.


서서 사랑을 노래하고 싶다. 받아들여짐과 관용에 관해, 용서와 화해의 힘에 관해 설득하고 싶다. 피아를 식별한 담이 허물어지며, 악을 선으로 덮고, 샘솟는 기쁨이 들끓는 분노를 잠재우는 일의 아름다움을 말하고 싶다. 타자를 먹이는 일에 관해 쓰고 싶다.


어둠이 익숙해서 빛의 밝음에 주저하게 된다는 친구가 있다. 자주 우울하고 무기력한 친구이다. 그 친구에게 좋아하는 책 한 권을 선물했다. 그 친구의 우울과 무기력까지 긍정하며, 그 영혼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이며, 책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어둠이 허상이고 빛이 실제이다.

슬픔은 아름다운 껍데기이고

기쁨은 그 안에 채워진 알맹이이다.

절망의 상처가 때때로 남지만

희망은 영원히 뛰는 맥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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