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_토막 소설

by 마노리


"그래서, 이제 어쩌려고?"

인하가 물었다.

"어쩌긴. 책 팔아야지. 모임도 열고."

인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한숨을 한번 푹 쉬고 짐을 챙겨 떠났다. 그 때가 재작년 늦겨울이었으니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그 후로 줄곧 혼자였다. 인하는 책방 공간을 마지막까지 함께 지켜준 마지막 멤버였다. 그리고 내일 책방은 철거된다.


매일이 새 봄처럼 설레고 힘이 가득했던 우리는 아름답고 깊은 것들에 심취해있었다. 나는 산문과 소설에, 인하는 시와 철학에, 태운이는 신학과 철학에 빠져있었다. 우리는 책과 글의 힘을 믿었다. 감동과 영감의 실제를 맛보고 누렸다. 세상과 개인의 관한 수많은 담론으로 밤들을 보내며 생각을 모았다. 그리고 20대의 끝자락에서 함께 이 책방을 차렸다. 우리의 감성과 목소리를 담은 문화 공간을 만들자는 목적이었다.


태운이가 떠나던 때에도, 인하가 떠나던 때에도 나는 빚을 내었다. 그들의 몫을 주고 보내주었다. 떠나는 그 뒷모습들을 보며 되뇌었다.


여기는 넘길 수 없어. 나는 마치 등대지기 같은 사람인 거야. 어두운 바다에 길 잃은 배가 한 척도 없다면 쓸모 없겠지. 내가 쓸모없는 때가 오기를 바라. 하지만 지금은, 이 곳을 지켜야 해.


텅 빈 책방을 바라보며 다시 등대지기를 생각한다. 등대가 무너져도 등대지기는 어둠을 응시해야지, 빛을 준비해야지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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