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사건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로
주변에서 이를 알아차리고 행동하는 사람은 그만큼 늘지 않고 있다. 정인이 사건 같은 일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잠시 분노하거나 슬퍼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많은 아이들은 여전히 위험한 환경에 방치된 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왜 도움을 받지 못할까?’ 하고 묻는다면 하나의 이유로 사회적 무관심이 뽑힐 것 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예전부터 ‘가정의 문제는 참견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부모의 훈육 방식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외부 사람들이 가정의 일에 간섭하는 것을 예의 없는 행동으로 보기도 한다. 특히 체벌을 어느 정도는 ‘아이를 바른 길로 인도하는 방법’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 아이가 도움을 요청해도 “가정의 일이잖아”라고 가볍게 넘기기 쉽다. 이러한 문화적 분위기 때문에 아동학대의 여러 신호들이 주변에 보이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신고하기 주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무관심이 아동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아동학대로 최종 판단된 사례는 2만 건이 넘지만, 실제로 가정에서 분리되어 보호받은 아동은 약 1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신고는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보호 조치는 그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아동학대를 지속적으로 겪은 아이들은 신체적인 상처뿐 아니라, 불안·우울과 같은 정서적 문제, 타인에 대한 불신, 학교 생활의 어려움 등 다양한 후유증을 경험한다. 심한 경우에는 성인이 되어서도 트라우마가 남아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또한 사회가 무관심하면, 가해자에게도 강한 경고의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는다. 주변에서 아무도 말리지 않고, 신고도 없다면, 학대는 일상화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결국 잘못된 행동이 반복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에게 돌아간다. 아동학대는 단순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나서서 막아야 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이 무관심은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첫걸음은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먼저, “가정사의 문제니까 내가 나설 필요 없어”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아동학대 신고는 ‘확실한 증거’가 없어도 가능하다. 의심만 있어도 신고할 수 있고, 신고 내용이 틀렸다고 해서 처벌받지 않는다. 신고는 전문가가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돕는 과정이며, 그 자체로 아동을 보호하는 중요한 행동이다.
또한 주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태도도 필요하다. 아이가 평소와 다르게 지나치게 불안해하거나, 자주 멍이 생기거나, 학교에 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모습 등은 작은 신호일 수 있다. 이런 변화를 눈여겨보고 아이에게 걱정의 한마디를 건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고 도움을 요청할 용기를 가질 수 있다. 따라서 학교, 지역사회, 이웃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더이상 체벌은 정당한 것이 아니다. 법적으로도 체벌이 금지 되었듯이, 체벌은 아이에게 순종을 강요할 뿐, 진정한 교육이 될 수 없다. 오히려 폭력을 정당하게 만들고, 아이에게는 또 다른 폭력을 낳는 씨앗이 된다. “맞으면서 크는 건 당연하다”는 잘못된 인식은 버려야 한다.
아동학대는 개인이나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행동해야 할 문제다. 어른들의 작은 무관심이 아이들에게는 큰 고통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어른들의 작은 관심과 빠른 신고, 그리고 편견 없는 태도는 아이들을 위험에서 보호할 수 있다. 사회가 아이들을 지켜줄 때, 비로소 아이들은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