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안티팬 1호

그게 나야

by 정우다움

난 그녀의 엉뚱하고 이상한 사진들을 찍는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다. 찍었더니 엽사 비슷한 사진들이

찍혀 있었다. 사진을 잘 찍지 못하는 나의 솜씨랄까?

나는 이것에 나름 뿌듯함을 느낀다.


콧구멍이 크게 나온 사진,

비율이 2등신인 사진,

눈이 반쯤 감긴 사진.


이런 나를 보고 그녀는 자신의 안티라고 나를 지칭한다.

하하, 그래도 안티도 하나의 큰 관심 아니겠는가?

그녀는 벌써 우리만의 세계에 스타다.

그러니 안티도 하나의 관심이니, 그녀는 그 관심을

거부할 권리가 없다.


마치 너무 귀여운 고양이가 안기는 걸 싫어하더라도

귀엽게 생긴 자신 때문에 인간의 뽀뽀와 포옹을

피해 갈 수 없듯이 말이다.

뭔가 써놓고 나니 다른 결의 느낌이긴 할 텐데,

아무렴~ 비슷하면 됐다.


그러니 그녀는 그녀의 안티 1호 팬인 나를

거부할 권리가 없다.


사랑이란 때론 완벽함을 내려놓고

서로의 모습에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

데이트에 무엇을 입고 나갈까 고민하다

그 사람은 내가 무엇을 입든지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뒤늦게 깨닫고는 편한 옷차림으로 약속 장소로 나간다.

또 사랑이란 서로의 다른 모습에 기뻐하며

얼싸안고 춤을 추는 것이다.


SNS에 떠도는 연애, 호화로운 삶.

난 그러지 못한다 할 수도 없다.

다만 내가 잘하는 것은 그녀의 완벽한 모습이 아닌

엉뚱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것과,

잘 부르지 못하는 노래를 애써 그녀를 위해 불러주는 것과,

손끝에서 펼쳐지는 내가 직접 요리한 음식.

이야말로 별거 아닌 듯해 보이는 작은 것들이

그녀를 위해 내가 가장 진심으로 선보일 수 있는

것들이 아닐까 싶다.


밖에서 남들이 하는 멋있는 데이트는 잘 못하지만,

그녀를 위해 준비한 오붓한 음식과 음악, 이야기는

자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코드가 잘 맞았을 때 얘기인데,

다행스럽게도 사치스럽고 카페를 자주 가는 그녀가

이런 나를 좋아한다.

그 덕분일까? 나도 점점 밖을 나가

세상을 보고 경험한다. 그러다 문득,


‘그녀랑 이번 주말에 카페나 가자고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를 찾지 않던 내가 카페를 가기 시작했다.

맞다, 호화로운 사치가 시작된 것이다.

원래 나쁜 건 일찍 배우는 편인가 보다.

그래도 그런 그녀가 좋아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사치가 아닌, 그 순간을 기억하는

추억의 장소가 되어 갔다.


의미 부여는 딱히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도 언젠가 문득 기억이 나는 작은 순간들이

쌓여 가는 우리들만의 이야기랄까…?


파도에 휩쓸려 간 모래성처럼,

짧으면 짧은 인생.

무언가를 아까워하며 사는 것보다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할 수 있는 시간들이

죽기 직전 기억에 남을 것이다.


젊음을 누리려 발버둥 치기보다,

함께 늙어갈 내 옆의 단짝을 위해

오늘도 살며시 앉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삶이 아닐까?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