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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호랑이 Jan 05. 2021

4.20대, 정말 가장 예쁜 시절이었을까

1)지우개(知友開)와 소주

지우개(知友開)와 소주          


  대학시절, 나는 요즘말로 ‘아싸’였다. 낯선 이들과는 말도 못하는 성격에 점심시간이면 매번 쫄쫄 굶었다. 배는 고픈데 혼자 먹기는 또 싫었다. 그 날도 그랬다. 곧 있으면 12시, 또 어딜 가나 도서관에 갈지 아니면 뒤쪽으로 한 바퀴 산책이나 할지 고민 중이었다.      

  그 때 내게 말을 걸어준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도 시골에서 올라와 모든 게 낯설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 친구와 말을 트게 되고, 학과에서 빙빙 돌던 아이들 몇이 모여 모임을 만들었다.      

모임 이름은 지우개(知友開), 친구들과 서로 앎을 나누고 마음도 열며, 알아가자는 뜻이다. 같이 영어공부도 하고, 영화나 책을 읽고 토론도 하자고 시작한 모임이었지만, 결국 우리의 앎은 소주 한 잔과 연애 상담이었다.      

  그 때 나는 소주를 마시지 못했다. 쓴 소주는 목구멍으로 바로 탁! 하고 넘기면 된다는 걸 친구 수진이가 가르쳐 줬지만 잘되지 않았다. 쓴 소주가 달콤할 수도 있다는 걸 배운 것도, 아버지 앞에서 배실 배실 웃으며 얼굴이 빨개져선 주정 비슷한 걸 한 것도, 다 그 모임덕분이다.  

  과외 때문에 땡 하면 집에 가던 나를 위해, 주말에 모여 줬던 친구들 덕에 외롭지 않았다. 그 친구들이 군대를 가고 서로 짝을 찾아가며 흐지부지해져 버렸지만, 아싸에 볼 것 없는 땡순이를 챙겨줘서 항상 고마웠다.     

이젠 소식을 알 수 없는 친구들이다. 봄바람이 부는 새 학기, 그 시절의 나처럼 겉돌며 친구들을 사귀지 못해 고민하는 아이들을 만날 때면,      

           그 때의 고마웠던 친구들이 떠오른다. 잘 살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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